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하림 기자]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에는 부동산이 없다. 수년 전 본사 사무실을 없애고 임직원 전원이 가상오피스 ‘soma’(소마)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마는 2021년 7월 직방이 자체 개발해 선보인 가상오피스 플랫폼이다. 직방은 소마를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임시변통용이 아닌 ‘차세대 먹거리’로 키워냈다. 소마에는 직방 외에도 교원·AIF·아워홈 등 20여개 회사가 입주해 있다. 일일이용자수(DAU)도 1500여명에 이른다.

3년여간 베타서비스를 운영하며 노하우를 쌓은 직방은 다음달 1일부터 소마의 유료 입주사를 모집한다. 직방 소마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김희조 매니저는 기업들의 서로 다른 니즈를 파악해 거둔 성과라고 자평했다.

그는 소마만의 경쟁력으로 ‘오프라인과 같이 구성원들을 연결하는 것’을 내세웠다. 직방이 그려내는 이상적인 근무 형태는 어떤 모습일까. 김희조 매니저에게 직접 들어봤다.

김희조 매니저. [사진 = 직방 제공;]
김희조 매니저. [사진 = 직방 제공;]

- 직방이 가상오피스를 개발한 이유는 무엇인가.

■ 코로나19 유행 기간 글로벌 기업 대다수가 원격근무를 시행했다. 직방 또한 화상 미팅 툴 등을 이용해 전원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의사소통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회의가 있을 때만 잠시 연결될 뿐, 상시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 업무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고 느꼈다.

이를 계기로 오프라인 환경과 비슷하게 구성원들을 연결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잘만 만들면 높은 시장 경쟁력은 물론, 엔데믹 이후에도 원격근무 체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마의 근무 환경은 현실과 비슷하게 구축돼 있다. 이용자가 소마에 로그인하면 가상공간 내 프롭테크타워 앞 도로에 도착한다. 사무실 출근을 위해서는 방향키로 아바타를 움직여 건물 1층 로비 엘리베이터로 향해야 한다. 가는 길에 동료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순간이동이나 채팅 기능은 없다. 직접 방향키를 움직여 다가가야 동료의 실제 얼굴을 볼 수 있고, 말을 걸 수 있다. 출근하자마자 짧은 팀 회의를 하는 것, 라운지에서 담소를 나누는 것, 누군가의 자리를 직접 찾아가 간단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까지 현실과 유사하게 만들었다.

- 소마 개발에 있어 벤치마킹 모델이 따로 있었나.

■ 소마를 개발할 당시 가상오피스라는 개념은 새로운 것이었고, 온라인상에서 협업이 가능한 플랫폼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소마의 기획은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실제 사무 공간을 벤치마킹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단순히 업무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오프라인 사무실에서의 근무환경을 옮겨놓은 것과 같은 효과를 이용자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거기에 더 넓은 개념의 협업과 근무가 가능한 공용 오피스를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가상 오피스 소마의 내부 모습. [사진 = 직방 제공]
가상 오피스 소마의 내부 모습. [사진 = 직방 제공]

- 소마를 사용하며 불편했던 점이 있었나. 이를 개선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 처음에는 이용자들이 가상오피스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바타 위에 자신의 얼굴을 띄워 놓는 것이나, 실제처럼 가벼운 담화를 나누는 상황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소마는 다양한 공간과 기능들을 추가해서 자유롭게 사무실 안을 돌아다니도록 돕고자 했다. 우선, 바 테이블이나 자율좌석을 곳곳에 배치해 오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또한 동료 이름을 검색해 접속 여부 및 대화 가능 여부 등을 미리 파악하고 쉽게 동료에게 이동할 수 있도록 내비게이션 및 검색 기능을 추가했다. 아바타의 이모지 표현을 추가해 가벼운 소통도 가능하도록 했다.

- 가상 오피스 운영을 통해 얻은 성과가 있다면?

■ 지금의 소마를 만들기까지 많은 고개를 지나왔다. 첫번째 국내 기업 고객을 유치했던 것, 글로벌 기업 고객을 처음 유치했던 것, 300명 이상의 타운홀 미팅이 가능한 이벤트 장소를 요구했던 글로벌 기업들의 요청사항을 해결했던 것까지. 이 과정에서 정기적·비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입주사를 총 40여개를 유치하기도 했다. 누적 이용자 수는 2023년 10월 기준으로 2만여명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성과라면 유료 회원사 모집을 개시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많은 기업의 서로 다른 니즈를 파악하는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입주 기업들의 만족도를 취합하고 있나.

■ 모든 이용자의 피드백과 개별적으로 필요한 요구사항들을 취합하고 그에 맞는 기능을 기획, 개발, 적용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입주 기업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인 니즈를 파악하고 맞춰주는 것을 넘어 어떤 기업이라도 소마에서 쉽게 일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수익화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뗐다. 시장성이 얼마나 있다고 판단하는가.

■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이 원격근무·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형태에 이미 익숙해졌으며, 이를 활용하는 데에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고 본다. 가상오피스 시장도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기업의 다양한 니즈에 맞춘 소마만의 업무공간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

- 코로나19 유행이 끝나며 재택근무가 줄어드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마의 경쟁력은 어떻게 발휘될까.

■ 엔데믹 이후 사무실로 복귀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한다. 모든 기업이 100% 원격근무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업무의 종류나 필요에 따라 부분적으로 소마를 활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국내외 기업들의 근무환경을 살펴보면, 본사 사무실 외 지역에서 근무하는 동료들과 소통해야 하는 경우 또한 늘어나고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제를 도입한 기업도 메신저 정도만 사용하면서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것보다 소마를 사용해 소통하고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소마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탄생했지만, 이제는 모든 유형의 업무 방식에서 사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온라인 가상오피스 솔루션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 구체적인 해외 마케팅 전략이 세워져 있나.

■ 아직 글로벌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진 않다. 국내 및 해외에서 다양한 기업들을 두드리며 기회를 물색하고 있다. 차근차근 성과를 만들어간다면 글로벌 캠페인을 통해 더 많은 글로벌 기업들을 유료 회원사로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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