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의견을 담아내고 크고 작은 갈등을 녹여내는 용광로 대표가 되겠다"

바른정당 새 당 대표에 3선 여성의원 이혜훈 의원(서울 서초갑)이 선출됐다.

바른정당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당대회 격인 당원대표자회의를 열고 이 의원을 새 당 대표로 선출했다. 바른정당은 지난 3월10일 정병국 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사퇴를 선언한 뒤 주호영 원내대표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돼온 지 109일 만에 2기 지도부 체제에 돌입했다.

바른정당은 5차례에 걸친 권역별 토론회 후 진행된 당원 투표 70%(책임당원 50%-일반당원 2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 30%를 합산해 이혜훈 지도자를 출범시켰다.

최종 합산 결과 ‘청문회 스타’ 이혜훈 의원은 1만6809표(36.9%)를 득표해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어 하태경 정운천 김영우 최고위원으로 짜여진 지도부도 탄생했다.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 저격수로 활약했던 하태경 의원이 1만5085표(33.1%), 대선 직전 탈당사태에도 잔류를 선언했던 정운천 의원 8011표(17.6%), 김영우 의원 5,701표(12.5%)로 2~4위를 기록해 최고위원이 됐다.

‘보수 단일화’ 압박과 자유한국당 복당 사태 등에도 대선을 완주했던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혜훈 대표는 당원 선출 방식으로 첫 수장에 오른 만큼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월 24일 창당한 바른정당 초대 대표는 정병국 의원(5선)이었지만 당시 합의 추대 방식으로 대표를 맡았다.

이혜훈 대표는 바른정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을 맡아 바른정당의 ‘새로운 보수 탐험’을 이끈 전략통으로 꼽히고 있다. 바른정당 와해 위기 속에서도 “탄핵 불복 세력에게 갈 수 없다”고 버틴 강심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혜훈 대표의 최대 현안은 유승민 전 대선 후보가 끌어들인 보수의 희망 염원 표심을 두 자릿 수 지지율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자유한국당과의 '보수적통' 논쟁에서 경쟁력을 키워 다당제 정국에서 바른정당이 협치의 구심점이 되는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그래서 바른정당 신임 대표에 선출된 이혜훈 대표는 당원대표자회의에서 수락 연설을 통해 "간청하면 무쇠도 녹는다는데 당이 하나 되는 일이라면 백 번이라도 아니 천 번이라도 무릎 꿇는 화해의 대표가 되겠다"며 사자후를 토해냈다.

이어 “7만 당원과 국민의 손으로 뽑은 당 대표 저 이혜훈에게 일치단결해 힘을 모아 달라"며 "이 좋은 인재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해 역사적 소명을 이루지 못하는 역사의 죄인이 될 수는 없지 않겠냐. 지나간 잘잘못은 과거에 묻고 이제는 똘똘 뭉쳐 미래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혜훈 대표는 "강한 야당이 되겠다"며 "협력할 일은 대한민국을 위해 과감히 협력하고 반대할 때는 반대와 함께 대안을 제시하는 생산적인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바른정당이 보수의 본진이 돼 집권의 대안이 되는 우리 모두의 비전을 차근차근 이루어 나가겠다"며 "바른정당이 든든히 뿌리를 내리는 일에 전력 집중하겠다. 바른정당이 든든히 서야 보수와 대한민국이 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혜훈 대표는 "국민들이 원고 없이 품격 있는 콘텐츠 토론으로 한국정치의 위상을 높인 바른정당 경선과 볼썽사나운 싸움질과 막말로 얼룩진 낡은 보수의 경선의 차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강조한 뒤 “지방선거부터 제압하겠다”고 선언했다.

5당 다당제 정국에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차기 당권 경쟁에 나서지 않음에 따라 여성대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의 쌍두 체제로 여야의 협치와 견제를 이어가게 됐다.

이혜훈 대표에 대한 기대감은 민주당에서 강하다. 이혜훈 대표가 문재인 정부 출범 1주일이 지난 시점에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굉장히 잘한다. 솔직한 말씀으로 무섭다"고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잘하는 게) 대한민국을 위해서 좋은 일이니까 나쁜 일이라고 할 수 없고 (너무 잘해)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던 이혜훈 대표이기에 합리적인 협치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혜훈 대표는 당시 "젊은 참모들하고 커피 테이크아웃잔 들고 청와대 경내 산책하는 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그렇게 바랐지만 도저히 볼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국민들이 소통에 목말랐다가 가뭄에 단비 같은 좋은 면이 있었다"고 높은 점수를 준 바 있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혜훈 대표 선출 직후 논평을 통해 "이혜훈 대표가 그동안 보여준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 소신을 높이 평가한다"며 "바른정당이 낡은 보수와 결별하고, 선명한 개혁보수 정당, 합리적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는데 이 대표의 큰 역할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혜훈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자유한국당의 국정운영 발목잡기를 비판하고, '문재인 정부가 일하게 해줘야 한다', '밀어줄 건 과감하게 밀어주자', '추경안도 심사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바 있다"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임명을 소신 지지했고,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안한 인사 5대 원칙 구체화에도 동의했다"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도 바른정당의 새 선장이 된 이혜훈 대표에게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이혜훈 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 정당’을 천명했다. 이는 바른정당이 기존 수구 세력과 결별하고, 개혁 보수로 나아가기 위한 전제조건이라 본다. 야당으로서 국민과 함께 걷는 ‘바른 공조’를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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