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세계경제가 코로나19라는 새로운 복병을 만나 흔들리는 요즘, 새삼 주목받고 있는 행사가 하나 있다. 이름하여 잭슨홀 미팅이다. 잭슨홀 심포지엄이라고도 불린다. 이 행사는 언제나 큰 관심을 끄는 건 아니지만 40년 넘게 연례행사로 진행돼왔기 때문에 우리 귀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다.

최근 들어 이 행사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배경엔 주요국들,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한창인 국면에서 미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를 가늠해보려는 게 관심 증대의 가장 큰 이유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FP/연합뉴스]

잭슨홀은 미국 와이오밍주 북서부 산악지대에 위치한 휴양지다. 해발고도가 2000m 내외에 이르는 고산지대이지만 주변엔 더 높은 산들이 빙 둘러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하늘에서 보면 움푹 팬 구덩이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지명에 ‘홀’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곳에서 매년 이맘 때 열리는 행사가 잭슨홀 미팅이다. 이 행사에는 매년 수십 개 국가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든다. 결국 잭슨홀 미팅은 이들이 모여 금융통화정책 전반에 대해 논의를 벌이는 행사라 정의할 수 있다. 물론 다루는 주제엔 ‘경제 전망’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큰 틀의 주제가 금융통화정책이라는 점에서 세계 경제정책 전반을 다루는 다보스 포럼과 구별된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매년 열리는 이 포럼은 이제 전세계 주요국의 정계와 재계 인사들이 모여 경제문제는 물론 기타 국제적 현안까지 논의하는 빅 이벤트로 발전했다.

올해 잭슨홀 미팅은 오는 26~28일(현지시간)에 열린다. 이번 행사에서도 특히 관심을 받는 이는 미국의 통화정책을 주도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이사회 의장이다. 그가 미국 및 세계경제 전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미국의 통화정책 운용 방향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그의 연설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27일 오전 10시(한국시간 27일 밤 11시)에 시작된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올해의 경우 잭슨홀 미팅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그 이유다. 따라서 이번 행사에서는 코로나19와 경제전망의 상관관계, 나아가 감염병 변수에 의한 통화정책 방향의 변화 가능성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점이 이 행사, 특히 파월 의장의 발언 내용에 세계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

특히 이 행사를 눈여겨볼 이들은 전세계 투자자들일 것이다. 이들은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지 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관심의 구체적 목적은 연준이 테이퍼링(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축소)을 언제부터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가늠이다. 현재 연준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린데 이어 매달 1200억 달러(약 140조원) 정도의 달러를 풀어 국채 등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이 같은 양적완화 정책은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이후 1년 넘게 이어져왔다.

[사진 = AP/연합뉴스]
[사진 = AP/연합뉴스]

테이퍼링은 그 자체로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를 위축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나아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전초전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테이퍼링 단계에 돌입하고, 내후년부터는 기준금리까지 끌어올리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델타 변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나타나면서 그 같은 전망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연준의 내부 방침 및 구상에 일정 정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테이퍼링이 늦춰질 기미가 뚜렷해진다면 증시 분위기는 한결 온화해질 수 있다. 반면 외환시장에서는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에 대한 선호가 다소 약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원/달러를 예로 들면 환율이 내려갈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가 된다.

잭슨홀 미팅을 수일 앞둔 지난 주말 뉴욕증시에서는 주요 지수들이 상승했고, 세계적으로 달러화 강세는 다소 주춤해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는 다른 특별한 변수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투자자들이 테이퍼링 연기 쪽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번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다시 한 번 비둘기의 면모를 드러낼 것이란 기대가 확산된 결과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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