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근무제가 성역할(Gender role)까지 바꾸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별로 남성과 여성에게는 사회적으로 따로 기대되는 역할이 있었는데 이를 성역할이라 부른다. 성역할을 대변하는 것 중 하나가 ‘가사일은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었다.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서도 오랜 세월 가사일은 여성들의 몫으로 인식돼 왔다. 기술 문명의 발달로 가전제품의 개발과 보급이 늘어나면서 여성들의 가사 부담이 줄어들었고, 그로 인해 그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성역할은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그래픽 = 티몬 제공]
[그래픽 = 티몬 제공]

가전제품 구매가 부유한 가정에서 먼저 시작되는 바람에 여성들의 사회 진출도 부잣집의 고학력 여성들로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 사회의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조차 오랫동안 '가사일=여성의 일'이란 등식이 유지됐다.

한국사회에서의 젠더롤은 더욱 고착화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성역할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변화를 자극한 요소는 뜻밖에도 주52시간제였다.

4일 모바일 커머스 티몬이 밝힌 최근 3개월(7월 1일~9월 30일) 동안의 매출 분석 자료는 완고한 한국 사회에서도 남성들의 성역할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티몬 분석 결과 조사 기간 동안 40~50대 남성들의 요리 및 청소용품 구매가 부쩍 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지난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규모에 따라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주52시간제를 실시해야 한다.

티몬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해당 기간중 40~50대 남성들의 청소기 구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늘었다.

같은 기간 40~50대 남성들의 요리 기기 및 재료의 매출도 크게 늘었다.

우선 요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인 전자레인지와 오븐의 40~50대 남성 고객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이들 연령대 남성들의 요리재료 매출 증가율은 더욱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고춧가루와 참기름, 파스타 소스 등 조미료 구매의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율은 221%나 됐다. 이들 남성 고객이 간편식 및 냉동·냉장 식품을 매입한 금액은 작년 동기에 비해 84% 증가했다.

티몬은 이에 대해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남성들이 비교적 쉽게 요리를 하면서 맛도 내기 위해 그에 필요한 물품을 주로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가 말해주는 더 중요한 포인트는 2030에 비해 보수적이라 할 40~50대 중년 남성들이 주52시간제를 계기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사 일을 이전보다 많이 한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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