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건설이 하도급업체에 에어컨 냉매 배관 공사를 위탁하는 과정에서 하도급 대금을 깎은 것에 대해 대법원이 하도급법상 부당 감액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검찰은 2017년 동부건설의 행위가 하도급 갑질이 아니라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결국 검찰이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한 사건을 대법원이 ‘부담 감액’ 행위로 판단하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앞서 하도급 대금 2억3900여만원을 부당하게 깎았다며 동부건설에 시정명령과 함께 벌점을 부과하는 한편 해당 기업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하도급 대금의 부당 감액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건을 불기소 처리했다.

[그래픽=동부건설 홈피 캡쳐]
[그래픽=동부건설 홈피 캡처]

이후 동부건설은 공정위 처분이 잘못됐다며 제재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도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며 사실상 동부건설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이를 뒤집고 동부건설에 대한 공정위 제재가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박정화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동부건설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결정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동부건설은 2010년 하도급업체 A사와 13개 공사현장에 대해 냉매 배관, 멀티에어컨과 세대 환기공사 등의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일부 공사는 삼성전자를 통해 재위탁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후 동부건설은 삼성전자와 함께 25억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3사 간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 당시 A사는 기성금(이미 진행된 공사 대금) 16억8900여만원을 요청했으나 동부건설은 총 14억5000여만원만 지급했다. 공정위는 여기서 발생한 차액인 2억3900만원이 부당하게 감액된 액수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에 따라 공정위는 2017년 11월 동부건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쟁점은 2억여원의 감액을 3사 합의를 통해 기성률(공사진행 비율)이 조정된 것으로 볼지, 아니면 전체 대금이 감액된 것으로 판단할지 여부였다. 후자의 시각으로 보자면 하도급법상 하도급 대금의 부당 감액에 해당한다. 검찰과 대법원의 서로 다른 판단은 이 같은 시각 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과 관련, 대법원은 “이 사건 합의는 A사가 감액된 금액을 앞으로 청구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이번 건의 경우 조정된 기성률에 따라 대금을 지급한 것이 아니라 전체 대금을 깎은 부당 감액 행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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