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 중인 홍콩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對) 홍콩 수출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우리로서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그러지 않아도 수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악재를 추가로 만난 꼴이다.

홍콩 사태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른 나라들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심각하다. 우리에게 있어서 홍콩은 수출액 기준으로 4대 수출 대상국에 포함된다. 한국무역협회의 수출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우리나라가 홍콩으로 수출한 금액은 268억4700만 달러였다. 이를 국가별 순위대로 나열하면 중국(1120억7700만 달러)과 미국(607억1800만 달러), 베트남(402억5100만 달러) 다음으로 많은 액수다.

홍콩의 반정부 시위 현장 모습. [사진 = AP/연합뉴스]
홍콩의 반정부 시위 현장 모습. [사진 = AP/연합뉴스]

문제는 올해 1~10월 기간 중 우리나라의 대 홍콩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32.9%나 감소했다는 데 있다. 이는 중국에서의 수요 위축과 홍콩 사태가 이중으로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데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수출 감소의 심각성은 월별 수출액 증감 추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올들어 10월까지 기록된 우리나라의 대 홍콩 수출액 증감률(전년 동월 대비)은 차례로 -35.3%, -23.8%, -20.8%, -32.5%, -30.5%, -34.2%, -33.5%, -36.8%, -42.4%, -36.0% 등이었다. 수출액 증감률 추이를 보면 감소폭이 2, 3월에 잠시 줄어드는 듯하다가 그 다음달부터 다시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부터 홍콩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줄어든 점도 우리의 대 홍콩 수출액 감소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무역협회가 지난 8월 발표한 ‘홍콩 시위 장기화에 따른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홍콩으로 수출하는 상품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3%에 이른다.

올해 10월 기준으로 홍콩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5.9%를 소화해주고 있다. 더구나 우리는 홍콩과의 교역을 통해 매년 큰 폭의 흑자를 내고 있다. 올해 1~10월 기준으로 볼 때 홍콩이 우리나라에 수출한 금액은 15억1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수입에서 홍콩 수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0.4%, 순위는 35위에 랭크돼 있다.

홍콩은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교역액 규모로는 세계 톱10에 들어간다. 무역협회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홍콩의 연간 교역액은 1조2076억7000만 달러로 전세계 교역액의 3.1%를 차지했다. 교역액 기준 국가별 순위는 7위를 기록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홍콩이 우리나라의 수출에서 특히 중요하게 취급되는 이유는 대(對) 중국 수출의 우회통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홍콩은 지난해 한국에서 수입한 상품의 82.6%를 중국으로 다시 수출했다. 지난해 홍콩이 우리나라에서 수입한 상품의 액수는 355억 달러였다. 이 가운데 293억 달러어치가 중국으로 재수출됐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회 수출 통로로서 우리 수출에 기여해온 홍콩이 격렬한 시위 사태로 몸살을 앓으면서 기존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홍콩 사태는 물류에 지장을 초래하는 단계를 넘어 홍콩 경기 자체를 부진에 빠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영국 BBC가 홍콩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홍콩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에 비해 3.2% 감소했다. 전 분기 대비 GDP 감소 현상은 앞선 2분기에도 나타났다. 이로 인해 올해 홍콩의 전체 GDP가 전년에 비해 1.3%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홍콩 통계청은 내다보고 있다.

2, 3분기 연속 GDP 감소는 시기적으로 홍콩 사태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홍콩 사태가 처음 발발한 때는 지난 3월 말이었다. 홍콩 의회 격인 입법회가 범죄인 인도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법안 심사에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범죄인 인도법안은 홍콩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중국으로 인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홍콩인들은 이 법안이 가결되면 중국 정치 체제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이 중국으로 강제송환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반대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반대운동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홍콩 입법회는 법안 심사를 무기연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법안의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항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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