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엔지니어에 한해 정년에 관계없이 계속 근무하도록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한다. 능력 있는 엔지니어에 대해 사실상 정년을 없애겠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의 이 조치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인생의 진로를 고민 중인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메시지를 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에 앞서 LG디스플레이도 우수한 연구개발(R&D) 인력과 특정 분야 엔지니어들을 상대로 정년 후 연장근무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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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27일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사내 행사인 ‘왁(자지껄) 콘서트’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CEO 공감경영 선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내년부터 정년을 맞이하는 사원들을 상대로 이 정년 연장 제도를 시행하게 된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정년은 만 60세다.

내년부터 새로운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SK하이닉스 전체 사원 2만5000여명 가운데 1만여명을 차지하는 R&D 및 엔지니어 직군의 근로자들이 혜택을 입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최근 해외 업체를 견학하고 돌아온 직원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 제도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 도입 배경엔 기술력을 지닌 인재를 활용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한편 중국 등의 경쟁업체로 두뇌가 유출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배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이 참에 직원들에 대한 근무평가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우선 2020년부터 상대평가 제도를 폐지한다. 기존의 상대평가 제도가 직원들 간의 쓸데 없는 경쟁심을 조장하고 협업을 방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와 함께 반기 또는 1년 주기로 실시하던 정기평가를 없애고, 대신 프로젝트별로 상시 업무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직원 호칭 체계도 바뀐다. 기존의 4단계인 사원, 선임, 책임, 수석 호칭을 없애고 기술사무직 직원 모두에게 ‘TL’이란 단일 호칭이 부여된다. ‘TL’은 ‘Technical Leader’ 또는 ‘Talented Leader’란 의미를 지닌 중의적(重義的) 표현이다.

CJ그룹은 2000년부터 사내 호칭을 ‘님’으로 통일해 부르고 있고, 이는 SK텔레콤 등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날 발표된 공감경영 선언에 담긴 제도들의 이행을 위해 세부 방안 등을 조만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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