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달 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더 많아졌다. 늘 알쏭달쏭했던 이주열 한은 총재의 말에서 조금씩 변화의 기미가 엿보이던 터에 지난달의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이 공개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난달 18일 금통위 회의 이후 공개된 두 가지 주요 사실은 기준금리 동결이 의결됐다는 것, 그리고 두 명의 위원이 소수의견을 냈다는 것이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그 두 사람은 이일형·고승범 위원이었다. 이일형 위원은 이전의 두 차례 금통위 회의에서도 소수 의견을 낸 바 있고, 고승범 위원은 처음으로 소수 의견을 냈다.

그러나 6일 공개된 당시 회의의 의사록에 따르면 이들 두 명 외에 또 다른 두 명이 매파적 성향을 새로이 드러냈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나머지 두 사람은 금리동결에 찬성하면서도 발언을 통해 매파적 성향(통화 긴축, 즉 금리인상 지향)을 드러냈다.

따라서 이들이 앞선 두 사람의 소수의견에 적극 동조하고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그만큼 이달 30일 열릴 올해 마지막 금통위 회의(통화신용정책 관련)에서 금리인상이 결정될 확률도 높아진 것이다.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되는 금통위는 5명 이상 출석에 출석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상정된 안건을 의결한다.

이런 구도를 감안하면, 이제 공은 전적으로 이주열 총재에게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 이 총재의 의지에 따라 금통위 내부에 팽배해진 매파적 분위기가 더욱 확산될 수도, 그 반대로 되돌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개된 의사록 내용에 따르면 이일형·고승범 위원으로 보이는 두 사람은 지난달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 사람은 “금융안정에 보다 중점을 둔 결정이 필요하다”며 기준금리를 1.75%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0.25%포인트 인상을 주장한 것이다.

그는 수년째 이어진 저금리가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계소득 증가율을 앞서는 상황을 지적하면서 “통화정책 측면에서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수의견을 낸 나머지 한 위원도 금융 불균형 억제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금리인상 의견을 냈다. 그 역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축소해(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유동성을 줄여) 부채 조달에 수반되는 부담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두 사람 모두 금리인상으로 그 증가세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이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우려와 배치되는 의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서 가계부채가 양날의 칼임을 보여주는 현상이기도 하다.

기준금리 동결에 찬성하면서 매파적 의견을 낸 이도 두 명이나 있었다.

그 중 한 위원은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에 대해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축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 위원 역시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에 대해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대내외 여건의 변화 추이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준금리 인상 쪽으로 상당히 기울어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발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두 명의 위원은 각각 거시경제의 하방 위험 완충 필요성, 실물경제 성장세 둔화 조짐 등을 거론하면서 금리동결을 주장했다. 이들 두 사람의 주장은 현재의 경기가 부진하니 기준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는 동일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공개된 의사록에 이 총재의 발언 내용은 담겨 있지 않았다.

금통위 내부 분위기가 매파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된 날 KDI는 올해 하반기 경기전망 보고서를 내면서 “현재 수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기 침체와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는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갈 가능성도 작다는 게 금리동결 제안의 주된 논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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