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입구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 허락 없이 몸에 손대지 말 것/ 몰래 촬영하지 말 것/ 함부로 건물 내부에 들어가지 말 것.'

지난 5월 숙명여대 학생들이 숙대입구역에 게재하려한 광고 내용 중 일부다. 당시 숙대 학생들은 '양성평등 관련 광고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걸어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고 광고를 게재하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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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지난 6월에는 한 대학생연합동아리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광고를 지하철역에 게재하려 했으나 승인받지 못했다며 서울광장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후 논란이 이어지자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6월 22일 개인이나 단체의 주장 또는 성·정치·종교·이념의 메시지가 담긴 의견광고는 게재하기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무엇을 '의견'으로 봐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적 통로를 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렇게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페미니즘, 정치 광고 등 서울 지하철 내 의견광고 게재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진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28일 지하철 광고심의위원회 구성원을 기존 6명에서 8명으로 확대한 뒤 다음달 초 첫 회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존 지하철 광고심의위원은 광고기획, 미디어, 언론, 디자인, 법률 전문가 등 6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공사는 이달 초 젠더와 인권 전문가 2명을 심의위원으로 추가 위촉했다.

위원회는 첫 회의에서 지하철 광고와 관련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견광고를 지하철에 게재하는 것이 옳은지, 어디까지 의견광고로 봐야 하는지 등 명확한 기준을 다시 세우기로 했다.

앞서 올해 초에는 광화문, 종로3가 등 지하철 주요 환승역 10곳에 문재인 대통령 생일 축하광고가 내걸린 바 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지난 6월 문 대통령 생일 축하광고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게재 금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반면 팬들이 아이돌 스타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는 허용하겠다고 방침을 내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낳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를 관리 및 감독하는 서울시의 진성준 정무부시장도 "공적 공간에 상업광고는 자유롭게 허용하면서 의견광고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너무 편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어떤 광고가 가진 사회적 의미와 파급 효과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분들을 위원으로 보강한 뒤 의견광고를 다시 받을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교통공사는 의견광고 게재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하고 게재 신청이 들어온 의견광고는 일단 보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새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며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 보류된 의견 광고 게재 여부 역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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