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곳이다. 그런 국민연금이 최근 4년 반 동안 이뤄진 1000조원에 육박하는 주식대여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목을 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은 국민연금이 대여 주식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제대로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 수탁처를 통한 무제한 주식대여로 주식거래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커질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9일 이태규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건수는 1만6421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누적 주식대여 금액은 약 974조2830억원이었다. 국민연금은 연평균 216조5073억원의 주식대여를 통해 4년 6개월 동안 총 766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챙겼다.

이태규 의원.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이 주식대여를 통해 얻는 수익률이 고작 1% 미만에 불과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입은 손실은 벌써 6조원에 육박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300개 종목 주식평가액은 총 115조4686억원으로 지난해 말 121조434억원 대비 5조5748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 등 국민연금의 주요 보유 종목이 공매도 등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떨어지면 사서 되갚는 것을 말한다. 시장 유동성을 높이고 투자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허용된 제도지만, 외국인 투자자 등의 대규모 공매도로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떠안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공매도로 주가가 떨어지면 국민연금이 기존에 보유한 주식 가치도 하락하면서 국민 노후자금이 위협받게 된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연금 가입자에까지 손실이 전가될 수 있는 셈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를 금지시켜달라는 청원글을 쉽게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9%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액면분할 후 공매도 대상 종목으로 지목돼 7월 말까지 10% 넘는 주가 하락을 겪었다.

이런 논란 때문에 국민연금과 달리 사학연금,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등 연기금은 주식대여를 아예 하지 않는다.

주식대여를 둘러싼 문제들이 불거짐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요지부동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주식대여에 대한 지적을 받고 “주식 종목당 대여 한도를 축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태규 의원은 "국민연금은 지난 5년간 1000조원에 가까운 주식대여를 통해 주식시장의 안정성을 해치고 투기세력의 개입 가능성이 큰 공매도의 판을 키워왔다"며 "국민의 기금이 공매도에 매몰되지 않도록 국민연금의 주식대여를 금지하는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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