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올 들어 주택 가격이 하락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아직 높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인식 하에 주택공급 정책도 당초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격 하락세가 심상치 않음을 들어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일각에선 거래 절벽이 더 큰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택 가격 하락세는 한국부동산원이 매달 집계해 발표하는 실거래가격지수를 통해 가늠해볼 수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간 중 누적된 전국과 서울·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각각의 지수 하락률은 전국 5.16%, 서울 6.63%, 수도권 7.65% 등이었다. 거대 권역별로 따져보았을 때 올해 1~8월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 누적 하락폭이 가장 컸음을 알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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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한 달 동안의 내림폭도 만만치 않았다. 8월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의 전월 대비 하락률은 전국 1.88%, 서울 2.56%, 수도권 2.53% 등이었다. 하락폭은 전달에 비해 모두 줄어드는 모습을 드러냈다. 7월의 지역별 하락률은 전국 2.48%, 서울 3.94%, 수도권 3.58% 등이었다.

올해 8월까지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2006년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8월 하락률에 국한하면 서울에서는 강남 4구가 포함된 동남권이 3.16%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영등포와 양천·강서구 등이 포함된 서남권은 2.80%, 통칭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포함하는 동북권은 2.41%, 은평·마포·서대문구를 품은 서북권은 1.66%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실거래가격지수 하락세는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 시대가 도래한 만큼 주택매입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데다 집값 하락기를 맞아 주택 수요도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까지 신고된 거래 정보를 토대로 전망한 결과 9월의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전국의 예상 지수는 각각 -1.82%와 -1.48%였다.

한국부동산원이 매달 집계해 발표하는 아파트 등 주택 실거래가격지수의 산정 대상은 조사 기간 중 거래 신고가 두 번 이상 발생한 동일한 아파트의 가격변동률 등을 토대로 산출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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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또 거래가 이뤄진 달부터 그 다음 달까지 신고된 건을 대상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대략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산출된다. 예를 들어 8월 실거래가격지수는 8월에 거래가 이뤄졌고, 8~9월 중 신고가 완료된 주택을 대상으로 산출된 수치다. 이 같은 이유로 실거래가격지수는 적시성 면에서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격 흐름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용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2017년 11월을 100으로 삼은 뒤 이를 기준 삼아 산출된다. 이렇게 산출된 8월의 전국, 서울, 수도권의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차례로 134.5와 170.5, 그리고 155.2를 나타냈다. 서울 아파트를 예로 들면 올해 8월 가격이 2017년 11월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수준까지 올랐음을 알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으로서 시장동향을 보수적으로 판단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서울 집값이 5년 전에 비해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를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해 국토부에 제출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 시장동향 조사 자료를 두고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 자료에만 의존하느라 시장동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자주 받았다.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7월부터 부동산 시장동향을 조사할 때 표본수를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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