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과의 글로벌 공조를 통해 디지털 시장에서 구글, 아마존 등 IT(정보기술) 거대기업의 ‘갑질’을 막을 통상규범을 마련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WTO 전자상거래 협상을 위한 공청회 겸 디지털 통상 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디지털 통상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디지털 통상은 인터넷과 ICT(정보통신기술)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국가 간 교역 활동 전반을 나타낸다.

산업부는 우선 ‘GAFA’로 불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거대 글로벌 플랫폼과 공정거래 생태계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는 산업부가 협상에서 관철시키기 위해 선정한 3대 과제중 하나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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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WTO와 글로벌 공조를 하려는 이유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려면 세계 시장을 선점한 이들 플랫폼과 협력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차별적 대우나 부당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GAFA의 데이터 ‘독점’에 대응하기 위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국가들에 ‘글로벌 마이데이터(Mydata) 생태계’ 구축을 제안할 계획이다. 개인이 위탁한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정보은행을 구축하고, 어떤 기업이든 정보은행에 돈을 내고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모델이다. 올해 관심 국가들과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내년엔 더 많은 국가로 확대하기로 했다.

세번째 과제는 불법 콘텐츠 유통과 개인정보 유출 등 디지털 권리침해에 대응하는 국제 협력체계 구축이다. 현재는 피해가 발생한 국가에 현지 서버가 없는 한 구제가 불가능하고 지식재산권법을 활용한 사법구제절차는 오랜 시간을 요한다. 정부는 불법 콘텐츠 삭제 등 즉각적인 권리구제를 위한 협력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다자 차원의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시행 목표 연도는 내년이다.

김수욱 서울대 교수는 “디지털 통상규범 도입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협상 수준과 참여국 범위에 따라 국내총생산(GDP)의 0.260∼0.316%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 협상에 대한 WTO 회원국들의 입장은 자국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오히려 미국은 구글과 아마존 등 거대기업의 세계 진출을 돕고자 외국 정부의 규제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개별국의 협소한 시장규모를 극복하기 위해 역내 단일시장을 추진하면서도 대외 개방에 소극적이다. 중국은 사이버 보안 등을 이유로 세계 상위 트래픽 사이트 25개 중 8개를 막는 등 독자적 시장체계를 유지하며 자국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제기되는 의견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WTO 전자상거래 협상 추진과 관련한 국내절차를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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