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주유소와 경유차 운전자들 간 요소수 확보를 위한 신경전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품귀를 우려한 경유차 운전자 일부가 요소수 다량 구입에 나서자 판매량을 제한하는 주유소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요소수 값이 평소의 배 이상에 거래되는 일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엔 2021년 가을 국내에서 벌어졌던 ‘요소수 대란’의 악몽이 자리하고 있다.

요소수 확보전은 이번에도 중국의 수출 제한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요소수 주요 생산국인 중국이 2년 전처럼 요소수 수출을 제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경유차 차주들의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다.

요소수는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단 경유차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다. 요소수가 없으면 엔진 출력이 저하돼 차량 운행이 불가능해진다. 아예 차량의 시동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 2년 전 요소수 파동은 세계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한 중국이 수출을 제한한 데서 비롯됐다. 요소수의 재료인 요소를 석탄에서 추출해야 하는데 중국내 석탄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이 수출 제한의 직접적 원인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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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항저우 무역관이 최근 작성한 ‘중국 요소 공급망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요소수의 44%를 생산한다. 중국이 생산하는 요소수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중국의 요소수 수출액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8%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2억4042만 달러어치의 요소수를 수입했다. 올해 상반기 수입액은 7892만 달러였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자국 내 일부 비료 제조업체에 요소 수출 중단을 지시했다는 외신보도가 나오자 국내에서는 2년 전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이다.

경유차 차주들을 놀라게 한 것이 진짜 자라인지 솥뚜껑인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는 일단 중국이 수출 제한 대상으로 삼은 곳들이 화학비료 업체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차량용 요소수의 국내 수급엔 지장이 없을 것이라 강조하고 나섰다.

환경부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차량용 요소수 재고량이 공공 및 민간 비축분을 합쳐 60일치 이상이고 이달에도 수입이 이뤄진다는 점, 중국 당국이 포괄적 요소 수출 제한에 나선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외신 보도로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조치가 전해진 이후 동요 조짐이 나타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 구입난을 경험했던 경유차 운전자들이 요소수 확보전에 나서는 바람에 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초기부터 위기관리 의지를 드러낸 만큼 2년 전과는 상황이 다르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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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유차 차주들의 불안 심리다. 물량 확보도 중요하지만 차량용 요소수 사용자들의 불안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사태의 전개 양상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분위기 안정을 위해서는 요소수 재고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급 대책을 강화해 널리 알림으로써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최상책이다. 말로만 안심하라 할 게 아니라 객관적 자료를 지속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당국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2년 전 요소수 대란은 정부의 뒤늦은 대응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했다. 정부가 제 때 대응만 했더라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우리사회 전체가 겪어야만 했다.

당시 중국 현지에서는 수출입 사무를 관장하는 해관총서가 요소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했고, 그런 사실이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조금씩 전해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중국 현지에 개설된 다수의 우리 무역관들은 요소 수출 제한이 국내 요소수 공급난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미리 감지하지 못했고, 정부도 뒤늦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결국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아프게 반성하겠다”며 사과했지만 우리나라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른 뒤의 일이었다.

당시와 다르다지만 지금도 요소수 대란이 재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보는 게 옳다. 웬만큼 요소수 재고량이 확보돼 있다고 해서 섣불리 긴장의 끈을 늦추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여기엔 특별한 이유들이 있다. 그 첫째는 중국의 대외정책이 예고 없이 갑작스레 변경되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둘째 이유는 석탄 파동을 경험한 중국이 이젠 요소를 주요 수출관리 품목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중국의 수출정책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살피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장기적으론 수입선 다변화에 보다 힘써 중국의 움직임만 바라보는 처지에서 벗어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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