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불단행이라 했다. 복은 한번 오는 것으로 끝나지만 화는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줄줄이 이어져 온다는 의미다. 삼성 임원인사 이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화불단행의 위기에 놓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잘 나가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위기의 세월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실적에 따른 상선벌악이 엄격할 수밖에 없는 기업 생리상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지난해만 해도 무더기 승진자를 배출하며 타 부서들의 부러움을 샀던 곳이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돌변했다. 이번 인사에서 임원 승진자가 손으로 꼽을 만큼 줄어들었다. 메모리 사업부가 지난해보다 많은 승진자를 배출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4일 발표된 삼성그룹 임원 승진자 명단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위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신규 임원 승진자는 총 165명이었다. 지난해의 227명에 비해 30% 가량 줄어든 수치다. 직급별 승진자는 부사장 21명, 전무 32명, 상무 112명이었다.

지난해 상무로 처음 임원 대열에 합류한 사람만 161명에 달했던 것에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더구나 올해 승진자 명단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소속 임원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

부사장 승진자 21명 가운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속한 인물은 윤두표, 최경식, 최윤호 부사장 3명 뿐이다. 전무급 이하에서도 국내에서는 전은환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며 여성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는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미국법인 모바일영업부문 소속인 트레비스 상무와 태국법인 위차이 상무 등 해외법인 소속 외국인 외에는 승진자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모바일 사업부에서 지난해 승진 잔치를 벌어졌던 것과는 딴판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원인은 실적부진이다.

반면 좋은 성과를 내며 회사 전체의 실적방어에 기여한 메모리사업부에서는 승진자가 22명 나왔다. 지난해보다 2명이 늘어난 결과다. 이 곳에서는 전무로 전격 승진한 신유균 상무 등 승진 연한을 뛰어넘은 발탁 인사도 있었다.

삼성은 다음주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다. 이 때도 삼성전자 무선사업무에는 찬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선 이번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속한 200여명의 임원 중 50여명이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이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실적주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경량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삼성전자 IM 부문의 대수술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과 궤를 같이하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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