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한번 세계경제 변수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중국을 향해 무자비한 수준의 관세 폭탄을 투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의 압박에 저항할 뜻을 내비치자, 융단폭격을 연상케 하는 대규모 관세 폭탄을 퍼붓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관세전에 관한 한 방아쇠를 먼저 당긴 쪽은 중국이었다. 미국산 제품 750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구체적 내용은 미국 제품에 대해 5% 또는 10%의 관세를 오는 9월과 12월부터 부과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자제해왔던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 카드도 함께 꺼내 들었다. 미국산 자동차에 25%, 자동차 부품에 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겠다는 게 그 내용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되로 받았으니 말로 갚겠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반격 카드를 내보였다. 그간 25%의 관세를 부과해온 25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오는 10월부터는 5%포인트의 관세를 추가한다는 것이 그중 하나였다. 다음 달부터 부과키로 예고된 나머지 3000억 달러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도 기존 10%에서 15%로 높이겠다고 했다.

관세 외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이란과의 전쟁 당시 적용했다가 사문화되다시피 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조항을 끄집어낸 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에게 철수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중국 진출 미국 기업들을 향해서는 대체 장소를 찾으라고 권했다. 다른 나라로 미리 사업지를 옮기거나, 미국으로 되돌아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미·중 두 나라의 이 같은 움직임은 몇 가지 부정적 조짐을 시사하고 있다. 그 첫째는 근근이 명맥을 이어온 미·중 간 고위급 무역협상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미·중 무역전쟁이 관세전을 넘어 비관세전으로 확장될 가능성이다. 두 나라가 앞다퉈 관세 장벽과 비관세 장벽을 동시에 쌓아올리기 시작하면 세계경제는 더 큰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의 역전도 시장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리스크와 국채 금리 역전으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 우려는 지난 주 미국 증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 = UPI/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 = UPI/연합뉴스]

세계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경제 전문가들의 모임인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이렇다 할 금리 인하 신호를 내비치지 않은 점도 시장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데 일조했다. 파월 의장의 연설은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있었다.

미국과 유럽 간의 긴장 고조도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26일까지 프랑스에서 정상회담을 벌인다.

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지 못하다. 회담 폐막 때 무역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공동성명이 나오지 못 한다면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갈등이 국제경제 무대에서 새로운 악재로 부상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작부터 EU와의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지 못 할 경우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 공격을 가하겠다고 밝혀왔다.

이 같은 대외 악재들에 더해 한·일 갈등까지 한층 심화되면서 시장에서는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일본의 추가 보복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 통보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특별일반포괄허가제를 활용해 사실상 화이트국가에 준하는 대우를 해줄 것이란 기대를 약화시켰다. 특별일반포괄허가제는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물품을 수출할 땐 개별허가를 면해주는 제도다.

눈여겨 볼 국내 변수로는 오는 30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꼽힌다.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 전망은 한은이 이번엔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데 모아져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어서 금리 동결에 대한 한은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한은의 고민이 크고 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상황을 살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이번 금통위를 지켜보는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회의 이후 나타날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라 할 수 있다.

한편 국내 증권사들이 예상한 이번 주 코스피 등락 범위는 NH투자증권 1920~2010, 하나금융투자 1900~1950, 케이프투자증권 1910~1970 등이다. 이는 보고서 발간 시점상 주말에 줄줄이 터진 악재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들임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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