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제부총리가 경제단체장과 간담회를 처음 실시하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초청을 받지 못했다. 이른바 ‘전경련 패싱(따돌리기)’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 여파로 전경련 후임 회장 선임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경련은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하는 주요 경제단체장 간담회에 초대받지 못했다. 기재부는 전경련을 제외한 것이 최근의 행사 관례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혁신성장, 노동현안, 기업투자 등 주요 경제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기획됐다. 규제를 비롯한 각종 기업애로를 건의받고 정부와의 협조방안을 폭넓게 의논하는 것도 기획 목적의 일부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전경련은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신년회는 물론 15일 청와대 영빈관에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이날 청와대에 간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GS그룹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었다. 전경련은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경제단체장 신년간담회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전경련이 최근 부름을 받은 행사는 자유한국당이 지난 7일 개최한 경제단체 간담회가 유일하다. 하지만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당시 ‘CES 2019’ 참관을 위해 미국 출장 중이어서 참석하지 못했고, 지난 14일에야 국회를 찾아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와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앞으로 정부와 재계의 접점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전경련은 이처럼 지속적으로 패싱을 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하면서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1년부터 8년째 회장을 맡은 허창수 회장의 임기가 다음달 끝남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이 차기 회장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허 회장은 2년 전 회장 선임 때도 회장직을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 유임한 바 있다.

재계 측은 “적폐 청산이란 구호로 탄생한 정부에서 누가 그 중심에 있든 전경련과 손을 잡으려 하겠느냐”며 “대외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 이상 당분간 패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1961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주도로 탄생했고, 대한상의와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함께 경제5단체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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