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하림 기자] 쿠팡이 3년 안에 로켓배송 권역을 국내 전지역으로 넓히겠다고 선언했다.

로켓배송은 쿠팡의 익일배송 시스템이다. 소위 ‘쿠세권’이라고 불리는 로켓배송 가능 지역은 현재 전국 시군구 260곳 중 182곳(인구 기준 70%)이다. 쿠팡은 2027년까지 로켓배송 권역을 230여개 시군구로 넓혀, 5000만명 이상이 로켓배송을 받아볼 수 있게 하겠다고 27일 밝혔다.

이를 위해 쿠팡은 물류에 3조원을 투자해 신규 물류센터를 설립하고 첨단 자동화 기술을 도입한다. 구체적으로는 2026년까지 부산, 대전, 광주, 울산, 김천, 제천, 이천, 천안 등 8곳 이상 지역에 신규 물류센터를 오픈하기로 했다.

쿠팡은 10여년간 6조2000억원을 들여 현재의 로켓배송 권역을 구축했다. 여기에 3조원을 추가 투입한다는 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과감한 투자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연내 물류센터 건립을 위해 2억 달러(약 2697억원)를,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오카도 자동화 물류센터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이미지 = 쿠팡 제공]
[이미지 = 쿠팡 제공]

쿠팡은 현 상태만 유지해도 충분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지난해 쿠팡은 31조8298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국내 유통기업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연간 영업이익 또한 6174억원을 기록하며 창립 후 처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게다가 수요가 집중된 도시는 이미 대부분 ‘쿠세권’에 들어왔기 때문에 이 이상 투자해도 큰 리턴은 얻기 어렵다.

그럼에도 쿠팡이 투자를 감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쿠팡이 물류 취약 지역에 투자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쿠팡에 따르면 로켓배송이 확대될 지역 대부분은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전체 89곳)이다. 지금은 그 중 17곳에서만 로켓배송을 운영하고 있지만, 3년 뒤엔 60곳 이상으로 확대된다. 전남 구례·곡성, 전북 진안·장수·임실·순창, 경북 영양 등 지방 소멸의 마지노선인 인구 3만명 이하 지역들도 포함된다.

쿠팡은 배송망 확대로 쇼핑 편의성이 증대되면 청년층이 지방에 유입되기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신규 물류센터를 세우는 것으로 지방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쿠팡은 신규 물류센터당 수백명에서 수천명을 고용하게 된다.

쿠팡이 중국발 온라인 쇼핑몰들의 공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의 성장세는 심상치 않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18만명으로 쿠팡(3010만명)에 이어 온라인 쇼핑몰 2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최근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사업 전반에 11억 달러(약 1조4836억원)를 투입하겠다는 투자계획서를 한국 정부에게 제출했다. 쿠팡이 알리익스프레스의 딱 2배 되는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서용구 교수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알리바바그룹은 덩치가 큰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쿠팡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국내 온라인 유통업계는 쿠팡과 알리익스프레스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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