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전망이다. 축구공 하나로 전 세계인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월드컵 시즌이 시작되었기 때문. 4년을 기다린 만큼 밤잠을 설쳐도 좋고 응원하다가 목이 쉬어버려도 좋다. 특히 우리나라는 발달된 인터넷과 독특한 거리응원 문화를 가지고 있어 월드컵 개최국이 아님에도 현지의 열기를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월드컵을 즐기는 방법은 관전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증명하는 사람들, 세 가지 유형으로 추려봤다.

▶ 열혈 거리 응원파
모든 경기를 실외에서 시청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타입. 축구 경기장이나 광화문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선호한다. 이들의 특징은 곧 죽어도 ‘튀어야 산다!’다. 남들 다 입는 빨간 티셔츠로는 성이 차지 않아 온갖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튀는 패션을 창출해낸다. 기성복을 리폼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이한 응원도구와 액세서리까지 풀세트로 장착하고 거리를 활보한다. 여성들의 경우 이 때다 싶어 평소라면 꿈도 꾸지 못할 시원한 노출을 감행하기도 한다. 허리라인과 등, 가슴 등을 과감하게 드러내어 몸매를 과시하는 바람에 간혹 ‘월드컵 응원녀’라는 타이틀을 달고 화제가 되기도 한다. 세 가지 유형 중 가장 열렬하며 육체파적인 성격이 강하다. 좋은 응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대낮부터 돗자리를 깔고 대기하는가 하면 평소 축구에 관심 없던 아줌마나 어린이들마저 ‘붉은 악마’로 변신하여 응원 대열에 참가하게 만든다. 애국심을 표출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 월드컵 비교분석 파
열혈 거리 응원파가 ‘육체파’, '행동파'에 속한다면 월드컵 비교분석 파는 ‘지능형’, ‘두뇌형’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월드컵 비교분석 파’는 거리 응원 같은 직접적인 열기보다는 월드컵에 출전한 나라, 선수들을 비교분석하여 ‘깨알 같은’재미를 선사하는데, 최근 화제가 된 ‘차두리 로봇설’이 대표적이다. 차두리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차범근 아바타’, ‘차미네이터’등의 별명을 가지며 누리꾼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 뿐 아니라 외국선수들 역시 인터넷에 회자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경기 중 넘어지면서 벗겨진 경기장의 잔디를 다시 까는 매너(?)를 보여주어 네티즌들로부터 ‘잔디남’이라 명명된 그리스의 카추라니스 선수, 브라질과의 맞대면에서 ‘인민복근’을 선보여 짐승남의 칭호를 얻은 북한의 지윤남 선수 등 월드컵 장외 인기남들의 활약이 계속 되고 있는 것. 선수들도 선수들이지만 인터넷상에서 끊임없이 재생산하여 웃음을 주는 것은 순전히 ‘월드컵 비교분석 파’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활동이 의미 있는 것은 월드컵을 단순히 국가, 선수들 간의 경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즐기는 축제로서의 의미를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단순한 승패에 상관없이 월드컵 자체를 즐기려는 성격이 강하다. 우리나라 경기 뿐 아니라 좋아하는 나라 및 선수의 경기를 빼놓지 않고 보는 ‘축구마니아’들이 이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 ‘제사보다 잿밥’ 챙기기 파
월드컵의 경기 결과, 즉 ‘제사’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부류다. 주로 월드컵 기간을 이용하여 이성에게 접근할 기회를 노리거나 장사를 통해 실질적인 이득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이에 속한다. 또한 거리 응원 시 맘에 드는 이성 옆에 자리를 잡은 뒤 골이 터지거나 승리가 확정되었을 때 끌어안는 등의 스킨십을 시도하려는 엉큼한 무리들도 포함된다. 남들이 경기를 즐길 동안 옆에서 음식이나 응원도구를 팔거나 음식점, 호프집 등 월드컵과 연관된 매상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월드컵이 열리는 기간 동안 경기도 즐기고 돈도 버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열혈 거리 응원파’에서 언급되었던 ‘월드컵 응원녀’들은 그 실체가 연예인 지망생으로, 월드컵을 이용하여 홍보 전략을 편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아 이 역시 ‘잿밥’에 관심 많은 부류로 꼽을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핫이슈로 떠올랐던 ‘미스 월드컵’ 가수 ‘미나’를 포함하여 2006년 독일 월드컵 때의 ‘엘프녀’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 월드컵 기간 동안에 화제가 된 ‘그리스 응원녀’, ‘상암동 응원녀’등 역시 모두 연예인 지망생이거나 현직 연예인인 경우에 속했다. 물론 외모가 출중하다보니 카메라에 잡혔을 확률도 있지만 그 타이밍이 너무도 절묘(?)하여 네티즌 수사대의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주목을 받고나면 그것이 조작이든 아니든 인지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연예계 진입과 활동이 더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어 ‘잿밥’의 덕을 톡톡히 보게 된다. 나이스경제=이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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