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하림 기자] 요즘 배달업계의 주요 이슈는 ‘요금제 개편’이다. 지난 1월 배달의민족이 ‘배민1플러스’를 도입한 데 이어 이달 7일 쿠팡이츠가 ‘스마트 요금제’를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다.

새로운 요금제들의 골자는 고객 부담 경감이다. 이는 배달비 부담 때문에 소비자들이 배달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꺼린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4월 오픈서베이가 전국 20~59세 남녀 16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8.8%는 전년보다 배달 서비스 이용을 줄였다고 답했다. 이용을 줄인 이유로는 ‘배달비가 비싸져서’(83.9%)가 주로 꼽혔다.

배달의민족의 기존 한집배달 요금제인 ‘배민1’의 배달비 산정 방식을 살펴보면, 점주는 6000원의 배달비 중 고객 부담 비율을 직접 설정할 수 있었다. 고객 부담 1000원에 점주 부담 5000원도 가능하고, 고객 부담 5000원에 점주 부담 1000원도 가능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 때문에 일부 점주는 물가상승 부담을 음식 가격 인상 대신 배달비에 전가하기도 했다. 3년째 배달앱 수수료가 오르지 않았는데도 고객의 배달비 부담이 증가한 이유다.

반면 한집배달·알뜰배달을 통합해 출시한 배민1플러스는 점주 부담 배달비를 2500~3300원(지역별 차등적용)으로 고정해놓고, 고객 부담 배달비는 상황에 따라 배민이 지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주문중개수수료는 이전과 동일한 6.8%다.

배달의민족의 노림수는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배민1플러스 오픈 직후 한 달간(1월 17일~2월 13일) 한집배달 고객 부담 배달비는 오픈 직전 한 달과 비교했을 때 14.4% 감소했다.

기존 요금제 4개를 통합해 곧 시행될 쿠팡이츠의 스마트 요금제도 이와 유사하다. 주문중개수수료는 이전과 동일한 9.8%이며, 점주 부담 배달비는 1900~2900원으로 고정된다. 쿠팡이츠 또한 스마트 요금제를 통해 고객 부담 배달비가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객은 배달비가 내려가서 좋고, 배달앱들은 배달비 인하로 배달 수요가 올라갈 수 있어 좋다. 다만 점주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앞서 말했듯 일부 점주들은 물가상승분을 배달비에 전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점주 부담 배달비가 고정되면서 손해를 보게 되는 상황에 부닥쳤다. 여러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배민1플러스로 전환한 이후 배달비를 건당 1000원 이상 부담하고 있다”, “매출이 올라가긴 하는데 손에 남는 건 그대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배달앱들은 그런 경우 새로운 요금제로 전환하지 말고 기존 요금제를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은 월 8만8000원의 정액제 광고 상품 ‘울트라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요금제에 가입할지는 전적으로 점주의 선택 사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점주들은 배달앱들이 새로운 요금제를 밀어주고 있기 때문에 기존 요금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8월 애플리케이션 첫 화면을 개편하며 ‘배민배달’(배민1)이 차지하는 비율을 대폭 늘렸다. 이전에는 배달의민족이 주문 중개만 하는 ‘가게배달’이 배민배달과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쿠팡이츠 또한 선택권을 점주들에게 부여했지만 새로운 요금제를 선택하지 않을 땐 ‘와우할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없게 만들었다. 와우할인은 쿠팡 유료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음식값을 10%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으로, 할인비용을 쿠팡이츠가 전액 부담한다.

배달시장은 고객·점주·라이더·배달앱으로 구성돼 있다. 고객 부담 배달비가 내려간다는 것은 나머지 중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대 업체가 제시한 방식들은 결과적으로 손해가 점주들에게 돌아가도록 설계돼 있다.

게다가 배달비 고정 방식은 객단가가 낮을 때 점주에게 더 불리하다. 1만원짜리를 팔든 3만원짜리를 팔든 점주 부담 배달비가 동일하게 3200원(배민1플러스 서울 지역 기준)이라면, 1만원짜리를 파는 점주의 부담 폭이 큰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최소 주문금액이 올라가거나 음식 가격이 오르고, 이는 결국 전반적인 음식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고객 부담 배달비를 낮추려는 배달앱들의 시도는 긍정적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지나고 침체 상태를 겪고 있는 배달시장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가게배달만 하다가 배민1플러스로 전환한 매장의 주문 수는 76.7% 상승했다.

그러나 배달 단가 인상 등으로 음식값이 오른다면 배달비 감소 효과는 상쇄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새로운 요금제도 지속가능하지 않게 된다. 문제는 배달앱들이 자신들은 손실을 입지 않으면서 배달비만 낮추려고 하는데서 비롯된다.

배달앱들이 진정으로 소비자, 점주들과 함께 상생하길 원한다면 그들과 손실을 분담해 배달비를 낮추고, 그 결과 배달 시장 자체를 키우려는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