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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며칠 전 11조 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역대 4번째로 큰 규모이며 3년 내리 10조원대의 추경이 편성됐다. 정부는 이달 임시국회때 처리와 7월 집행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추경안은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선심성 지역 예산을 배제하고, 일자리 창출을 정조준해 짜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정부가 ‘일자리’ 추경을 서두르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이 9.8%까지 급등한데 이어 4월에는 무려 11.2%까지 치솟았다. 청년실업자가 120만명에 이른다. 특단의 조치가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개선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공무원 1만 2000명을 포함한 공공부문 일자리 7만 1000개, 고용서비스와 창업지원 등을 통한 민간 일자리 3만 9000개 등 11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0.2%포인트씩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한다. 추경을 통해 경제적 취약계층 일자리에 전방위 지원을 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돼버린 고용과 내수부진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추경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예산 3분의 1 이상을 정부의 직접 고용을 위한 임금으로 투입하는 만큼 상시적 재정 수요를 유발하는 구조다. 이에 정부는 이번 추경을 국채발행 없이 세계잉여금(1조 1000억원), 초과세수(8조 8000억원), 기금여유자금(1조 3000억원) 등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이는 세수가 남아도는 올해나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5년간 17만명의 공무원을 늘리기로 한 만큼 재정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고, 나라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추경이 민간투자나 일자리 유인책보다 공공기관 일자리에 편중된 데다 복지 지원의 성격이 짙은 탓이다. 사회복지 서비스 일자리 2만 4000개와 노인 일자리 3만개 등의 창출 계획도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는 거리가 멀다. 추경을 빌미로 복지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예산을 따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정부는 청년실업과 소득 불균형이 재난 수준이라며 추경 편성의 당위성을 강조했지만 두 가지 사안은 구조적인 문제다. 고질병이 추경 같은 대증요법으로 해결되지 않음은 삼척동자도 안다. 추경의 목적은 원래 본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돌발 상황에 처했을 때 재정을 더 풀어 경기를 자극하자는 데 있다. 일자리 증가는 추경의 결과물이다. 그런 측면에서 재정 투입의 효율성과 기회비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나라 살림살이가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적자재정 편성은 벌써 10년째다. 지난해 말 640조원에 이른 국가채무가 내년 상반기에 7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일자리 만들기에는 왕도가 없다. 일자리는 기업 투자가 활성화할 때 만들어진다. 세계 주요국이 규제·노동 개혁에 목을 매다시피 하는 이유다. 지난달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첫 경제정책 과제로 노동개혁을 들고 나왔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외치면서도 이에 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고통 분담 없는 일자리 창출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좌파 정부를 이끈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2000년대 초반 스스로 뼈를 깎는 ‘하르츠 개혁’을 통해 경제를 부활시켰다. 근로자의 희생과 고통 분담을 요구한 끝에 독일 경제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았지만 그는 정권을 내놓아야 했다. 일자리 추경은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인 기업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는 시장과 기업이 만드는 까닭이다. 정부와 여야는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이번 추경이 경제활성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보완해 나가야 한다. 추경은 투입 재원이 내수를 진작시켜 민간 일자리를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개선 등 구조개혁 작업과 경제활력 법안 통과가 병행돼야 한다. 청년실업을 비롯해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공공 일자리는 당장 만들기는 쉬울지 모르지만 파급효과도 적고 결국에는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온다.

경제 | 나이스경제 | 2017-06-12 08:42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민간 부문의 정규직 전환 조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12일 취임 후 첫 민생 행보로 공사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올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포함해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미래창조과학부가 25개 출연연구소 비정규직 연구원(370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고,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3만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민간에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SK그룹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는 오는 6월 하청업체 직원 5200여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롯데그룹은 향후 3년 간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 이후 20일도 안돼 정규직 전환 계획 규모만 7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SK브로드밴드의 조치는 대기업 중 처음이어서 공항공사에서 촉발된 비정규직 제로(0)정책이 민간 부문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런 점에서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SK의 경우 하청업체 직원까지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하는 파격적인 고용모델을 제시함으로써 다른 대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규직 전환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들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단지 신분 상의 이유로 임금 차별을 받는 바람에 ‘사회 양극화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하지만 복잡한 단계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제로정책’이라는 말로 포장되면서 혼선이 빚어질 조짐도 일부 보인다. 우선 이들이 기존 정규직과 똑같은 처우와 급여를 받는 것처럼 오해를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당근과 채찍이 함께 가야 한다.”며 부담금을 매기겠다고 공언한 것도 우려스럽다. 기업들에게는 흘려듣기 어려운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밀어붙이기’식의 정규직화나 채용 확대는 심각한 부작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추가경정예산 10조원으로 하반기에 공공부문에서 1만 2000명을 추가 채용하고,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8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야심찬 계획이지만 정권이 교체되면 언제든 흐지부지될 수 있는 일회성 정책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정규직 채용 후 퇴직까지 길게는 30여년 간의 인건비가 고스란히 기업 부담으로 남게 된다는 점도 고려해봐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위기에 처한 노동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간과해선 안 된다. 서비스 산업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등장이나 제조업의 로봇 대체 등 노동력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등의 환경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미 KTX와 고속버스 스마트폰 예매시스템 도입이나 패스트푸드점의 주문 애플리케이션 등장 등으로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일본 내 601개 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49%가 10∼20년 뒤 인공지능(AI)이나 로봇으로 대체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 확대는 고용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고용정책이 오락가락하는 통에 기업들의 혼선이 가중된다는 점도 되새겨봐야 한다. 아무리 좋은 고용정책이라도 지속 가능성과 현실성을 갖춰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경영여건과 시장상황을 고려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도덕성이나 감정에 호소하기보다 정규직의 양보를 끌어내는 사회적 대타협도 필요하다. 그래야만 정규직 전환의 실효성이 뒤따르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을 보충하는 과정에서 신규 고용의 감소, 서비스나 상품의 가격 인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전체의 3분의1 정도만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공공기관이 무리하게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면 국민 세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크다. 정규직 전환이 새 정권 출범에 대한 화답용이어서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다른 영역으로 비용 전가를 하려 한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대증요법은 오래 갈 수 없다. 장기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려면 비정규직 ‘제로’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다양한 각도에서 살피고 접근해야 한다.

경제 | 나이스경제 | 2017-05-29 08:35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1호 업무 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 방안’을 하달했다. 대선 당시 공공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한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붙여 놓고 직접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그가 첫 업무 지시로 일자리위원회 구성을 지시한 것은 저성장과 실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일자리 문제를 가장 시급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고용노동부는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11일 일자리위 구성에 착수했고, 청와대 비서실에 일자리 수석을 신설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가시적인 첫 성과물은 일자리위를 통해 나올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간 일자리 과제를 달성하겠다.”고 야심차게 약속한 만큼 일자리위원회 규모는 매머드급으로 꾸려진다. 청와대에 따르면 위원장은 대통령이, 부위원장은 총리가 맡는다. 부위원장 아래 정부와 민간 측 위원을 10명씩 둔다. 차관급을 본부장으로 하는 국가일자리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산하에 정책기획단, 일자리창출단, 고용혁신단, 대외협력단 등 4개 조직을 둘 방침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에 내놓은 ‘국민 모두 더불어 잘사는 선진사회’라는 국가 경영철학 실행전략의 최우선 순위도 일자리가 차지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고, 소비를 확대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등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공약의 핵심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드는 것이다. 안전과 치안, 복지를 맡는 공무원 일자리 17만 4000개, 사회복지 등 공공기관 일자리 34만개를 신설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노동시간 단축 등을 통해 민간에서도 일자리 50만개를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 때 공약한 일자리 중 17만 개가 공무원이며 정부 예산은 연간 4조 2000억원, 5년 간 21조원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21조원을 5년간 투입해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면 월급여 40만원짜리밖에 못 만든다.”며 “공무원 17만명에게 9급 공무원 초봉만 적용해도 1년에 4조 3000억원이 들어가므로 계산이 안 맞는다.”고 따졌을 정도로 이 공약에 허점도 보인다. 일자리는 소비 부진 등 단순히 경제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 양극화 심화와 가계부채 악화, 결혼 기피 등 사회 문제의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 경제는 현재 절대적인 일자리 수가 부족한 가운데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드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경제 규모는 커지지만 신규 고용은 점점 줄어든다. 양질의 민간 일자리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0대 그룹 상장사 직원 수는 전년보다 2.2%(1만 4161명) 줄었다. 임금이 많은 제조업 일자리는 10개월 연속으로 감소했다. 대졸 실업자가 50만 명을 넘어서고 청년 실업률이 11%를 돌파하는 등 취업문 뚫기가 너무 어려워지자 젊은이들은 너도나도 공무원시험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일자리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못지 않게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공공 일자리는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일자리는 기업이 시장에서 만들어야 지속성과 확장성을 가진다. 세금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안기는 것은 물론 인재의 왜곡 편중 등 부작용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예산을 투입한 일자리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기업 환경 개선, 산업구조 개혁, 신산업 발굴 등 민·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로드맵을 치밀하게 짜야 한다. 중소기업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집중적으로 펼쳐 대기업 위주의 취업 선호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세워놓고 직접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한다. 발상 자체는 괜찮으나 자칫하면 할당량 채우기식의 전시 행정이 될 공산이 크다. 박근혜 정부도 임기 중 고용률 70% 달성에 매달리다 보니 단기 공공근로·시간제 일자리만 늘리는 식의 폐해를 남긴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경제 | 나이스경제 | 2017-05-15 09:27

공무원 월급이 화두로 등장했다. 인사혁신처가 얼마 전 관보를 통해 올해 공무원들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은 전년보다 19만원이 오른 510만원(세전 연봉 기준 6120만원)이라고 발표하자 누리꾼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많다’, ‘적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대국민 서비스 수준에 비해 정년 보장과 연금 혜택까지 꼬박꼬박 챙기는 공무원들이 월급까지 많이 받아간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이들이 지배적으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공무원 공화국” “공무원 좀 줄이자.”며 비판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공무원들은 인사혁신처의 통계가 전체 공무원의 평균액이기 때문에 실제 월급보다 부풀려졌다고 항변한다. 장·차관과 판·검사, 의사 등 고임금 공무원, 교육공무원 등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의 월급을 합한 평균치인 만큼 시·군·구청에 근무하는 보통의 공무원의 월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사혁신처도 “최하위직부터 고위 공무원까지 전체 공무원의 과세전 총소득을 평균 낸 금액인 만큼 상당수 일반직 공무원의 실제 임금 수준은 이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공무원 월급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고 공무원 사기 진작을 고려해 대기업 8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오랜 정책 기조였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의 월급 책정 때 비교 대상은 대기업이다. 현재 9급 공무원 1호봉 기본급이 월 139만 3500원이고, 행정고시 등에 합격해야 하는 5급 1호봉 기본급은 233만 8800원이다. 여기에 각종 수당이 붙지만 전체 월급이 기본급의 2배를 넘지 않기에 초임 기준으로 보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닐 수 있다. 국민경제 수준이 선진국 문턱에 다다른 만큼 공적 업무의 중요성이라는 대의명분까지 생각하면 이 같은 임금 수준은 무리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월급 510만원을 두고 ‘박봉’ 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고액 연봉’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국민 전체를 기준으로 할 때 적은 월급은 아니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294만원 정도다. 하위직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근로자 2000만명의 평균 월급이 230만원이라는 통계도 있다. 근로자 절반 이상의 월급이 공무원 급여와 비교해도 40%도 채 안된다. 이 같은 현상은 정규직보다 급여 수준이 낮은 아르바이트, 시간제근로 등 비정규직이 전체 임금근로자의 32%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층은 고용환경은 물론 임금 사정이 더욱 열악하다. 화려하게 보이는 방송계의 외주제작사 조연출 PD가 하루 2~ 3시간 토막잠을 자며 버는 돈이 한 달에 120만원 남짓이다. 이것마저 발주한 방송사로부터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심지어 아예 떼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하한선 없이 낮아질 수 있는 민간 기업의 임금을 최소한 보장하자고 정한 최저임금은 올해 시급 6470원이었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35만원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자고 나온 시급 1만원 주장이 우리 경제 형편에서는 무리라는 지적에 부딪쳐 있는 실정이다. 이런 까닭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이 30만명에 이르고 10대들까지 다양한 분야의 진학을 포기하고 공무원이 되겠다는 발벗고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공무원 월급과 일자리가 이슈의 중심이 되는 사회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적잖은 임금에 부족하면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 주는 공무원연금과 정년 보장, 임금피크제 무적용 같은 공직의 장점이 크게 부각된 덕분이다. 이젠 우리 사회의 임금 양극화 현상을 타개할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 같은 선진국도 안고 있는 고민거리이다. 하지만 전체 임금 근로자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평균 월급여 150만원도 못 받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들의 월급을 공무원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만 올려줘도 그들의 삶의 질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5·9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재원 마련 대책 없이 공무원 일자리 늘리기 같은 포퓰리즘 퍼주기 공약을 남발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대선 후보들은 허황된 공약을 남발하기에 앞서 수많은 근로자들의 생활고를 구해낼 방도부터 생각하라.

경제 | 나이스경제 | 2017-05-01 09:12

정치권에서 ‘원자력발전 반대 운동’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과 무소속 의원 28명이 신규 원전 건설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제2의 자원외교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며 원전 수출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영국 무어사이드 지역에 건설될 사업비 150억 파운드(약 21조 4000억원) 규모의 원전 3기 건설 사업 수주를 정조준한 것이다. 대선 유력 주자들도 원전 반대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 원전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신규 건설을 중단하겠다며 40년 뒤에는 ‘원전 제로(0) 국가’로 만들겠다는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신 고리원전 7·8호기의 추가 건설을 반대하며 건설 중인  5·6호기도 차기 정부에서 존속 여부를 다시 결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공약대로라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기존 원전정책을 180도 바꾸려 할 공산이 크다. 정치권의 주장대로 원전을 포기한다면 대체할 수단은 있는가. 정치권은 원전 대안으로 가스 발전과 신재생발전 확대를 주장한다. 그러나 가스 발전과 신재생에너지는 이른 시일 내에 원전과 석탄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가스 발전은 비용이 많이 들면서 이산화탄소를 적지 않게 발생시키고,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은 가용 토지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낮은 발전 용량과 높은 가격 때문에 별 도움이 안 된다. 날씨 변화에 따른 불안정한 전력 공급 탓에 백업 전원을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가스복합 화력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국내 산업용 가스요금 때문에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 물론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원전 공포가 커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과 영국, 프랑스, 인도, 러시아, 미국은 원전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원전 제로를 선언했던 일본은 끝내 전력공급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재가동에 나섰다. 54기의 원전이 올스톱되자 가스발전용 LNG 수입이 급증해 2011년 무역수지가 31년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 규모도 2013년엔 1000억 달러(약 114조원) 이상 확대됐다. 연료비 부담 가중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전원 구성 변화에 따라 전기요금도 대폭 인상됐다. 전기요금 상승은 가계부담 및 기업의 생산비 증가로 이어져 국가 경쟁력 하락을 초래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전력소비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전체 전력 생산량이 1990년 평균 7629테라와트아워(TWh)에서 2013년 1만 796TWh로 41.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량은 105TWh에서 538TWh로 무려 410.5% 급증했다. OECD 회원국 전체 증가율의 무려 10배에 이른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발전원별 전력 비중은 원자력이 32.3%로 석탄(39.4%) 다음으로 많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을 폐기하면 당장 우리나라의 전력수급량을 감당할 만한 대체 방안이 없는 셈이다. 원전산업은 수출과 고용 측면에서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원전 수출의 효과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사례에서 확인된다.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은 건설 수주액이 186억 달러였고, 60년간 맺은 발전소 위탁운영 계약의 예상 매출은 494억 달러다. 위탁운영을 통한 매출이 자동차 228만대, 휴대폰 520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다. 이번 영국 원전은 이보다 규모도 더 크다. 수주에 성공하면 수많은 협력 중소기업들도 엄청난 기회를 맞을 수 있다. UAE 원전 수출에는 80여개 중소·중견 협력업체가 참여했다. 최근 국내 처음으로 한국형 신형가압경수로(APR 1400)가 적용돼 가동 중인 신고리 3호기를 벤치마킹하려 외국 정부·기업 관계자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정치권이 충분한 검토도 없이 섣불리 원전 포기를 결정할 경우 어렵게 확보한 원전산업 경쟁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선까지 겹쳐 국가경제 사정이 가뜩이나 어렵다.  ‘이상’도 좋지만 ‘현실’이 더 중요하다.

경제 | 나이스경제 | 2017-04-17 08:22

자영업자들이 빚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영업자 부채 규모(대출액)가 520조원을 기록했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은 3억 2400만원이나 된다.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정보(나이스)가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자영업자 160만 가구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해 내놓은 결과이다. 한국은행이 자영업자 대출자 1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추정해 발표한 480조원보다 40조원이나 많은 규모다. 실제로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지 않고 가계대출만 받은 자영업자는 조사의 어려움 탓에 집계에서 누락됐기 때문이다. 이 대출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10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 부채 문제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영업자 문제는 ‘한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침체로 거리로 쏟아져 나온 퇴직자들은 노후 준비는커녕 자녀 뒷바라지도 끝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돈이 들어갈 데가 많으니 한 푼이라도 벌어보겠다고 빚을 내 치킨집, 편의점, 커피전문점 창업으로 나서는게 현실이다. 제한된 시장을 놓고 제살 뜯기식의 출혈·과당경쟁을 벌이다 보니 가진 돈을 모두 날리는 일이 허다하다. 자영업자의 절반은 한 달에 100만원 벌기도 벅차다. 창업 5년도 안돼 열에 일곱, 여덟은 문을 닫는다. 그렇지만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주변에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은 매우 익숙한 풍경이다. 실제로 올 들어 가계대출은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자영업자 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자영업자 대출의 증가폭도 가파르다. 대출 총액은 2012년 354조원에서 불과 4년만에 47%나 급증했다. 해마다 적게는 20조원, 많게는 60조원 이상 증가했다. 전체 가계부채가 1344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자 빚이 40% 가까이 된다. 이들 자영업자 중 연간 3000만원 미만 소득자가 4년 전인 2012년(18.6%)보다 3.2%포인트 늘어난 21.8%이다. 이들의 가처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도 41.9%로 상용근로자 가구 30.1%보다 훨씬 높아 질도 아주 좋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연말까지 두 차례 금리를 더 올리겠다고 시사했다. 이제 미국 기준금리와 한국 기준금리(연 1.25%) 간 격차는 0.25%포인트다. 미국이 0.25%포인트씩 두 차례 더 금리를 올리면 한국보다 높아진다. 극심한 내수 부진과 ‘고용 없는 저성장’ 돌파를 위해서는 금리를 동결해서 경기를 부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자니 1344조원의 가계부채가 걱정이다. 대출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추가 이자부담이 9조원 늘어난다. 특히 자영업 대출은 일반 가계의 담보대출보다 상환능력이 떨어져 금리부담에 대한 위험도가 훨씬 높은 만큼 대규모 부실로 이어져 한국 경제의 핵폭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출금리가 0.1%포인트만 올라가도 폐업도가 10% 가까이 증가한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을 구하려면 내수 확대 등 경제를 살리는 것이 근본 처방이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정부가 연초 자영업자를 유형별로 나눠 과당경쟁이 예상되는 업종과 지역 대출 억제 등 대책을 발표했다. 예컨대 치킨집이 몰려 있는 지역에는 대출 문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대출 관리는 될 수 있겠지만 자영업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자영업자들은 생계형이 대부분이다. 망하면 가족 전체가 극빈층으로 떨어진다. 자영업자의 몰락은 중산층 붕괴로 연결돼 한국 경제의 뿌리를 흔든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대출 관리와 함께 대출금리 상환 부담이 커진 한계가구와 한계기업,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 줄 정책을 마련하고 고위험 대출을 하는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에는 충당금을 더 많이 쌓도록 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정규직-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 해소,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자영업자 스스로는 사전에 창업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철저한 시장조사를 하는 등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너도나도 상가 임차권 보장 등 자영업 보호를 높게 외치고 있지만 그런 정도는 택도  없는 소리다.

경제 | 나이스경제 | 2017-04-03 08:18

중국 정부가 지난 15일부터 한국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롯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 결정 이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본격화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루만에 7만명이 제주 방문을 취소하는 등 3월 들어 한국관광을 취소한 중국인 선박 관광객이 5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제주도에서는 크루즈 관광객의 하선 거부에 이어 예약 취소가 잇따르는 바람에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생활 터전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베이징을 연상시킬 만큼 중국인들로 왁자지껄했던 서울 명동 거리도 그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매우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내 한국 기업들도 내상이 깊어지고 있다. 롯데마트의 중국 매장 112개 중 상하이(上海) 화둥(華東)법인 점포 51개를 포함해 57개가 영업정지를 당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다른 한국 기업들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드 후폭풍으로 성장률이 1%포인트나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이후 중국과의 관계악화에 대한 우려에도 아랑곳 없이 낙관론만 펼쳐왔다. 당시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중국으로부터 큰 보복성의 조치는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도 “중국의 사드 보복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 언론에서 경제 제재,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말까지도 “(중국 보복을) 공식적으로 볼 정도로 오진 않았다는 점에서 과대 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본격화, 가시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을 공개적으로 먼저 거론해 불안감을 조성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후에 정부의 대응 태도로 봤을 때 고위 당국자들의 인식이 너무 안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한국관광상품 판매금지 조치는 중국 관광당국인 국가여유국의 지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사드 배치와 관계 없는 민간 기업들을 상대로 한 중국의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인 보복은 너무 터무니 없고 폭력적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다보스포럼에서 자유무역을 역설했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말을 참으로 공허하게 만들어버렸다. 이 조치로 여행사를 통한 한국관광 고객 모집은 전면 금지됐다. 한국에 오려는 중국인들은 개인이 직접 비자를 발급받고 항공권을 구입해야 한다. 중국 관광객은 급감할 수밖에 없고 가뜩이나 어려운 호텔·면세점·항공 등 업계의 피해는 급속히 확산될 것이다. 그나마 대기업은 버틸 ‘체력’이라도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계약 파기, 통관 지연 등으로 쓰러지는 곳이 속출할 게 뻔하다. 상황이 이런 데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무기력하다 못해 참담한 지경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중국의 보복 조치가 가시화된 이후 지금까지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외교부는 중국의 한국 관광상품 판매금지 조치가 보도된 지 하루가 지나서야 짧은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보도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며, 사실일 경우 유감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대응 방안도 7개월 째 이어져오고 있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의 되풀이였다. 유 부총리는 며칠 전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해 경제적인 보복을 가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 공식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뚱딴지 같은 소리를 했다. 기업들이 아우성치고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곡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는 마당에 경제수장이라는 사람이 할 소리인지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남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충돌 과정에서 중국이 일본에 가한 전방위 경제보복 조치를 기억한다면 감히 할 수 없는 얘기다. 그 동안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다가 지금 와서 대응할 게 없다는 것은 무능과 무책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기업들은 보복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 외풍을 막아주고 위험을 없애주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사드 보복이 거세진 데는 기업들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탓도 물론 있지만 수출 구조 및 산업 다변화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정부 책임이 더 크다. 정부가 세금을 걷으려면 보다 적극적인 대응으로 사드 보복에 대한 방패막이나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

경제 | 나이스경제 | 2017-03-20 08:15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이 얼마전 서울중앙지검에 슬그머니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6월 대우조선해양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부총재로 있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휴직계를 내고 해외로 잠적한 지 8개월만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낙하산 인사인 그는 검찰 수사를 피해 유럽·미국 등을 돌면서 도피생활을 하다 지난 2월 중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변호사를 선임해 치밀하게 법적 대응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진 그가 탄핵 정국 와중에 검찰에 출두한 속셈은 불문가지다. 탄핵안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정신이 없는 틈을 타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경제계 관계자는 “검찰 조사를 안 받을 수는 없으니 탄핵안을 둘러싸고 나라가 극심하게 혼란스러운 틈을 타 출두해 주목을 조금이라도 덜 받으려고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비난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대우조선이 2015년 5월 자체 조사로 회계 비리 정황을 파악해 3조원대 회사 손실을 공개했으나 제대로 된 회계 조사를 하지 않은 채 대우조선에 2조 2000억원을 지원해 산은에 엄청난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대우조선은 부채비율이 7000%를 넘는 껍데기 뿐인 회사였다. 검찰은 “지난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홍 전 회장을 업무상 배임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피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홍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5년 10월 중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대통령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이 모여 (대우조선 지원을) 결정했으며 산은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홍 전 회장은 2013년 KDB산은 회장에 발탁된데 이어 AIIB 부총재까지 맡는 등 탄탄대로를 달렸다. 부총재 내정 당시부터 실력과 자질보다는 ‘박근혜 경제교사’ 등 이력이 ‘빽’으로 작용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를 증명하듯 정부와 상의 없이 제멋대로 AIIB 부총재직을 내던지는 바람에 국가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정부는 AIIB에 37억 달러(약 4조 2272억원)를 내기로 약속하는 등 엄청난 공을 들인 끝에 얻어낸 부총재 자리를 홍 전 회장에게 맡겼다. 그런데도 그가 돌연 휴직계를 내 물의를 일으키자, AIIB는 이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곧바로 프랑스 출신 국장을 부총재로 승진시켜 한국 몫 부총재 자리를 없애버렸다. 국익을 해치는 것도 모자라 나라 망신까지 시킨 홍 전 회장은 사과는커녕 당장의 비난을 모면하려고 무책임하게 잠적해버렸다. 이런 자격미달의 인사를 요직에 임명한 것은 박근혜 정권의 짬짜미 인사 탓이다. 그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야 할 산은 회장으로 임명됐을 때는 물론 풍부한 국제적 감각이 필요한 AIIB 부총재로 낙점된 직후 부적절한 인사라는 지적이 많았다. 지적은 불행하게도 적중했다. 박근혜 정부의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인사 참사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불상사를 막으려면 권력의 친소관계에 따른 낙하산 인사를 철저하게 배제하는 인사검증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정부는 홍 전 회장이 잠적한 동안 ‘연락 두절’이라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대우조선 지원이 정부 결정이라는 말 때문에 그가 외국을 돌아다니도록 방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이 홍 전 회장의 자진 출두 때까지 무슨 노력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정권 실세가 그의 잠적을 눈감아 준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도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홍 전 회장의 케이스는 낙하산 인사가 나라 경제 뿐 아니라 국제 경쟁력을 얼마나 좀먹고 심각한 해악을 끼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표본이다. 검찰은 모든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먼저 대우조선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산은이 정말 들러리만 선 것인지 파헤쳐야 한다. 홍 전 회장이 산은 회장에 이어 AIIB 부총재직에 오르기까지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경제 | 나이스경제 | 2017-03-06 08:42

정치인들이 우르르 군산으로 몰려간다. 특히 대선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달려가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은 결코 안 된다며 압박한다. 현대중공업이 조선업 불황으로 일감이 떨어져 하반기부터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을 ‘철회’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 14일 군산시로 달려가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반대!’라는 피켓을 들었다. 안 전 대표는 “군산조선소 폐쇄를 앞장서서 막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는 13일 군산시청을 방문해 “무조건 군산조선소 존치를 정해놓고 현대중공업과 담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1일 군산 국가산업단지에 들러 “조선산업은 일시적 수주 부족이 문제일 뿐 세계적 비교 우위를 갖고 있다.”면서 “군산조선소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치적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 구조조정이 수포로 돌아가 기업은 그냥 앉아서 죽을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은 2년 연속 수조원대 적자 끝에 겨우 흑자로 돌아섰지만 아직도 벼랑 끝에 몰려 있다.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회사를 6개 부문으로 쪼개는 분사작업을 진행 중이다.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은 큰 구조조정 계획의 하나이다. 이미 울산조선소에도 빈 도크가 많다. 군산조선소의 사정을 봐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군산조선소에 최소 물량을 배정하라며 현대중공업을 다그친다. ‘수주 절벽’이 지속되면 일부 도크의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기는 울산조선소라고 다르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울산의 일감을 빼서 군산으로 돌리라는 게 말이 되는가. 수주계약 당시 선주가 건조를 원한 조선소를 정치인들이 요구한다고 임의로 바꾸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일부 정치인은 군산조선소를 이윤 창출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봐야 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공기업이라 해도 해선 안될 일을 사기업에 강권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정치인들이 끼어들어 좋은 결과를 낸 적도 없다. 2000년대 초반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정치권은 소위 ‘희망버스’를 앞세워 혼란만 가중시켰다. 당시 한진중공업은 정치인 등 외부인을 차단해야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지난해엔 여야 지도부가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를 찾아가 노조를 들쑤셔 놓았다. 대우조선이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쳐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1997년 외환 위기도 정치권이 기아자동차 구조조정에 개입하면서 촉발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의 주력 업종인 조선·해운·철강산업은 세계경제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줄줄이 적자의 심연 속에 빠져들고 있다. 수주 절벽과 공급 과잉을 풀어낼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구조조정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구조조정에는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째는 고통이 두렵다고 해서 곪은 상처를 내버려둘 수는 없다. 해당 지역 주민들에겐 분명 불행한 일이다. 때문에 과감한 자구 노력이 필요하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으려 한다. 정부와 채권단은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정치권은 한 표라도 얻겠다며 구조조정 저지를 구호로 내세운다.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 정부·채권단에 있다. 하지만 큰 걸림돌은 정치권이다. 정치인들은 구조조정을 경제가 아니라 정치·사회 문제로 접근해왔다. 부실 기업주들은 채권은행이 구조조정에 나서면 ‘실업자 양산’ ‘지역표 이탈’이 우려된다며 정치인들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한다. 경제논리로 풀어야 할 기업 구조조정에 정치논리가 개입하면 결과는 불문가지다. 이제 정치인들도 달라져야 한다. 표만 챙기려다 국가경제를 말아먹을 수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연구원도 연초 “시장 원리에 따라 한계기업을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이 경고를 무시하면 엄청난 화를 부를 수 있다. 세계 조선산업을 쥐락펴락하다 단돈 1달러에 골리앗 크레인을 팔아치워야 했던 스웨덴 ‘말뫼의 눈물’이 남의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

경제 | 나이스경제 | 2017-02-20 08:21

서민물가의 상승세가 무섭다. 통계청이 내놓은 ‘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아우성이 공연한 엄살이 아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2% 올랐다. 2012년 10월(2.1%)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연속 1% 이상씩 올랐다. 식품 등 서민물가는 전년보다 2.4% 오르며 2012년 2월(2.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반면 통계청 가계수지 통계에 따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3분기 월평균 소득은 1년 전에 비해 0.65% 증가에 그쳤다. 이 정도면 그래도 물가 안정세라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딴판이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1년 새 8.5% 오르며 전체 평균을 4배 이상 웃돌았다. 설날을 끼고 수요가 늘어난 당근(125.3%), 무(113.0%), 배추(78.8%) 등 채소값의 오름 폭이 가장 가파르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달걀값도 61.9% 뛰었다.‘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신선식품지수는 전 달에 이어 무려 12.0% 치솟았다. 소주와 라면, 빙과류, 과자 등의 가공식품도 마찬가지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업체들이 앞장서면 이보다 낮은 업체들이 뒤따라가는 식으로 가격인상 대열에 가세한 까닭이다. 여기에다 외식비와 영화 관람료 등 서비스요금도 덩달아 뛰고 대중교통 운임, 지자체의 상하수도료, 쓰레기봉투 등의 공공요금도 올랐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석유류 가격도 8.4% 올라 서민 가계의 주름살을 늘렸다. 정부는 최근의 물가 상승이 지난해 저유가에 따른 ‘기저 효과’(Base Effect)와 AI 여파 등 공급 측면의 일시적 요인 때문이어서 상승세가 곧 진정될 것으로 내다본다. 경기회복으로 수요가 늘어나 물가가 오른 것이 아닌 만큼 인플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론적으로 맞는 얘기일 수 있지만 가계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물가만 급등하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서민들은 그동안 생산 투자 취업 등 각종 경제 지표가 정체되거나 부진한 와중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을 위안거리로 삼아 왔다. 지금의 추세라면 그마저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물가 상승세가 경기 활성화에 따른 수요확대 요인이 아니라 유가와 농산물 등 공급 요인 탓인 만큼 질적인 측면에서도 나쁘다. 정부의 주장처럼 물가가 안정세를 곧 되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찾기 어렵다. 조선업 등 불황이 계속되면서 실업률이 높아지는 데다 김영란법 영향 등으로 자영업자와 종업원들도 퇴출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로 서민들이 돈을 빌려 쓰는 환경도 악화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뛰는 담보대출금리는 내년초 연 4%를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인 1300조원으로 넘어선 상황에서 소득부진과 물가상승이 이어질 경우 민간소비 위축은 불가피하다. 이는 다시 투자부진, 일자리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결국 저소득층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릴 것은 불문가지다.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표방에 따른 세계경제 위축 가능성 등으로 당분간 수출주도형인 한국 경제에 하방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물가 안정은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식물 정부나 다름 없다는 변명은 늘어놓지 말기 바란다. 어설픈 초동대응으로 AI를 사상 최악으로 키운 것만도 울화가 치미는데 서민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물가지표의 착시현상에 속아 지자체들이 공공요금을 앞다퉈 올려도 중앙정부는 방관하고 부추긴다는 말이 나오는 대목에선 아연할 따름이다. 탄핵 정국이 끝나면 곧바로 대선 정국으로 이어져 한동안 사회 혼란이 지속될 게 뻔한 마당에 더 이상 손 놓고 있다간 ‘물가 폭탄’을 맞기 십상이다. 경제 사령탑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물가를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공공요금의 인상을 억제하고, 사재기나 생필품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해 중간 마진을 줄이는 등 정부는 가능한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해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민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경제 | 나이스경제 | 2017-02-06 08:08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20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그는 이날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내놓고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오늘부터 새로운 비전이 미국을 지배한다. ‘미국 우선주의’다. 무역·세금·이민·외교 정책의 모든 결정은 미국 노동자와 가정이 혜택을 누리도록 이뤄진다. 우리의 물건을 만들고 우리의 회사를 훔치며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는 외국으로부터 우리 국경을 보호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우선주의’의 두 가지 원칙으로 ‘미국산 제품을 살 것’과 ‘미국민을 고용할 것’을 제시했다.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철회하는데서부터 이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그리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할 것이다. 만일 NAFTA 파트너들이 미국 노동자들을 위한 협상을 거부한다면 미국은 NAFTA를 탈퇴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무역협정을 위반하고 이를 통해 미국 노동자들에게 해를 입히는 나라들을 엄중 단속하기로 했다. 공정무역을 위한 강력한 싸움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를 되찾고, 미국의 임금을 올리며, 미국의 제조업을 지원할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는 수출 중심의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르는 만큼 한국의 ‘발등의 불’은 통상과 환율 문제다. 국제금융센터는 며칠 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환율 조작 혐의가 있는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보복 조치도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선 수출이 다시 꺾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보호무역주의 추세가 지속할 경우 2017~2020년 연평균 수출 차질 규모가 통관수출 0.8%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란 트럼프의 공약은 단순히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4월과 10월 미국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은 두 차례 모두 ‘환율조작 감시 대상국’에 포함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중이 상반기 8.3%에 이르는 등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트럼프 시대에는 특히 미·중 무역 충돌도 불거질 공산이 매우 크다. 그는 2009년 이후 8년 동안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43%가 대중국 교역에서 발생했으나 위안화가 절하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취임 100일 이내에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검토, 중국의 불법보조금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지적재산권 침해와 같은 불법행위 제재 등을 핵심 통상정책으로 제시했다. 중국이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만큼 미·중관계에 전운이 감돌면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면 한국의 총수출은 0.36%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대중국 수출의 60% 이상이 재수출용으로서 미·중 통상마찰이 심화되면 한국의 대중국 가공무역과 보세무역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트럼프 시대가 만만찮은 과제를 던지지만 오히려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트럼프 정부는 성장률 3%를 목표로 수출 촉진이나 인프라 재정비 등을 통한 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 법인세 인하나 규제개혁을 통해 국내외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진출 확대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달인’이다. 정부 당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카드를 들이밀지 예상할 수 없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해야 한다. 다양한 채널로 트럼프 측 인사들과 상시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진의를 파악하는 혜안도 있어야 한다. 동맹인 한국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미국의 입장을 적극 활용하는 강경책도 때에 따라서는 필요하다. ‘불확실성’의 트럼프 시대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선제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경제 | 나이스경제 | 2017-01-23 08:08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새해 벽두까지 살처분된 닭·오리 등 가금류가 30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역대 최악인 2014년의 가금류 살처분(1446만 마리)보다 배나 더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역대 최고 속도의 AI 확산과 경제적 피해’ 보고서에 따르면 AI 감염으로 닭 사육농가가 키우는 닭의 20%인 3305만 마리가 살처분되면 피해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살처분·생산감소 등 농가피해 3342억원, 정부지출 2374억원, 사료산업 5억원, 육류·육가공업 3709억원, 음식업 416억원 등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특히 달걀을 생산하는 산란계체는 사육두수의 32%를 넘어선 2245만 마리, 산란종계는 50%에 이르는 41만 마리가 살처분돼 산란계의 국내 기반 자체가 맥없이 무너졌다. 달걀값이 급등하고 일부 매장에선 달걀 품귀 현상까지 나타난다. 그나마 AI 신규 의심 신고가 하루 평균 2건을 넘지 않아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AI 감염 철새가 돌아다니고 있는 만큼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AI를 어디 한두 번 겪었는가. 해마다 겨울철에 반복되지만 발생 원인이 야생 철새라 원천 차단은 쉽지 않은 편이다. 그렇지만 AI 대재앙이 초래된데는 초동 방역에 실패하고 늑장 대응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국정 공백의 장기화로 정부의 선제적 대응과 후속 조치가 부실했던 탓이다. 정부는 AI 의심 신고가 접수되고도 한 달 뒤에야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방역 당국이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데다 방역을 하면서도 그마저 허점투성이였다. 겨울철에는 효과가 없는 소독제를 사용해 시간만 낭비하는가 하면, AI 발생 농장에 외부 차량이 드나들어 방역에도 구멍이 뚫린 경우가 허다했다. 국민안전처 감찰에서 적발된 사례를 보면 AI 발생 이후 군청 내 방역대책본부를 문서상으로만 설치하고 운영하지 않은 지자체도 있었다. AI 발생지 반경 3㎞ 안에 거점소독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거나, 차량 운행이 뜸한 야간에 근무가 소홀한 사례도 적발됐다. 부실 대응으로 번번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도 정부는 최소한의 학습효과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철새 탓만 하며 우왕좌왕하다가 AI 차단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쳐 재앙을 키운 셈이다. 일본의 경우 AI가 확진되자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나섰고, 방역 지시 다음날 새벽부터 공무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방역 작업에 들어가 피해 확산을 줄였다. 다급한 정부는 AI 피해를 줄이기 위해 ‘휴업보상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AI 피해가 확산할 때마다 매번 검토해 왔지만 지난해 11월 발생한 AI로 가금류 살처분이 3000 마리를 돌파하는 역대 최악의 피해가 발생하자 다시 휴업보상제 카드를 꺼내려고 만지작거리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휴업보상제에 대해 결정된 바는 없지만 검토는 하고 있다”며 “1월 중으로 (도입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휴업보상제는 AI 확산 가능성이 큰 겨울철에 가금류 사육을 금지하는 대신 농가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AI 방역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오죽하면 이런 방안을 구상할까라고 이해는 되지만, 전염병을 감당할 수 없으니 화근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에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휴업보상제는 가축 전염병 대응 방안 가운데서도 극약 처방이다. 백방으로 손을 써 봐도 묘책이 없을 때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하는 정책 방안이라는 얘기다. 휴업보상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될 경우 소비자들이 신선한 닭·오리를  사먹을 수 없다는 점도 있다. 그렇다고 휴업보상제의 효과가 담보된 것도 아니다. 살처분 보상금 못지않은 예산이 소요되고, 대상지역 선정도 쉬운 문제가 아니다. 휴업보상제를 어쩔 수 없이 채택하더라도 아직은 시기상조다. 소를 잃었으면 마땅히 외양간부터 고쳐야지 아예 소를 사육하지 않겠다는 발상은 너무 무책임하다. 우선 부실과 늑장 대응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방역 매뉴얼을 제대로 정비하는 게 급선무다.

경제 | 나이스경제 | 2017-01-09 0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