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의 퇴진을 요구하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시위가 폭염 속에서도 계속됐다. 이달 초 기내식 대란이 벌어진 것을 계기로 촉발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시위는 경영진의 갑질 및 경영 실책 논란과 맞물리면서 장기화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폭염이 전국을 덮친 20일 저녁 7시 30분 무렵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으로 몰려나왔다. 이들의 시위는 벌써 4회째를 맞았다.

150여명(주최측 추산)이 가면과 선글라스 등을 착용한 채 벌인 이날 시위는 시내 번화가에서 퇴근시간대에 이뤄져 더욱 눈길을 끌었다.

‘OZKA면(오죽하면) 이러겠니’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이날 시위 현장에는 ‘침묵하지 말자!’, ‘승객 직원 굶기는 갑질삼구 아웃’ 등의 글씨가 적히 팻말을 든 직원들이 참석,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퇴진 등을 요구했다.

‘OZ’는 아시아나가 운용하는 항공기의 편명이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주도로 이뤄진 이날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더 이상은 못참겠다”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자리에서 심규덕 아시아나항공 노조 위원장은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들만 고생을 했다”며 어떻게 사내 문화를 바꿀지에 대해 논의해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경영진을 규탄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원들이 나서서 주도적으로 회사의 조직 문화를 바꿔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노 밀’에 대한 보상으로 승객들에게 바우처를 나눠줌으로써 기내 면세품을 파느라 승무직 사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난 데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승무원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기내 면세품을 팔아 회사만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기내식 대란이 시작되자 지난 6일 회사 경영진을 규탄하기 위한 첫 집회를 열었고, 이후 대한항공 직원들과 함께 두 차례 더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박삼구 회장의 갑질을 규탄하는 한편과 계열사 부당 지원, 사익 편취 의혹 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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