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진우 기자

사진 = 이수복 기자

우리 경제를 지탱해줄 반도체 다음의 먹거리를 꼽자면 배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여기서의 배터리는 2차전지를 말한다.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충전을 통해 반복적으로 쓸 수 있는 배터리가 2차전지다.

이제 배터리는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 노트북 컴퓨터나 전기 청소기, 스마트폰 등이 대표적 사례다. 요즘 들어서는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자동차용 대용량 배터리를 두고 제조사들이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자동차용 배터리는 스마트폰 배터리 용량의 수천 배를 요한다.

배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전세계 배터리 업체들은 더 강력하고 오래 가면서도 더 작고, 더 가벼운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충전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도 배터리 제조업체들의 지상과제 중 하나다. 여기에 더해 안전성까지 갖춰야 한다. 이 같은 숱한 과제를 풀어야 하는 만큼 배터리 산업의 성패는 기술력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인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3사는 지난 21~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2020’ 행사에 나란히 참여해 각자의 기술력을 뽐냈다.

한국전자산업협회와 코엑스 주관 하에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이 행사는 ‘배터리 재팬’, ‘차이나 인터내셔널 페어’와 함께 세계 3대 배터리 전시행사로 꼽힌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를 ‘월드 넘버원 배터리 쇼’라 스스로 명명했다. 이런 이름에 걸맞게 이번 행사에는 배터리와 캐퍼시터(축전기), 배터리 소재 및 부품 생산업체 등 11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부대행사로는 ‘더배터리 콘퍼런스’와 ‘한-캐나다 기술세미나’, ‘주한 캐나다 대사관 화상 상담회’, ‘오토 디자인 어워드’ 등이 열렸다.

여러 이벤트가 있었지만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곳은 앞서 언급한 배터리 3사의 부스였다. 이들 3사의 부스는 코엑스 1층 A홀 출입문에서 가장 안쪽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부스 면적도 다른 업체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넓었다. 사별 부스는 홀 뒤쪽 왼쪽으로부터 SK이노베이션, 삼성SDI, LG화학 순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특히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100평 가까운 면적에 부스를 차림으로써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였다.

행사 마지막 날 현장을 찾은 기자가 가장 먼저 들른 곳은 SK이노베이션 부스였다. SK이노베이션이 내세운 키워드는 안전과 빠른 충전 속도, 긴 수명이었다. 이에 맞춰 행사 슬로건을 ‘보다 안전하고, 보다 빠르고, 보다 오래 가는’으로 채택했다. 이를 강조하려는 듯 부스 벽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Safer than ever’, ‘Faster than ever’, ‘Longer than ever’란 문구가 그림과 함께 반복해서 강조되고 있었다. 슬로건 실천의 일환으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안에 10분 충전으로 서울~부산을 논스톱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를 개발하기로 했다.

스크린을 보고 있으니 ‘Z 폴딩’을 소개하는 홍보 화면이 뜨고, 분리막 사이사이에 양극재와 음극재를 차례로 끼워넣는 그림이 등장했다. 이로써 셀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한다는 것이었다. SK이노베이션이 안전성을 특히 강조하는 배경엔 최근 빈발한 코나EV 화재 사고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코나EV에는 LG화학의 배터리가 장착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강조하려는 듯 SK이노베이션은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선 화재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LG화학과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소송은 국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SDI를 사이에 두고 마련된 LG화학 부스에서도 홍보전이 한창이었다.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LG화학은 기술력에서 독보적 존재임을 과시하는데 치중하는 듯 보였다. LG화학은 특히 안전성을 강화하는 분리막 기술에서 자신들이 원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LG화학은 현재 SK이노베이션과 이 기술에 대한 특허침해 여부를 다투고 있다.

LG화학 부스에서 먼저 눈에 띈 것은 롱셀이었다. 롱셀을 담는 롱모듈도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셀은 배터리의 최소단위다. 셀을 몇 개 결합한 조립체가 모듈이다. 배터리 1차 조립체라 할 수 있다. 모듈은 셀을 외부 충격이나 압박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모듈을 여럿 합쳐 구성한 것이 배터리 시스템이다. 이를 보통 배터리 팩이라 부른다.

LG화학 부스엔 이것들 말고도 다양한 제품이 소개돼 있었다.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오토바이용 배터리 등도 눈에 띄었다.

개발 과정의 차세대 경량화 리튬황 전지도 전시돼 있었다. LG화학은 이 행사에서 무인기에 탑재해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이끈 리튬황 배터리를 공개했다. 이 배터리는 기존의 리튬이온전지보다 무게가 가볍다.

국내 2위 배터리 기업인 삼성SDI의 부스에서도 나름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였다. 삼성SDI의 홍보 포인트는 미래의 배터리였다. 행사 슬로건도 이에 걸맞게 ‘우리가 창조하는 미래’(The Future We Create)로 정했다.

삼성SDI는 이번 행사에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 계획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이번 행사의 방점을 ‘미래’에 찍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내부의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해질을 기존의 액체가 아니라 고체로 채운 배터리를 가리킨다. 이 배터리는 기존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성능면에서 앞서 차세대 배터리로 불린다. 삼성SDI는 이 기술을 2027년까지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SDI는 이 행사를 계기로 다양한 배터리 장착 기기들을 소개했다. 많은 사람들이 실감하진 못하지만 배터리가 이미 우리 일상에서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 했다. 그 같은 의도를 반영, 삼성SDI는 부스에 자사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오토바이와 자동차 등을 전시했다.

이번 행사엔 코로나19 유행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장시간 대기는 아니었지만 입장을 위해 줄을 서야 했고, 행사장 안에서는 불편하지만 방역을 위해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돌아다녀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입장객들의 배터리에 대한 관심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아쉬운 점은 참가 업체들의 무성의였다. 특히 배터리 3사 부스는 약속이나 한 듯 제품 설명 팸플릿 한 장도 구비해두지 않았다. 그런 탓에 방문객들은 사소한 궁금증이라도 해소하려면 바쁜 현장 안내인들에게 일일이 물어보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다음 행사 때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오류인 듯 싶다.

SK이노베이션 부스 모습.
SK이노베이션 부스 내부.
SK이노베이션 부스 내부의 홍보 스크린.
SK이노베이션 부스의 홍보 스크린.
SK이노베이션 부스의 홍보 영상.
SK이노베이션 부스의 홍보 영상. 배터리셀 제조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부스 내부에 전시된 전기자동차.
SK이노베이션 부스에 전시된 전기자동차.
삼성SDI부스 전면 모습. 'The Future We Create'란 문구가 보인다.
삼성SDI 부스 전면. 'The Future We Create'란 문구가 보인다.
삼성SDI가 생산하는 배터리셀.
삼성SDI가 생산하는 배터리셀.
삼성SDI 부스에 전시된 배터리모듈.
삼성SDI 부스에 전시된 배터리모듈.
삼성SDI 부스를 메운 관람객들.
삼성SDI 부스를 메운 관람객들.
LG화학 부스 전면 모습.
LG화학 부스 전면 모습.
LG화학 부스에 전시된 전기 자동차.
LG화학 부스에 전시된 전기 자동차.
LG화학이 개발한 롱셀(오른쪽)과 롱셀모듈.
LG화학이 개발한 롱셀(오른쪽)과 롱셀모듈.
LG화학의 롱셀과 롱셀모듈 제품을 살펴보는 관람객들.
LG화학의 롱셀과 롱셀모듈 제품을 살펴보는 관람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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