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은 남자다. 꽃미남, 짐승남 등 남자에 대한 수없이 많은 수식어가 남발되는 요즘이지만, 유독 그에게는 이 ‘남자’라는 담백한 단어 하나만이 어울린다. 그는 정말 제대로 된 ‘남자의 향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깊고 진해서 어느 순간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을 만큼 중독되어 버리는 향기를 말이다. 또한 흰 와이셔츠처럼 군더더기 없는 매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섣불리 유행을 좇지도 않고, 시대에 맞게 발 빠르게 변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결코 지루하지는 않다. 언제, 어디서나 어울리는 흰 셔츠처럼 익숙하지만 매번 새로운 느낌을 주는 윤계상, 그를 만나보자.

▶ 카리스마와 유머러스, 두 얼굴을 지닌 남자
윤계상의 얼굴을 보다보면 참으로 ‘직선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굵고 진한 눈썹이 한 일(一)자로 뻗어 있는데다가 쌍꺼풀 없는 눈 역시 길게 찢어져 있다. 두툼한 입술 역시 꾹 다물고 있으면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는 일직선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굉장히 남성적이고, 진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또한 말 수도 적고, 쉽게 말을 걸기도 어렵게 느껴진다. 무표정으로 있을 때는 무거워 보이기까지 해 더욱 접근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한 순간 ‘깨지는’ 때가 있다. 바로 그가 활짝 웃을 때. 윤계상은 누구보다도 환하게 웃을 줄 아는 남자다. 굳게 다문 입과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가 일시에 풀리면서 흡사 하회탈 같은 모습이 된다. 이런 변화는 실로 쇼킹한 것이라 사람들은 얼떨떨해 할 수밖에 없다. 하도 해맑게 웃는지라 보고 있으면 같이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가 되는 사람이 바로 그, 윤계상임을 쉽사리 믿을 수 없어서이다.

그는 자신이 가진 카리스마 못지않게 사람을 웃게 만드는 재주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윤계상은 god시절 여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통해 고유의 개성과 유머감각을 선보이며 많은 팬들을 만든 바 있다. 한없이 진지하고 묵직한 남자의 얼굴로 있다가도 어느 순간 농담도 하고, 장난치며 파안대소 하는 야누스적인 매력에 여심(女心)이 흔들린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그의 매력은 첫 연기 작품 <형수님은 열아홉>에서 빛을 발했다. 여주인공에게 싸가지 없게 대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는 상냥한 모습과 터프한 모습이 대조되면서 맞춘 옷 인양 잘 어울린 것이다.

원래 카리스마와 유머러스한 감각, 이 둘은 여자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남성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둘 중 하나만 갖기도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그렇기 때문에 둘 다 가진, 즉 ‘멋있으면서도 웃긴’ 이 남자에게 빠져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할 수 있다.

▶ 아이돌에서 남자로 돌아오다
그의 첫 영화였던 <발레교습소>속 민재는 그 당시 윤계상과 같은 모습이었다. 수능이 끝난 고3처럼, 이제 막 아이돌 가수에서 배우로 탈바꿈한 그는 어설프고 불완전한 ‘민재’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일종의 성장통을 다룬 영화에서 윤계상 역시 성장통을 겪은 셈이다.

그렇게 그가 영화 <발레교습소>를 끝으로 군에 입대하면서 “열심히 하고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을 때, 사실 그 이후를 기약하기란 쉽지 않았었다. 아이돌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결심한 군 입대였고, 그만큼 주변의 우려도 클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그는 제대와 함께 바로 복귀작을 선택했다.

이미연과 호흡을 맞춘 드라마 <사랑에 미치다>는 자신이 실수로 죽인 남자의 약혼녀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연기 내공이 높은 여배우와 연기력의 격차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게 된 극 중 채준의 복잡 미묘한 감정선을 과연 잘 소화해 낼 수 있을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러모로 제대 후 첫 작품으로 삼기에는 그 무게가 상당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랑에 미치다>를 통해 완벽한 남자로 거듭나게 되었다. 자신의 실수로 사람을 죽이게 되면서 채준이 겪었을 고통과 죄책감, 한 여자를 깊게 사랑하는 순정파의 모습 등을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연기의 폭을 한층 넓혔으며, 이 시점부터 완벽하게 ‘아이돌 출신’꼬리표를 떼고 배우이자 ‘남자’ 윤계상이 될 수 있었다.

▶ 아름다운 ‘고집’이 있는 남자
그가 출연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대중은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흥행성이 보장된 자극적인 액션이나 멜로가 아닌, 어딘가 마이너적인 감성을 담은 작품을 골랐기 때문이다.

그는 <비스티보이즈>에서 NO.1 호스트, 승우를 연기했다. 승우가 텐프로 여성 지원(윤진서)을 만나면서 서서히 무너져가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에서 윤계상이 지원에게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장면은 다소 사이코처럼 보이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그가 가져온 이미지를 단박에 잃을 수도 있는 배역이었다. 또한 완성된 편집본에서 자신의 연기 분량이 40분가량 잘려나가면서 배우를 지속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에 빠지게 된 계기를 주었다. 긴 방황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다시 연기를 하겠다.’였다. 그런데 다시 고르게 된 작품 역시 대중의 기대와는 어긋난 것이었다.

<집행자>는 ‘사형’이라는, 그야말로 껄끄러운 소재를 다룬 작품이었다. 그는 난생 처음 사형을 집행하게 된 신임 교도집행관역을 맡아 연기를 펼쳤는데, 사형 집행 전 극도의 심리적 불안감을 표현해야만 했다. 연기 자체는 좋았으나 워낙 민감하고 논란거리가 많은 소재인 탓에 대중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보기에 불편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 출연 여부와 관련해 윤계상은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누구보다 자신이 내린 결정을 믿는다는 그는 이제 아름다운 ‘고집’을 가진, 올곧은 배우의 기운을 내뿜고 있다.

그는 god 시절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다른 이들이 오히려 그의 과거 이야기를 한 적이 많았을 정도로 스스로에 대한 말을 아끼는 편이다. 그것이 오히려 ‘과거를 부끄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과거를 추억하면서 그때에 매달리는 것은 현재의 상황을 외면하는 것 같기 때문이라는 것. 그렇게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당당히 자신의 자리에 서 있는 그에게선 이제 익숙하고도 낯선, 남자의 향기가 풍기고 있다. 나이스경제=이경민기자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