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가 되면 으레 나오는 질병과 증상들이 있습니다. 남성갱년기라는 증상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성갱년기가 있는데 남성갱년기가 있다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솔직히 남성갱년기 관련 보도를 보면 웬만한 중년남성들은 공연히 걱정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증상이 웬만한 중년 남성이라면 거의 다 해당되는 까닭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성욕이 줄었습니까? △무기력합니까? △근력 및 지구력이 감소했습니까? △키가 다소 줄었습니까? △삶의 의욕과 재미가 없습니까? △슬프거나 짜증이 많이 납니까? △발기력이 감소했습니까? △조금만 운동을 해도 쉽게 지칩니까? △저녁식사 후 졸음이 잦습니까? △업무능력이 감소했습니까? 등등.



어떻습니까? 당신이 중년 남성이라면 몇 가지나 해당되나요? 거의 다 해당된다고요. 그럼 당신은 남성갱년기입니다. 이 진단 표에서 1번과 7번이 ‘yes’거나, 나머지 항목 중 3개 이상이 ‘yes’라면 남성갱년기가 의심된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전문적인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는 것이 남성갱년기를 다루는 병원들의 설명입니다.

좀 더 그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남성갱년기 원인은 뇌와 고환의 노화에 따른 남성호르몬 감소와 남성호르몬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음주와 흡연, 비만, 스트레스 및 고혈압, 당뇨병 등의 기저질환 때문이며 치료를 위해서는 식습관 개선이나 운동 및 보충요법 등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특히 호르몬 양이 줄었다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적용하면 증상이 많이 호전된다고 말합니다.

한데 남성갱년기에 대해서는 의학자들마다 이견을 드러냅니다. 남성 건강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뉴잉글랜드연구소의 존 매킨리 교수는 ‘남성갱년기’는 제약업계의 상술이라고 일찍이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미 오래 전 1천700명을 대상으로 한 매사추세츠남성노화연구(MMAS)를 분석한 결과 남성갱년기 장애는 허구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남성갱년기가 허구라니요? 그럼 시쳇말로 거짓이요, 뻥이라는 소리인가요?

당시 존 매킨리 교수는 "급격한 호르몬 분비 저하를 겪는 중년 여성과는 달리 남성호르몬은 1년에 1%라는 매우 느린 속도로 저하현상을 보이며 폐경 증상을 입증할만한 아무런 경험적 증거도 없다"면서 남성 갱년기 장애란 성욕 감퇴 현상을 만회하기 위해 호르몬 대체요법이 필요하다고 지레 짐작하는 남성들을 이용하려는 제약회사들의 상술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남성의 5%는 임상적으로 호르몬 분비 저하현상을 보이지만 이는 노화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당뇨나 심장질환, 우울증 등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매키린 교수는 흡연과 과음, 운동부족 등 불건전한 생활습관이 호르몬 분비 및 성기능 저하를 가져온다면서 중년 남성에게는 노화보다 체중 증가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저하와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당시 영국생식학회 연례회의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보고하고 "지난 수십 년간 남성 갱년기 장애 등이 거론돼 왔으며, 남성 노화가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면서 큰 시장이 형성됐다"면서 "제약회사들의 개입으로 새로운 질병을 겨냥한 새로운 호르몬 치료법이 태어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저자들은 남성 갱년기 장애에 관해 비과학적인 책을 쓰면서 예단을 지지하는 과학적 자료들을 입맛대로 골라 멋대로 적용하고 있다"며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또 세계적인 병원인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에서도 남성갱년기와 남성호르몬 대체 요법에 대한 연구를 시행했습니다. 연구자들은 60세 이상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자 57명을 구해 테스토스테론 혹은 테스토스테론 제제를 2년간 투여했고, 31명에게는 가짜약(플라시보)을 주고 연구한 결과 호르몬을 투여한 집단에서는 혈중 호르몬 농도가 분명히 상승했지만, 신체적 능력, 인슐린 반응성, 삶의 질 등에서 그다지 이득을 주지 못했다고 합니다.

레이 모이니헌과 앨런 커셀스는 ‘질병판매학’에서 “일상의 사소한 문제가 질병으로 포장되는 일은 허다하다. 질병판매 전략의 핵심은 바로 ‘두려움’을 마케팅하는 것이다. 불안은 영혼뿐 아니라 얄팍한 호주머니까지 잠식하고 있다.”면서 약을 최대한 많이 팔기 위해 교묘하게 펼치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온갖 ‘술수’를 폭로했습니다. ‘질병판매학’은 부끄러움을 잘 타는 것은 ‘사회공포증’, 생리를 앞두고 예민해지는 것은 ‘월경전 불쾌장애’, 흔한 성적 문제는 ‘성기능장애’로 규정하는 등 질병 경계는 최대한 넓게, 원인은 최대한 좁게 정의하면서 갖가지 약을 소비하게 만든다고 주장합니다. 아울러 제약회사의 후원을 받는 의사와 기자, 칼럼니스트들에 의해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다고 덧붙입니다.

그렇다면 남성갱년기 또한 대다수 중년남성들을 환자로 만들고 약을 팔아먹기 위한 ‘질병판매학’의 하나일까요? 그 진실이야 어떻든 남성갱년기 증상은 금연과 금주 그리고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만 지녔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하니 기본에 충실 하는 것이 정도일 듯합니다. 최윤서기자 / 참조 = 질병판매학, 내몸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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