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9일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현장조사를 시작한다. 첫 번째 현장조사 대상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다. 금감원은 현장조사에 앞서 관련 금융사로들부터 필요한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 작업을 벌였다.

금감원이 이제야 현장조사를 벌이게 된 배경엔 우한 폐렴(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당초 예상보다 길게 격리두기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더 늦어질 경우 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인해 현장조사에 착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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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진작부터 라임펀드 관련 사건을 맡아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점도 금감원으로 하여금 현장조사를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도록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은 조사 일정과 내용 등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라임펀드 운용사와 판매사 간 공모 등 혐의 내용을 집중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한은행과 신한금투는 라임 펀드 판매사 중에서도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곳이다. 신한은행과 신한금투는 라임자산운용과 공모해 펀드의 부실 사실을 은폐했을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정의연대는 그 같은 의문을 토대로 신한금투 등의 행태에 사기 혐의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즉, 신한금투가 기획하고 라임자산운용이 판매한 CI펀드(크레딧 인슈어드 펀드) 중 40%가 환매 중지된 상태에서도 이들 금융사는 그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고 2019년 4~8월 기간 동안 2000억원대의 펀드를 개인 및 법인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정의연대는 라임펀드 판매사들이 대체로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구입하라고 권고한 점, 즉 불완전판매를 문제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신한금투와 신한은행에 대해서는 라임과 공모 관계를 유지하며 판매를 강행해 피해 규모를 더 키웠다는 혐의를 두고 있다.

이로 인해 정의연대는 금융당국에 신한은행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는 한편 지난달 26일엔 신한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 현장을 찾아가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액 전액 배상, 조용병 회장의 연임 반대 등을 주장했다.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당시 주총에서 사내 이사 연임에 성공함으로써 임기 3년 연장을 보장받았다.

시민단체 등의 움직임과 별개로 펀드 투자 피해자들 다수는 서울 남부지검에 라임과 신한금투, 신한은행 등의 관계자와 각 회사를 고소했다. 이들 고소인은 신한은행도 소속 그룹 안에서 라임 펀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CI펀드 판매를 강행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점이 신한은행에도 사기 혐의가 있다고 보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신한은행이 펀드 운용사의 수익 돌려막기를 도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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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금감원의 현장 조사는 이처럼 라임 및 신한금투, 신한은행 등에 대한 비난이 다발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진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금감원은 라임펀드 운용사 및 판매사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친 뒤엔 본격적으로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분쟁조정에 나서게 된다.

금융정의연대는 라임펀드 사태가 금융당국의 무리한 빗장풀기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당국의 성급한 빗장풀기로 인해 규제의 울타리를 벗어난 사모펀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이 기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정의연대는 문제 해결 방안으로 △금융사에 대한 처벌 강화 △사모펀드 규제 강화 △법적·제도적 대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금융사 처벌 강화를 위한 세부 방안으로는 불완전판매 행위에 대한 책임을 엄히 추궁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철저히 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금융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8일 “금감원이 내일 현장조사에 나서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조사 범위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발생한 피해액은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한은행과 신한금투는 특히 개인판매를 실시한 19개사 중에서도 우리은행에 이어 나란히 2, 3위의 판매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두 개 회사가 개인에게 판매한 금액만 합쳐도 3000억원에 육박한다. 1인당 평균 판매액(계좌수 기준)으로 치면 신한은행과 신한금투는 공히 4억원 이상으로 1, 2위를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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