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정부가 은행권에 이어 저축은행 등 중소금융권에서도 이자 환급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혜 대상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다. 이 같은 방침은 설 명절 직전인 8일 열린 ‘함께 뛰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맛나는 민생경제’ 주제 하의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공개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국가경제의 허리요 버팀목”이라며 “고물가와 고금리로 늘어난 이자, 세금, 공과금 부담을 덜겠다”는 말로 이번 조치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정부는 영세 소상공인 지원책으로 이자 환급 외에도 ▲최대 20만원 전기요금 특별지원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 상향 조정 ▲전통시장 등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 5조원(기존 4조원)으로 확대 ▲자영업자 고용보험료 최대 지원 규모 50%에서 80%로 확대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직접적 경제적 지원과 별개로 행정처분 완화 조치도 함께 발표됐다. 미성년자에게 속아서 술이나 담배를 팔았더라도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쳤거나 폭행·협박을 당한 경우라면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번 조치는 소상공인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서 민생 챙기기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총선 직전이란 시점 상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지금이 장기간의 경기 부진과 고금리, 고물가 탓에 서민경제가 위기 국면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명분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발표된 방침들을 뭉뚱그리면 수백만명의 소상공인들이 조 단위의 금전적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 다음달 29일부터 150만원 한도의 이자 환급 혜택을 누릴 소상공인 숫자만 해도 228만명에 이르고 수혜 액수는 1인당 평균 100만원가량이라는 게 정부 쪽 설명이다.

전기료 지원으로 입을 혜택 또한 적지 않다. 전기료 지원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중 연매출 3000만원 이하인 사람들로부터 21일부터 신청을 받아 내달 초 실행된다. 대상은 126만명이고 지원액은 최대 20만원이다. 이외에도 냉·난방 기기나 냉장고를 교체하려는 사람에겐 그 비용의 40% 한도에서 지원이 이뤄진다.

[이미지 = 종소벤처기업부 제공]
[이미지 = 종소벤처기업부 제공]

여기에 행정 규제 완화책까지 덧붙여 고려하면 간접적 혜택을 포함해 소상공인들이 누릴 경제적 혜택은 더욱 커지게 된다.

반면 정부에 주어지는 재정 부담은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범위를 넓혀 실시되는 이자 환급 사안부터가 그렇다. 지난 5일부터 은행권을 필두로 시작된 이자 환급(300만원 한도)은 ‘금융권의 협조 하에’ 이뤄지도록 기획돼 있다. 말이 좋아 협조이지 사실은 정부가 금융권을 상생금융에 동참하라고 압박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은행권 이자 환급에 소요되는 재원만 1조5000억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큰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자 환급은 재정이 아닌 민간 지원에 의해 이뤄지도록 돼 있다. 정부 행태를 시쳇말로 표현하자면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전기료 감면 조치에 필요한 재원은 2500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가세 간이과세자 매출액 기준 조정에 의해 소요되는 재정은 400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감면 조치가 실행될 경우 그 정도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는 뜻이다. 14만명이 혜택을 보게 될 이 조치는 법률 개정 없이 시행령 손질만으로 이행될 수 있는 만큼 정부에 의해 곧바로 실행될 수 있다.

이날 발표된 조치들 중엔 이미 언론에 공개된 내용들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그런 내용들을 한데 묶어 이날 중소벤처기업부와 기획재정부 등 8개 부처 합동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종합정리해 발표한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정책 홍보 효과를 최대화하면서 경제주체들에게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의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생을 챙기는 일인 이상 총선 직전이란 비판도 웬만큼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특정 직역이나 분야에 대한 현금성 지원은 여러 부작용을 일으키기 마련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이자 환급이라든가 전기료 감면 등은 임기응변식으로 비쳐지기 십상인, 그래서 선심성으로 인식될 여지가 있는 조치들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조치는 월급쟁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자영업자도 소상공인도 아닌 기타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은 안겨줄 수 있다. 이는 사회분열을 자극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현금성 지원 남발은 도덕적 해이를 넘어 공정한 경쟁을 토대로 확립되는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가능성도 있다. 이자 환급이나 전기료 감면 등의 조치가 다 같이 힘든 가운데서도 성실히 이자를 납부하고 있는 개인이나, 적자에 시달리는 중견 기업 운영자 등에게는 불공정한 룰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민생을 챙기되 보다 시야를 넓혀 모두에게 끝없이 성취동기를 부여하는 일 또한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책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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