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인 2014년 6월 390억대 횡령과 배임, 조세포털 등의 혐의를 받았던 ‘세월호’의 실소유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을 발견해 신고자가 정부를 상대로 한 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졌다.

법원의 패소 판결 사유는 유병언 전 회장 시신 신고자가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자’로 신고해 당시 유병언 전 회장임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8단독 유영일 판사는 유병언 시신 신고자 A(80)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신고보상금(현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뉴시스에 따르면 법원은 "현상광고에서 보상금 지급의 전제가 되는 행위는 '유병언을 신고'하는 것"이라며 "'유병언을 신고'하는 행위라고 하기 위해선 신고 대상이 유병언이라는 점과 그렇게 볼 합리적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신고자가 인지하고 이를 밝혀 수사기관에 제보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A씨가 2014년 6월 12일 심하게 부패된 상태의 시신을 자신의 매실밭에서 발견하고 겨울 옷과 그 곁에 비워진 술병 3개를 본 후 연고가 없는 사람이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고 생각해 112로 '신원을 알 수 없는 변사자'로 신고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병언 전 회장이라고 전혀 인지하지 못했으므로 현상광고에서 정한 '유병언을 신고'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가 신고 이후 사후적으로 유병언 전 회장 신원이 밝혀졌다고 해도 수사에 따른 결과라는 시각이다. A씨 신고로 따른 단서 등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어서 현상금 지급 대상이 안 된다는 판시다.

현장에서 신고된 시신이 이미 백골화가 진행돼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경찰은 부검과 감정 등의 절차를 통해 한 달 뒤 유병언 전 회장의 시신으로 결론 내렸다. 이후 전남경찰청은 A씨가 변사체를 발견해 신고했을 뿐 유병언 전 회장 시신이라는 언급이 없었다는 사유로 그해 9월 5억원의 현상금 지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A씨는 유병언 전 회장 시신을 발견해 신고함으로써 현상광고에서 정한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신고 당시 사체의 신원을 알지 못했다고 해도 유병언 전 회장임이 사후에 확인된 이상 보상금 일부를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변사체 신고만으로도 유병언 전 회장 시신임이 박혀져 경찰이 수사를 중단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일일 1억원 이상의 국고손실을 방지했다는 주장을 소장에 담았다.

경찰청 훈령인 '범죄 신고자 등 보호 및 보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범인검거공로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정해져 있다. 범인검거공로자는 ▲ 검거 전에 범인 또는 범인의 소재를 경찰에 신고해 검거하게 하거나, ▲ 범인을 검거해 경찰에 인도하거나, ▲ 범인검거에 적극 협조해 공이 현저한 자를 뜻한다.

당시 경찰은 이 규칙에서 A씨의 경우 유병언 전 회장의 검거에 기여한 정도가 크지 않아 신고보상금을 받지 못한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A씨는 범인 검거에 적극 협조해 공이 현저하다는 취지로 제한된 보상액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소송을 낸 것이다.

공개 수배자인지 확실히 인지하고 신고내용에도 특정돼 포함돼야 현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본질적을 요건을 갖출 수 있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결인데 A씨가 이에 불복할 경우 ‘범인 검거 공헌도’ 부분은 상급심에서 쟁점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병언 전 회장 시신 신고자 패소 판결은 우리나라에서 공개 수배자에 대한 현상금 관련 판결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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