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라는 해묵은 변수가 여전히 국내외 증시를 움직이고 있다. 지난주 국내 증시에서는 코로나19의 세계적 재확산 기류가 강해지면서 주초의 상승 움직임이 후반으로 가면서 억제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미국에서 경제 봉쇄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 뉴욕증시와 국내 증시를 동시에 압박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날로 악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전세계의 일일 확진자는 23만명선을 넘기며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웠고, 세계 최대 감염국인 미국에서는 하루 확진자 수가 7만을 바라보게 됐다. 애리조나와 텍사스, 플로리다 등 미국 남부에서 강하게 확산되던 감염병은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 봉쇄를 재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목소리가 전보다 커졌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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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2차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증시는 지난 주 막판 코로나19 치료제와 관련한 긍정적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상승 분위기를 연출했다.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나스닥 등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들이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다우와 S&P 지수는 1%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항바이러스제로 개발한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감염자의 치명률을 크게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것이 주가 상승의 직접적 이유였다. 13일 코스피지수도 그 같은 분위기를 이어받아 크게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26포인트 높은 2170.51로 거래를 시작했고, 이후 약간의 등락을 반복했지만 대체적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이번 주 증시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14일 정부가 내놓을 ‘한국판 뉴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민보고 형식을 빌려 한국판 뉴딜 청사진과 관련 정책의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힌다.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 이후엔 정부 각 부처가 저마다 ‘디지털’과 ‘그린’을 주제어로 삼은 각종 정책을 공개한다.

과거에 나온 정책들의 짜깁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2025년까지 100조원을 쏟아붓는 종합계획인 만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도 수혜업종에 대한 관심을 키우며 선별적으로 투자에 나서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도 주요 관심사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날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옳다. 이주열 총재도 지난번(5월)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로 또 한 번 내리면서 ‘실효하한’에 근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여기서 금리를 더 내리기는 어렵다는 점을 미리 강조한 셈이다.

풍부하지만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시중 유동성 문제도 기준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인하 여력을 비축해두어야 한다는 점, 미국 기준금리와의 격차를 최소한 지금 정도는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감 등도 금리 동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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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변수도 몇 가지가 거론된다. 17~18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그 중 하나다. 이 회의에서는 EU회복기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회원국들을 돕기 위해 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이름하여 EU회복기금이다. 제안된 기금 규모는 7500억 유로(약 1020조원)다.

하지만 지원 대상 및 조건, 지원 형식 등을 두고 회원국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기하는 바람에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장시간 논의를 거듭해왔으므로 만약 이번에 합의가 이뤄진다면 유로존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 마지막 날인 17일 발표될 7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도 눈여겨볼 가치를 지닌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로 크게 침체된 미국의 소비가 유의미한 변화를 보일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번 주엔 미국 주요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2분기 실적은 보기 드문 부진 양상을 띨 것으로 예고돼왔다. 2분기가 경제봉쇄 절정기와 겹친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다만, 역대급 부진일망정 업종별로 예상보다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선별적으로 투자 분위기가 호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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