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장관 임명강행 후폭풍으로 냉각기를 가졌던 국회 인사청문회가 다시 송곳검증으로 재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위해 이날 미국 순방길에 나선 28일부터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릴레이 검증 무대가 이어진다.

해군참모총장 출신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현미경 질의로 인사청문회 열기가 다시 달아올랐다. 김영록 후보자는 현역 의원 불패신화가 이어질지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송영무 후보자는 이미 야권의 사전 의혹 공세에 흠씬 두들겨맞은 터라 국방위원회에서 어떻게 그 십자포화를 버텨내고 청문 보고서 채택을 받아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에 정의당까지 야4당이 한결같이 부적격으로 판정했다. 야권에서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부적격 신 3종세트’로 부르며 자진사퇴를 촉구해왔다.

특히 송영무 후보자는 그중 가장 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가 선공개한 위장전입은 4차례로 늘어났고 해군참모총장 재입 시 딸 취업 특혜, 법무법인과 방산업체 고액 자문료, 군납 비리 연루, 방산업체 유착, 음주운전 은폐 의혹 등도 받고 있다. 야당은 송영무 후보자가 청문 대상자가 아니라 검찰 수사 대상자라고 수위를 높여왔다.

청와대는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음주운전 사실을 본인에게서 사전에 듣지 못했지만 청문 기회는 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송영무 후보자가 눈동이처럼 불어난 의혹들에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할 경우 ‘낙마 2호’ 사태를 부를 수도 있다.

청문회 전부터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각종 의혹을 제기해온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송영무 후보가 93년 음주운전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경찰을 돈으로 매수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학용 의원은 "당시 헌병대장이 후보자의 동기였다. (헌병대에서는)은폐가 되는데 문제는 경찰이었다"며 "제보에 따르면 당시 후보자가 경찰을 돈으로 매수해 수기로 쓰는 음주운전 관련 기록을 찢어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사실이 아니며 그 건에 대해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당시 음주운전에 대해 관용적인 문화가 있었다고 하지만,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음주운전한 것은 과거의 범죄고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은 현재의 범죄"라고 질타했다, 김동철 의원은 "로펌으로부터 월 3000만원을 받고 운전기사와 차량, 비서까지 받았으면서 약간의 활동비를 받았다고 어떻게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할 수 있냐"고 쏘아붙인 뒤 "문재인 정부는 다른 것은 모르지만 송영무 국방부장관 임명에 관해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보다도 더 뒤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국민들은 이미 제기된 문제만으로도 국방부 장관을 수행하기에 부적격한 인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이 대부분인 광화문1번가에서도 송영무 후보가 부적합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정진석 의원이 "군에서 대장을 지낸 사람이 퇴역 후 방산업체에 보수를 받는 자리로 간 사례가 드물지 않냐. 사례가 있다면 얘기해 달라"고 질문하자 송영무 후보자는 "이름을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몇 분이 있다"고 답했다.

백승주 한국당 의원이 “용퇴를 고민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자 송영무 후보자은 "고민은 많이 해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후보자는 자진사퇴 요구와 관련해 "인사청문회를 통해 저의 진실과 정직함을 말씀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2008년 3월 군복을 벗은 지 4년 만인 2012년 문재인 대통령 지지단체인 '담쟁이포럼' 창립 멤버로 참여한 뒤 대선 캠프에서는 국방안보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국방·안보분야 공약을 만드는 데 기여했던 ‘군사 브레인’이다.

해군의 명예도 송영무 후보자에게 달렸다. 역대 44명의 국방장관 중에서 이승만 정권 때의 손원일 제독(1953~1956년), 노무현 정부 시절의 윤광웅 제독(2004~2006년)이 지켜온 해군 출신 국방부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날리게 된다면 그만큼 불명예를 안기게 되는 셈이다.

2005년 7월 장관 등 모든 국무위원들로 인사청문회 대상이 확대된 이후로 국방부 장관은 윤광웅 장관 후임자인 김장수 장관부터 이상희, 김태영, 김관진, 한민구 장관까지 5명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역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사례는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0명, 박근혜 정부 9명, 문재인 정부 1명 등 모두 23명이다. 그중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는 유일하게 박근혜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 지명을 받았던 김병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불명예를 안은 적이 있다.

김병관 후보자는 “군 자살은 개인문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고 무기중개업체 ‘로비스트’ 전력 의혹, 위장전입, 군사구역 부동산투기, 주식 보유 신고 누락, 천안함 사건 다음날 골프 논란, 장남 근무회사의 국방부사업 수주, 인사청문회 위증 논란 등 모두 30건이 넘는 의혹이 불거졌다. 전방위 퇴진 압박 속에 40일 가까지 임명 지연 사태를 부르자 그는 자진사퇴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김관진 장관이 유임된 바 있다.

야권의 의혹제기와 현미경 검증을 버텨내지 못하고 청문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 송영무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4년여 만에 제2의 김병관 사태를 맞는 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회에서 진행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비교적 정책 질의 중심으로 이뤄져 송영무 인사청문회와 대조를 이뤘다.

김영록 후보자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농민에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영란법에 대한 인식을 묻는 한국당 이만희 의원의 질문에 "김영란법으로 인해 농림축산 분야 농민들에게 대단히 부담이 되는 현실을 볼 때 법을 개정하든지 기준 금액을 상향 조정하든지 그 정도 조치는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한 것이다.

김영록 후보자는 또 김영란법으로 인해 화훼 시장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민주당 김철민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한국 난 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국제 난 엑스포를 개최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관련 단체와 적극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최근 사회적 이슈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2만원 치킨’과 관련해 “치킨 원재료인 생닭의 생산·유통 단계부터 가격을 공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쌀값 폭락에 대해선 “가격 안정을 위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 직접지불제 확충 등 농민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이기도 한 생산조정제를 도입하겠다고도 밝혔다.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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