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오씨 재밌게 사시네. 근데 죄는 짓고 살지 맙시다.”

“내가 죄 짓고 살지 말라 그랬지?! XXXX야.”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에서 서도철 형사(황정민 분)의 명대사 중 하나다. 첫 번째 대사는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와 첫 만남 자리서 여성들에게 몰상식한 행위를 하는 재벌 자제를 점잖게 타이르면서 한 말이고, 두 번 째 대사는 조태오가 점점 폭력과 마약 등 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보면서 끝내 분노를 참지 못하면서 격하게 외친 말이다.

5년 전 영화 개봉 당시 실제 재벌가 자제들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표현했다고 평가받던 영화 베테랑 대사를 또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여전히 영화 속 허구상황이 현실에서 그대로 실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재벌가 3세의 마약 후일담은 올해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먼저 CJ그룹 이재현 오너 일가의 장남 이선호 부장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이선호 부장은 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형두 김승주 박성윤 부장판사)는 지난달 6일 이선호 부장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고 원심에서 내리지 않았던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약물치료 강의 수강도 같이 명령했다. 이어 CJ제일제당은 인사위원회를 열고, 이선호 부장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CJ그룹 오너 일가의 장남이 아닌 일반 직장인이었다면 법원과 CJ그룹에서 각각 집행유예와 정직으로 끝날 일이었겠느냐며 처벌과 징계 수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특히 기업에서 중징계는 파면, 해임 등인데 정직 처분을 한 것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것. CJ제일제당 징계 중 정직 최대 기간은 3개월이지만 이선호 부장의 경우 정직 기간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한편에선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면피성이라고 비판한다.

허희수 전 SPC 부사장 [사진=KBS뉴스 캡쳐]
허희수 전 SPC 부사장 [사진=KBS뉴스 캡쳐]

이번에는 파리바게트 등 국내 제빵업계 선두주자인 SPC 그룹 허영인 회장의 둘째 아들 허희수 전 부사장의 이야기다. 그는 2018년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SPC 그룹은 허희수 부사장을 경영에서 영구히 배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법과 윤리, 사회적 책임을 더욱 엄중하게 준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한데 25일 SPC 내부 제보를 입수한 K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허희수 전 부사장은 발표가 나온 지 불과 석 달 뒤부터 계속 경영에 참여해 왔다.

제보 내용에 따르면 허희수 전 부사장은 서울 한남동에서 일주일에 두 번 SPC 삼립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며 매출현황, 예상 마감 실적뿐만 아니라 에그슬럿, 씨티델리 같은 신사업 진행사항에 대해서도 보고받았다. 그러면서 인수합병 검토나 협업할 프로젝트에 대해 지시하고, 브랜드명·디자인·모델 컨펌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지시했다고 한다.

제보 내용에 따라 KBS 기자가 임원회의가 열리는 시간에 그 장소로 갔더니 허희수 전 부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회의에 참석하러 온 게 아니라, 빵을 사러 왔다는 군색한 변명을 내놨다.

SPC 측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허희수 전 부사장이 빵을 사러 간 건 맞다”면서도 “경영 참여는 아니고 '보수 없이 조언은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경영 영구 배제'를 약속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영구라는 말이 꼭 '영원히'란 뜻은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나이스경제는 반론을 듣기 위해 SPC 측과 여러 번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SPC 내부 제보자는 회사가 대국민 약속을 한 지 석 달도 안 돼 허희수 전 부사장이 임원들을 불러 회의하는 걸 보고 허탈함과 자괴감을 느꼈다며 제보 이유를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구속되자마자 총수 일가의 경영 배제를 약속한 것은 대중의 따가운 시선, 그리고 재판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쇼’였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spc 불매운동 해야 맞는 것같다.”(zoqq****)

열받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한 누리꾼의 냉정한 댓글이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