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도 증시를 흔들 새로운 빅 이슈는 별반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이젠 상수가 되다시피한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 양상에 눈길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표면상 두 나라의 갈등은 한층 격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17일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포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무역갈등 이슈를 놓고 감정 섞인 설전을 벌인 것도 그중 일부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이 “보호주의와 일방주의가 세계경제의 성장에 그림자를 드리운다”라고 공격하자 펜스 부통령은 “중국은 오랫동안 미국을 이용해왔다. 이제 그런 날은 끝났다”며 카운터블로를 날렸다.

이 설전은 이달 30일의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있을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단순한 기선제압용일 가능성도 있다.

낙관론을 뒷받침하는 징후들도 간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무역갈등 해소를 위한 타협안을 미국에 보냈다는 보도가 나오는가 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곤경에 빠뜨리고 싶지 않다. 합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낙관적인 메시지를 표출한 것 등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두 나라 간 기싸움의 양상이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어서 이달 말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두 나라 간 무역전쟁이 반도체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우리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우려되는 직접적 악재는 중국이 세계 굴지의 반도체 제조업체들에 대해 반독점법을 적용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일이다. 중국은 이미 외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공급 부족 현상을 악용해 가격 담합을 하는 한편 중국의 반도체 수입업체들을 상대로 끼워팔기 행위까지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반도체 업체들과 관련된 중국의 최근 움직임은 지난달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푸젠진화반도체를 수출입금지 대상 기업으로 삼은데 대한 반발의 일환이다.

미국 상무부는 푸젠진화에 대해 미국산 장비나 부품, 소프트웨어 등을 공급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미국의 이 조치는 내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D램을 양산하려던 푸젠진화의 계획을 어그러지게 만들었다. 나아가 이번 조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의지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현재 중국이 정조준하고 있는 곳은 미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인 듯 보인다. 하지만 매출 순위에서 마이크론에 앞서며 미국 인텔과 함께 세계 반도체 빅3를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그 대상에 덤으로 포함돼 있는 게 문제다.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이미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를 벌였으며, 그 과정에서 상당량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었다.

만약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거액의 과징금 부과조치를 받는다면 증시엔 악재가 될 수 있다.

미국 기술주의 연말 주가 흐름도 우리 증시의 관심사 중 하나다. 미국 기술주의 움직임은 우리 증시에 비교적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주엔 애플이 협력업체들에게 아이폰 제조와 관련된 납품 물량을 줄이도록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바람에 국내 증시의 관련 종목들이 덩달아 타격을 입었다.

23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연말 소비 시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서 우리 증시에 호재가 될 여지를 안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관련 주식이 매출 상황에 따라 긍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에 편입되는 포스코켐텍, 대우조선해양, 휠라코리아 등의 종목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4일 지수 편입이 발표된 이들 종목은 실제로는 오는 30일 MSCI 한국지수에 포함된다.

과거의 사례에 비춰보면 지수 편입 발표 이후 실제 편입일까지의 기간엔 대체로 관련주의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주요 증권사들은 이번 주 코스피 등락 범위로 2030~2120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