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를 감안한 우리경제 잠재성장률 재추정’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이 평균 2.0%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한은은 2~3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2019년과 2020년 잠재성장률을 2.5% 수준으로 보았었다. 하지만 재추정을 해본 결과 작년과 재작년의 잠재성장률이 2.2%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올해와 내년엔 잠재성장률이 이보다도 0.2%포인트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추정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지난해 초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잠재성장률을 재추정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재추정 과정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 경제활동 제한 등이 과도하게 잠재국내총생산(GDP)에 반영되는 문제, 감염병 충격 이후 나타날 GDP의 반등 등을 고려해 만든 새로운 분석 모형이 적용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로써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11~2015년 3.0~3.4%, 2016~2019년 2.8~2.9%, 2019~2020년 평균 2.2%, 2021~2022년 평균 2.0% 수준으로 급속히 하락해왔음을 추정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의 잠재성장률 하락세는 국제기구들의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우리나라의 2020~2022년 잠재성장률 평균 추정치가 2% 내외로 내려가 있다고 밝혔었다. 두 기구의 추정치는 각각 1.8%와 2.4%였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성장률을 의미한다. 보통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척도로 평가된다. 즉, 잠재GDP가 전년에 비해 성장하는 비율이 잠재성장률이다.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크게 넘어서면 경기 과열을, 그보다 낮으면 침체를 우려해야 한다.

경제의 잠재적 성장 능력을 보여주는 수치인 만큼 잠재성장률은 경제성장의 선행지표로 기능하는 측면이 있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장차 한 나라 경제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볼 단서가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잠재성장률이 2%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것은 나라경제가 사실상 성장을 멈추고 정체상태에 돌입할 것임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그 같은 전망의 배경엔 잠재성장률이 갈수록 줄어드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일반론이 자리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게 보통이다. 일반론에 입각해서 보자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곧 1%대로 내려간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의 경우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또 수치 자체가 제로에 수렴해가는 단계에 돌입함으로써 성장이 거의 멎는 상황에 다가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여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그래픽 = 한국은행 제공]
[그래픽 = 한국은행 제공]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원인으로는 몇 가지가 거론된다. 그 중 하나가 저출산 고령화다. 저출산 고령화는 생산가능 인구를 감소시킴으로써 잠재성장 기여의 주요소인 노동 투입을 저해하게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비대면 산업 분야의 부진과 고용 악화, 서비스업 생산성 저하 등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급격히 떨어뜨린 주요 원인들이다.

문제 해결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동 및 자본 투입을 원활히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런 방식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제한된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기존의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기업의 역동성을 높여 투자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노동력의 최대 활용은 여성과 청년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를 통해, 기업의 투자 확대는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에 대한 간섭을 줄이는 대신 산업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의 확충 필요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다. 법질서 확립 등을 통해 사회적 신뢰가 굳건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사회자본을 선진화해 경제가 최대한 활발히 돌아가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는 우리나라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미국의 절반 수준인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 특히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고용 유연성 확보를 거론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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