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특히 최근 금리 발표 때 성명에 포함되곤 했던 ‘점진적 추가 금리 인상’이라는 문구도 이번엔 빠져 앞으로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지난 29~30일(이하 현지시간) 이틀간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행 2.25~2.50%에서 동결하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연준의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 메시지가 강화됐다는 의미로 보인다.

연준은 성명에서 “세계 경제 및 금융 발전과 낮은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해 향후 연방기금 금리 목표 범위를 조정할 때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미·중 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등을 언급한 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경기전망 평가에 있어 인내심을 가짐으로써 경제를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러면서 연준은 이 성명서에서 기존의 표현인 ‘추가적?점진적인 연방기금금리 인상’ 문구를 삭제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 성명서에서 일부(some)라는 수식어를 추가하는 절충안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달랬지만, 이번에는 아예 문구 자체를 없앴다. 연준이 공식적으로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연준은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도 함께 내놨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는 올해도 견고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매우 강했던 지난해의 성장세보다는 다소 늦춰질 것이다. 현시점에서 우리의 통화 정책 기조는 적절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올해부터는 통화 긴축의 속도를 조절하기로 했다. 

연준은 2015년 ‘제로(0) 금리’ 정책 종료를 선언한 후 지금까지 9차례 금리를 인상했다. 지난해에는 4차례나 인상을 단행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긴축 카드인 ‘보유자산 축소’도 자제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시장으로서는 두 가지 선물을 한꺼번에 받아든 상황이다.

연준은 이례적으로 별도 공개한 성명에서 “보유자산 축소(채권 매각) 프로그램을 조정할 수 있다”면서 “기존의 가이던스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충분한(ample) 준비자금이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매각해 자신의 자산을 축소함으로써 시중에 풀린 달러화를 회수하는 긴축프로그램을 재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1조 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연준의 보유자산은 이른바 ‘양적 완화(QE)’ 정책을 거치면서 4조5000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이에 연준은 2017년 10월부터 보유자산 정상화에 나섰고,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다시 사들이지 않는 방식으로 매달 최대 500억 달러어치를 줄여왔다. 이런 방식으로 연준 보유자산은 최대 5년에 걸쳐 1조5000억~3조 달러 규모까지 줄어들 것으로 시장에서는 예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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