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여성 직장인 최모씨(29)는 요즘 자주 악몽에 시달린다. 정시 출근하지 못하고 지각하는 꿈에서부터 벼랑에서 떨어지고, 무거운 바위에 가슴이 눌리고, 심지어는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등 그 꿈의 종류도 다양하다. 새벽녘에 악몽을 꾸다가 식을 땀을 흘리며 화들짝 놀라 깬 것도 한 두 번이 아니다. 그저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자위하고 있으나 악몽을 꾸고 나면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등 영 개운치 않다.

최근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이들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예부터 잘 자는 것은 잘 먹고, 잘 싸는 것과 함께 중요한 건강의 척도였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과거에 비해 수면장애에 훨씬 더 고통 받고 있다는 보고다. 심각한 수면 장애까지는 아니지만 숙면을 방해하는 것에는 악몽도 있다. 요즘 악몽에 시달리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악몽이란 안구가 움직이는 단계의 렘(REM) 수면 단계에서 무서운 꿈을 꾸는 것이며 대개의 경우 다음날 기억이 난다. 악몽은 수면장애의 일종으로 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나 급격한 환경변화 시에 나타날 수 있다. 악몽을 자주 꾼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악몽과 건강과의 상관관계는 없는 것일까.

지난 6월 악몽을 자주 꾸는 사람은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같은 정신관련 질환을 겪을 위험이 5배가량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었다. 독일 정신건강중심연구소 마이클 슈레들 박사팀은 9천명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평소 악몽을 얼마나 자주 꾸는지, 그리고 정신건강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가운데 5.1%가 1주일에 적어도 1번은 악몽을 꾼다고 밝혔다. 악몽은 주로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누군가에게 심하게 쫓기고 ■몸이 완전 마비돼 꼼짝 못하거나 ■중요한 행사에 지각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지거나 죽어버리며 ■무서운 영화를 보고 ■맡은 일을 끝내지 못하는 꿈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악몽을 자주 꾸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정신관련 질환을 겪을 위험이 5.7배로 높다고 말한다. 악몽을 자주 꾸는 사람의 경우 불면증 위험이 높고, 낮 시간에 피로함을 많이 느끼고 두통과 함께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악몽은 남녀의 성별차도 있다. 몇년전 웨스트 잉글랜드 대학교 연구팀이 17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악몽을 더 자주 꾸고 수면 장애 또한 많이 발병한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이 최근 악몽을 꾼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19%와 30% 가량이었다고 한다. 꿈을 꾼 횟수는 남녀 모두 비슷했으나, 악몽을 꾼 횟수나 수면 장애 등은 여성에게서 더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들이 생리주기에 따라 체온이 변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불면증을 비롯한 수면장애가 발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면클리닉을 운영하는 한 전문가는 “악몽은 우울증 환자에게 잘 나타나는 등 심리적 정신적, 환경적 요인 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빈번한 악몽은 정상적인 숙면을 방해해 환자의 삶과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악몽이 너무 잦다면 전문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나이스경제=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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