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최고점을 찍은 뒤 하강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설비투자 축소를 고려 중이다.

지난해와 올해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공급 과잉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너무 높아진 D램 마진과 최대 수요처인 데이터센터 업계의 수요 전망 불확실성 등으로 반도체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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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17일 발간한 시장 전망 보고서는 내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예상 장비 지출액이 총 557억8000만 달러(약 62조9000억원)로 올해보다 7.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또한 작년 대비 9.6%로 하향 조정했다.

SEMI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반도체 설비투자가 내년까지 계속 늘어나면서 이례적으로 4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하반기 들어 전망치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올해 4분기부터 본격화된 D램·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11월 국내 메모리 반도체업체의 수출은 전월 대비 5.6% 줄어들며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업계는 수요 하락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보고서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설비투자 전망치를 크게 하향 조정했다. 국가별로는 우리나라가 120억8700만 달러(약 13조6000억원)를 투자하지만, 올해보다 34.7% 감소해 '글로벌 역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됐다. 아울러 중국계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공급 과잉을 시장 위험으로 지목했다.

반도체 시장 하강국면에 삼성전자는 내년 설비투자를 줄이고 D램과 낸드플래시 출하량 및 증설 속도를 조절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 역량 강화 등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역시 D램 공정 확장 속도를 늦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연계해 경기도 용인 일대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경영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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