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코로나19)도, 그룹의 엄청난 경영 위기도 그들에겐 강건너 불이었던 것일까.

두산인프라코어 임직원 12명의 주말 골프 모임을 놓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다. 논란은 29일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를 통해 불거졌다.

두산인프라코어.  [사진=연합뉴스TV 캡쳐]
두산인프라코어. [사진=연합뉴스TV 캡쳐]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엔진 부문 임원과 팀장 등 12명이 주말이었던 지난 28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골프 모임을 가졌다. 때가 때인 만큼 이 자체만으로도 뉴스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국민들은 감염병 팬데믹으로 확진자 및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스스로 격리조치를 취하며 최대한 절제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병원 곳곳에서는 자원봉사에 나선 의료진들이 위험을 무릅쓴 채 코로나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전국민은 차분하게 위기 극복의 의지를 다져가고 있다.

그들의 골프 회동은 이 같은 상황에서 불거져 나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골프 모임 참석자 중엔 지난 14∼15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도 2명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감염국으로 떠오른 미국에서 들어온 이들이 남에 대한 배려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버젓이 골프모임을 한 것은 다수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이들의 지각없는 행동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비난 글이 홍수를 이뤘다. 비난 글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및 모기업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어려운 시기에 리더들이 좀 더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나”, “회사에서 영업하라고 받은 골프 회원권을 자기들끼리 사용하다니, 미국 전시회 출장 다녀온 팀장은 자가 격리 기간이 아닌가” 등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후자의 의견은 해당 골프장이 두산그룹에 의해 운영되는 곳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감염병 사태 외에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극한 요인 중 하나는 두산그룹 계열사이자 인프라코어의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이 현재 백척간두의 존립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다. 두산중공업은 곧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를 상환할 능력을 상실한 나머지 국책은행들로부터 조 단위의 긴급 자금지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로 인해 산업은행 등 자금 지원에 나서는 국책은행으로부터 강력한 자구노력을 요구받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이미 2600여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시행했고, 이것으로도 모자라 휴업을 추진해야 할 정도로 암울한 상황에 처해 있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주식 36% 이상을 보유한 1대 주주다. 계열사 중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정이 비교적 괜찮다고는 하지만 모기업인 두산중공업으로서는 여러 기업을 놓고 자산 매각까지도 심각히 고민해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산인프라코어 임직원이 무리지어 골프 회동을 가졌으니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회사 측도 이들의 일탈 행위가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단은 “개인 모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회사 차원의 행사가 아니었다며 선을 그으려는 의도 때문인 듯 보였다. 그러면서도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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