정부가 농산물 물가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효과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과일·채소류 등을 타기팅해 단기 재정투입으로 이뤄지는 지금의 물가 관리 방식은 효과가 제한적일뿐더러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이 그 이유다.

정부는 22일에도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품목 확대, 할인지원율 한시 상향조정 등의 대책들을 추가로 쏟아냈다. 납품단가 지원 품목 수를 13개에서 21개로 늘리고, 품목별 지원 단가도 최대 2배로 확대키로 한 것이다. 새로운 납품단가 지원 품목으로는 배와 포도·키위·단감·깻잎·상추·양배추·깐마늘 등이 추가됐다.

농산물에 대한 한시지원율은 20%에서 30%로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 유통업체별 자체 할인이 더해지면 할인폭은 최대 50%로 커질 수 있다고 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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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이 아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직수입한 오렌지와 바나나 초도물량 2000t을 20% 할인된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직수입 과일 수도 11개로 늘린다.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수입과일 종류는 기존 24개에 5개를 더 보태기로 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정부가 동시다발적 수단을 총동원함에 따라 물가 관련 총지수는 지금까지 어느 정도 내려가는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전년 동기 대비로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3.1%, 시중 물가의 선행지표 격인 같은 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5% 상승했다. 정부가 농산물가격 안정화를 위한 단기 대책들을 쏟아내지 않았더라면 이 정도도 달성하지 못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지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도가 지표상 물가와는 영 딴판이라는 데 있다.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생활물가, 해당 물가 품목 중에서도 소비 빈도가 특히 높은 사과와 배·감귤 등 과일류와 배추·대파 등 채소류 가격이 공포스러울 만큼 올라가 있는 것이 근본이유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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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 자료에 의하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상승세는 석 달째 이어졌다. 유념해야 할 점은 이 상승률 수치가 기저효과에 의해 체감보다 크게 낮아져 있다는 사실이다.

지표 자체의 착시성을 배제하더라도 이날 발표된 생산자물가 관련 내용 중엔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세부 내용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2월 농산물가격의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 기준 총지수의 상승률이 0.3%인데 비해 농산물가격의 상승률은 2.6%나 됐다.

세부 품목들을 살펴보면 한 번 더 입이 벌어진다. 감귤이 31.9%, 배추가 26.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감귤 값의 경우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154.9%나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사과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121.9%)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주요 등락품목에서 빠져 있었지만 사과·감귤과 함께 소비자들이 즐겨 먹었던 배도 최근 들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요즘 배의 경우 신고배 상품 10개들이 한 상자가 4만원을 오르내릴 정도여서 일반인들은 손에 넣을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사과·배의 소비자가격 상승은 감귤은 물론 대체용으로 시장에 풀리고 있는 바나나 등 수입과일 값까지 끌어올리는 작용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과일 먹는 일이 사치로 인식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과와 배 가격의 고공행진은 정황상 자연스런 일이다. 획기적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이런 상태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 뻔하다. 기상 이변에 의한 작황 부진이 원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과일의 품귀 현상은 내년·내후년에도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심스러운 점은 아무리 품귀 현상이 심화되어도 공급물량을 늘릴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실질적으로 수입이 일체 금지돼 있는 탓에 움치고 뛸 재간이 없다는 얘기다. 가장 앞에 내세우는 수입 금지 이유는 외래종 병충해 유입에 의한 국내 생산환경 기반의 붕괴 위험성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을 우려하는 생산농가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진실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매년 예측 불허의 기상이변이 나타나면서 오늘날엔 농작물 작황의 변동성도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이는 어느 지역에서든 품목별로 품귀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당연히 교역이 효율적이고 유일한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과일 값 안정화 대책들이 지속가능하지 않고 효과마저 제한적이라면 우리나라도 이젠 사과·배 등에 대한 수입을 조건부로라도 검토해봐야 할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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