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줄기차게 올랐던 전기요금이 올해 3분기엔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은 21일 올해 3분기의 연료비조정단가(요금)를 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한전의 발표는 사실상 3분기 중 전기요금을 손대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연료비조정요금은 전기요금의 일부분에 해당한다. 한전의 이날 발표는 일단 이 부분을 그대로 유지한다는데 그쳐 있다. 전기요금의 또 다른 구성항목들인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후환경요금 등에 대한 결정 내용은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3분기 전기요금 동결이 최종 확정되려면 이들 요금 구성항목에 대한 동결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다만, 3분기 시작을 열흘도 남기지 않은 현재까지 전력량요금 등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고려하면 나머지 전기요금 구성항목에서도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한전이 이날 3분기 전기요금 전체에 대한 공식발표 없이 연료비조정단가를 따로 떼어 발표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연료비조정단가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고시 등에 따라 한전이 산업부에 조정 의향을 제시한 뒤 정부 의견을 들어 결정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연료비조정요금을 확정해야 하는 시한은 새로운 분기 시작 전달 21일이다.

기타 전기요금 구성항목들에 대한 수정은 한전 이사회와 산업부 전기위원회 심의·의결 절차를 거쳐야 가능하다. 하지만 3분기를 코앞에 둔 현재 시점까지 관련 절차가 진행될 기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추후 관련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고려할 때 3분기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산업부가 3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점도 그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산업부는 지난주부터 3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었다. 산업부 강경성 2차관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부담을 고려할 때 인상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었다.

3분기 전기요금 동결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짐작된다. 장기간의 고물가에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화된 가운데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여파로 지난해 2분기부터 전기요금을 연이어 올린 것이 추가 인상에 대한 부담을 키웠기 때문이다.

더구나 3분기는 활발한 냉방기 가동으로 자칫 수용가로부터 전기요금 폭탄에 의한 아우성이 터져나올 위험성이 큰 시기다. 기상 전문가들에 의하면 올 여름에는 특히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지구촌 곳곳에서 예년보다 강한 무더위가 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국제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현실도 전기요금 동결 결정을 내리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한전이 전기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바람에 발생하는 역마진 폭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정부는 한전이 앞서 제출한 올해 전기요금 추가인상 추산치에도 변화가 나타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에 추산한 올해 인상 필요액(kWh당 51.6원)이 축소됐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조금 더 추이를 살펴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 듯하다.

제반 정황을 종합하자면 전기요금은 인상 여지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산업부도 전기료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이는 한전의 누적적자가 올해 1분기 말 기준 44조원에 이르렀다는 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한전이 스스로 작성한 재무상황 개선 목표에 맞춰 적자를 해소하려면 전기요금은 올해 kWh당 5.16원 인상을 포함해 향후 2~3년 동안 꾸준히 인상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 국제 에너지가격이 재무상황 개선 계획을 제출할 당시보다 안정돼 있다는 점이 긍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그 바람에 전기요금 인상폭을 당초 계획보다 줄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번 한전의 결정은 인상 요인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계절적 요인과 내년 봄 총선을 앞둔 정부의 견제가 겹쳐 작용하는 바람에 내려진 것이었다.

정부가 아무리 올해 인상은 없을 것임을 시사해도 전기요금 인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한전이 먼저 지불한 에너지 가격 인상분은 언제가 됐든 전기 소비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남은 과제는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어쩌지 못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을 배제한다면, 이제부터 그 폭을 결정하는 주체는 결국 전기 소비자들일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