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이 끝내줘요.”외치다가 식도 생명까지 끝내게 된다.

부쩍 차가워진 바람에 옷깃 여미며 너도 나도 따끈한 국물을 찾게 되는 요즘. 길거리에 심심찮게 눈에 띄는 포장마차의 어묵 국물은 퇴근길의 한 줄기 위안이 된다. 그런데 수증기 폴폴 피어 올리는 뜨거운 어묵 국물이 우리 치아와 식도엔 그리 반가운 손님은 못 된다.


“아, 시원하다.”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펄펄 끓는 얼큰한 국물이 한국인 위장에 그다지 좋지 않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뜨거운 국물이 치아와 식도에 까지 악영향을 끼친다니, 의외의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무시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뜨거운 국물의 경우 주로 육류를 우려내기 때문에 주성분이 기름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름기는 치아 표면이나 칫솔이 잘 닿지 않는 곳까지 침투해 들러붙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칫솔질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하면 국물의 잔여물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치과 질환을 불러오게 된다.

매끼니 마다 한 가지 이상의 국물을 주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한국인의 경우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게다가 고르지 못한 치열을 가졌다면 치아가 겹쳐지거나 벌어진 틈새에 기름기가 들러붙어 웬만한 칫솔질로는 제거가 어려워진다. 충치의 원인은 구강 내 서식하는 세균이 당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성 물질을 생성시키기 때문인데 기름기가 장시간 치아에 붙어 있다 보면 세균이 증식하면서 이 산성 물질을 다량으로 내뿜게 되고, 결국 충치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게 이지영 치의학 박사의 지적이다. 국물은 치아 틈새로 잘 스며들어 치아 표면의 충치를 신경 부근까지 이동시켜 통증을 더욱 악화시킨다. 그것이 펄펄 끓는 뜨거운 국물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미 치주염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뜨거운 국물은 멀쩡한 잇몸까지 자극해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장기간 사용한 보철물 또한 섭씨 85도 이상의 국물에 손상되기 쉽다. 국물의 높은 온도로 마모 또는 변형이 일어나는 것이다.

어디 이 뿐이랴. 뜨거운 국물이 지속적으로 식도를 자극하게 되면 단순한 염증을 넘어 식도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식도암은 한번 걸리면 80%가 5년 안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암으로 분류된다. 식도는 길이가 약 25cm로 목구멍과 위장을 연결하는 도관인데 이 식도의 내피에서 식도암이 발생한다. 입을 통해 섭취되는 뜨거운 국물은 식도의 내피가 자극을 받는 만큼 염증에 의한 세포 변형으로 악성종양, 즉 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너무 뜨거운 음식은 음주만큼이나 자극적이어서 마치 혓바닥을 데듯이 식도안도 데게 된다. 요즘 같은 날씨에 뜨거운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절대 급하게 먹어서는 안 되며 천천히 식혀서 먹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직장인의 애환을 달래주는 뜨거운 국물에 소주 한잔은 자신의 치아와 식도의 건강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잘못된 선택이다. 굳이 피할 수 없을 때는 전문가의 충고대로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류로 치아의 이물질을 꼼꼼히 제거하고 뜨거운 국물은 충분히 식혀 먹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안나기자 / 도움말= 치의학박사 이지영,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동일 교수,국립암센터

<기사더보기>

하루에 담배 몇 개비 피우세요?

내 '습관'이 '병'을 만든다굽쇼?

10초 만에 짜장면 먹기, 당신도 가능할까?

칫솔, 아직도 그대로 쓰고 있나요?

야구장 석면검출, '백색공포'가 이렇게 가까이에!

슈퍼푸드 '아사이베리', 얼마나 좋기에?

앗, 얼굴에 무좀이?!

얼마나 자주 때를 미나요?

'몸짱' 되려면 헬스보충제 하나쯤은 먹어줘야지?

가을 자외선, 때로는 봄볕보다 무섭다?

가을에 살이 찌는 이유는?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