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여섯 살 아들을 둔 김경미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머지않아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할 아들이 너무 수줍음을 많기 타기 때문이다. 남 앞에서는 무조건 나서지 않으려는 아들이 이런 성격을 고치지 않았다간 초등학교 생활은 물론 대성해서 사회생활에도 큰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여 속이 상한다. 가끔 남편이 하도 답답해 “남자는 그러면 안 된다.”며 타이르기도 하고 더러는 혼쭐을 내기도 했으나 아이는 요지부동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 움츠러드는 모습이었다.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태권도 등 운동을 시키려고 고민하고 있다.

비단 이것은 김경미씨만의 고민은 아니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어린 자녀를 둔 모든 부모들의 한결같은 고민거리다. 특히 생존경쟁이 치열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독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부모로서는 “우리 아이가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을까?”하며 걱정하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실제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드러났다. 성인이 돼도 다른 사람들에게 덜 인기가 있으며 덜 행복하다. 결혼 상대자를 만나는 데도 더 많은 시간과 어려움이 따르고 반대로 알코올 등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높다고 한다. 수줍음을 타는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수줍음에 대한 부모의 태도와 양육방법이다. 아이가 수줍음을 탄다고 해서 너무 꾸짖거나 야단을 치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가 너무 조급한 마음으로 서둘러 일을 그르치는 사례가 많다.”면서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인 접촉을 늘려나가야지 무조건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늘리게 되면 아이의 머리에는 타인과의 만남이 더 괴롭고 무서운 것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수줍음을 타는 아이에게 어떻게 자신감을 키워줘야 하는 것일까?

심리학 교수이자 아동문제 전문상담가인 제리 위코프는 ‘아이를 변화시키는 비결’에서 “역할 놀이를 통해 남과 어울리는 연습을 시키면서 수줍음 많은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개 부모들은 논리적으로 아이를 설득하려고 하는데 아이들은 인지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 논리적 설명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부모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더 위축된다는 것. 따라서 아이들은 생각보다는 행동에 초점을 맞춰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소견이다.

가령 아이가 다른 친구를 만나고 오는 날에는 좋아하는 것을 주거나 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사람을 만나는 것과 즐거운 느낌을 연결 짓게 되면서 나아질 수 있다. 아이들은 생각이 안 바뀌어도 행동이 바뀌고 다른 경험을 갖게 되면 생각은 절로 바뀌게 된다. 또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기 보다는 “누구나 처음에는 부끄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괜찮아진다.”는 등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읽어줌으로써 스스로의 감정을 파악하게 되고, 이러한 감정을 다루는 방법, 그리고 대안을 모색하도록 하는 것이 이롭다. 부모가 아이의 수줍음을 극복할 수 있게끔 동기 부여를 시켜줘 사회 활동이 재밌고 자신에게도 유익한 것이라고 느끼게끔 도와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들의 절반 정도는 초등학교 입학 뒤에는 정상적인 사회성을 드러낸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만나는 것을 극구 기피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이스경제=최윤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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