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빨갛게 익은 사과'를 기습 발표했다. 애플이 빨간색으로 갈아 입은 아이폰 레드를 한정판으로 출시한다. 스페셜 프로덕트로 아이폰7, 아이폰7플러스 두 모델이다.

22일(한국시간) 애플이 발표한 레드 컬러의 아이폰7 시리즈 출시는 업계에서는 예상 못한 것이었다. 팀 쿡 CEO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프로덕트 레드(PRODUCT RED)' 캠페인과 애플의 협력 10주년을 맞은 기념 출시라고 설명했다. 프로덕트 레드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 기금 마련을 위한 글로벌 기금이다. U2의 리더 보노와 DATA(빚, 에이즈, 아프리카 내 교역)를 이끄는 바비 슈라이버로부터 시작됐다.

제휴한 회사와 함께 프로덕트 레드 로고를 단 제품을 만들고, 제휴사는 이 로고 부착 대가로 제품 판매액 중 일부를 떼어 기금에 기부하게 된다. 기업들로서는 이른바 '착한 마케팅'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공조체계다. 애플은 세계 에이즈의 날인 12월 1일 인기 앱의 프로덕트 레드 버전을 공개하고 자사 제품에도 이 로고를 입혀왔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팟과 이어폰, 아이폰 케이스, 애플워치 밴드, 와이어리스 온이어 헤드폰 등 다채로운 프로덕트 레드 제품을 출시해왔지만 아이폰 시리즈는 아이폰 레드가 처음이다. 팀 쿡은 "지금까지 우리가 발표해왔던 프로덕트 레드 제품 중 가장 큰 행보가 이번 아이폰 레드"라고 밝혔다. 프로덕트 레드로 조성된 전체 기금 4억6500만 달러 중 애플이 27.9%를 지원했다.

아이폰의 레드 변신은 애플이 강렬한 색상으로 시장을 반전시켜온 컬러마케팅의 일환이다. 화이트와 레드로 대표되는 애플의 사과 이미지 중에서 처음으로 빨간 색을 아이폰에 입힌 것은 그만큼 파격적이다. 2013년 아이폰5S에 골드 색상을 처음으로 채택해 공전의 히트를 친 애플. 2015년 아이폰6S에는 핑크계열의 로즈골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화이트, 블랙, 실버라는 3색 색상라인 틀을 잇따라 깬 것이다. 이후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은 다양한 색상을 입히는 트렌드가 이어지게 됐다.

아이폰 레드 출시로 아이폰7 시리즈의 컬러 변신은 골드, 핑크를 포함해 모두 6색으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을 겨냥한 컬러 확장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중국인들이 건강과 부를 상징하는 골드와 레드를 선호하기에 2013년 중국 대륙에 금빛 아이폰 품귀 현상을 불러온 데 이어 붉은 아이폰 열풍도 예상되는 이유다.

컬러마케팅은 정체된 판매에 활력소도 된다. 출시 석 달이 지나면 판매곡선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성능은 같지만 새로운 감성의 색상으로 소비심리를 자극하면 후속 모델이 나올 때까지 최대한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후속 아이폰8 시리즈는 오늘 9월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아이폰7 레드는 64GB 없이 128GB, 256GB 옵션으로만 출시된다. 40개 1차 배송국에 포함된 한국에선 오는 25일 0시1분부터 주문 접수가 시작된다. 국내 가격은 아이폰7레드가 106만원, 아이폰7 플러스 레드가 123만원으로 기존 모델과 같은 수준이다.

애플은 아이폰 레드와 함께 아이패드9.7 제품을 역대 최저 가격인 43만원으로 판매한다고 발표했는데 글로벌 패드열풍이 시들어 가는 가운데 판매 부진을 탈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판매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강렬한 색상 마케팅과 저가 정책을 동반한 양면 작전을 펼치기 시작한 애플이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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