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법’ 또는 ‘공정경제 3법’을 둘러싸고 정·재계가 한가지로 시끄럽다. 정부와 여당은 이들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 안에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정해두고 있다. 그러자 재계는 여·야를 오가며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도 이들 3법의 입법에 긍정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재계는 더욱 몸이 달아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의 입장이 주로 반영된 명칭인 ‘공정경제 3법’은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세 가지를 의미한다. 이 중 상법과 공정거래법과 관련해서는 기존 법을 일부 손질한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이와 달리 금융그룹감독법(정식명칭: 금융그룹 감독에 관한 법률)은 여권이 새로 만들려고 하는 법률이다. 이 법 제정안 역시 국회 관련 상임위에 제출돼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경식 경총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오른쪽 두번째). [사진 = 연합뉴스]

재계는 이들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져 국제경쟁력이 줄어들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이 법들이 시행되면 기업들의 경쟁력이 오히려 신장될 것이라 주장한다. 기업 경영이 보다 투명해짐에 따라 장기적으로 기업이 건강성을 확보하게 된다는 논리다.

‘공정경제 3법’ 개·제정안 중에서도 가장 논쟁적인 것이 상법 개정안이다. 개정안 중 재계가 특히 반발하는 부분은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조항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감사위원회 소속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은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현행법은 이사회를 먼저 구성한 뒤 그 중 한 명을 감사위원으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 못지않게 시끄러운 부분이 3%룰이다.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특수관계인 지분과 합산해 3%로 제한하는 것이 소위 3%룰의 골자다. 정부와 여당은 이 제도가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립해줄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돼야 감사위원이 대주주의 입김에서 벗어나 엄밀히 경영활동을 감시할 수 있으리라는 얘기다.

반면 재계는 3%룰이 정착되면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 대주주 입장이 반영되지 못함으로써 외부 자금의 공격으로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 항변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케이스로 투기자금의 공격을 거론하고 있다. 과거엔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공격한 사례도 있었다.

최대 주주의 의결권만 콕 집어 3%로 제한하는 것이 역차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대 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면 적대적 인수합병 세력이 연합해 공격해올 경우 방어할 수단이 없다는 현실론적 반론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재계는 적지 않은 우려를 표한다. 대표적인 것이 해묵은 논쟁거리인 전속고발권제 폐지다. 여권은 그간 시행해온 전속고발권제를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속고발권제란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과 관련해 위법 행위를 한 기업을 공정위만이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제도다. 이 제도가 폐지되면 시민단체를 비롯해 누구든 법 위반 기업을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는 갑질 시비에 휘말리기 쉬운 대기업이 크게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로써 고발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게 재계의 우려 내용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손경식 경총 회장. [사진 = 연합뉴스]

해당 법 개정 이후엔 검찰이 자체 판단으로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재계의 심기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재계에서는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업 임원들이 연중 소송에 휘말릴 것이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조항이 추가되는 것도 대기업의 부담을 키우는 요소다. 당정이 만든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을 상장·비상장 회사를 막론하고 20% 이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수 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가진 회사는 일감 몰아주기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현행 규제 기준선은 상장회사 30%, 비상장 회사 20%다.

3법 중 마지막 하나인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도 논란을 키우는 대상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대표회사를 중심으로 내부에 통제협의회를 만드는 한편 그룹의 주요 위험 요인을 때맞춰 공시토록 하는 것 등이다. 주 타깃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한화, 교보, DB, 미래에셋 등 복합금융그룹들이다.

이 법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강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 주식의 과다 보유로 삼성생명이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당국이 주식 매각을 명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해 재계로부터 각종 우려가 제기되자 여당은 일부 내용을 손질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여야 간 의견차가 큰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및 관련 3%룰(상법 개정안)이 그 대상이다. 최근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재계 대표들이 만나 대화한 자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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