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 세계증시는 우한 폐렴(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뉴욕 증시든 한국 증시든 예외 없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각각 한 주를 마감한 지난달 21일과 28일의 종가를 기준으로 비교하면 코스피지수는 8.13%의 하락률을 보였다. 지난 28일 코스피 종가는 1987.01을 기록했다. 그날 하루 동안에만 67.88포인트 하락한데 따른 결과였다. 당일 종가는 5개월 만에 나타난 최저 수준이었다.

코스피의 폭락은 국내 상황 외에 우한 폐렴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에서 비롯됐다. 뉴욕 증시 등 해외 증시의 폭락 원인도 마찬가지였다. 국내·외에선 공히 감염병이 정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진입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 EPA/연합뉴스]
[사진 = EPA/연합뉴스]

결국 향후 증시 분위기를 가를 가장 큰 변수는 우한 폐렴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일지 여부라 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감염병 확산이 꺾이는 기미가 나타나야만 주가의 유의미한 반등이 가능하리라는 것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등락을 가를 변수들이 나타날 가능성은 곳곳에 널려 있다. 곧 발표될 몇몇 지표 외에 미국·중국·한국 정부와 통화정책 당국이 제시할 각종 경기 부양책 등이 그에 해당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주말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발표했다. 내용은 사상 최저치인 35.7을 기록했다는 것이었다. 이는 시장의 예상을 밑도는 것으로서 감염병 사태의 여파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도 2일(이하 현지시간) 공급관리협회(ISM)의 2월 제조업 및 서비스업 PMI가 발표된다. 중국보다야 그 비중이 작겠지만 여기에도 감염병 사태의 영향이 일부 반영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2월 제조업 PMI가 전달의 그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4일 발표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베이지북도 관심의 대상이다. 경기에 대한 연준의 평가를 담을 베이지북이 우한 폐렴 사태의 영향에 대해 어떤 분석을 내놓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서도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은행이 사태 추이를 좀 더 관망할 요량으로 금리를 동결했지만 연준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8일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져들자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적절한 행동’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이를 금리 인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주된 관심은 금리 인하 자체가 아니라 그 폭이라는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베이비 스텝’을 취해온 이전과 달리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한 발 더 나아가 연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이전에 또 다른 선제 조치를 내놓을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누구로 결정될지를 가름할 분수령인 슈퍼 화요일(3일) 또한 증시 흐름에 영향을 미칠 변수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 행사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이 선전을 이어가며 민주당 후보 대세론을 형성할 경우 시장엔 부정적 기류가 나타날 수 있다. 사회주의 성향을 지닌 샌더스 의원은 분배 강화를 위한 적극적 증세를 강조하는 인물이다.

샌더스 의원과 달리 감세론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감세 정책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도 시장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감염병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백악관이 감세 정책 등의 경기 부양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증시 동향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한편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이번 주 코스피의 예상 등락범위는 NH투자증권 2000∼2100, 하나금융투자 2000∼2050, 케이프투자증권 1950∼2210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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