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상속세제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덩달아 개편 방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리의 상속세제는 지난해 10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을 계기로 새삼 일반의 관심을 모았다. 12조원을 웃도는 천문학적인 과세액이 관심을 자극한 탓이다. 삼성가 구성원들이 거액을 한 번에 납부하지 못해 연부연납 방식으로 상속세를 장기간 나누어 내게 된 점도 뉴스거리가 됐다.

이 일로 일각에서는 아무리 재벌이라지만 상속세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상속세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새삼스레 재확인됐다.

실제로 우리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우리보다 최고세율이 높은 곳은 일본(55%)뿐이다. 우리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소득세 최고세율보다도 5%포인트나 높다. 소득세 최고세율도 문재인 정부 들어 두 차례 인상된 끝에 45%로 올라갔다. 현 정부 출범 이전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38%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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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경우 상속세 최고세율에 할증까지 붙는다. 대주주에게 붙는 할증으로 인해 재벌가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60%까지 상승한다. 이처럼 상속세가 높다 보니 가업승계가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구간은 30억 이상이다. 문제점 중 하나는 이 기준이 21년 동안 그대로 유지돼왔다는 점이다. 물가와 환율 등의 변화를 반영하면 사실상 최고세율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상속세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해 국회는 세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상속세제 개편에 대한 검토를 정부에 주문했다. 이후 정부는 조세재정연구원에 연구 용역을 의뢰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 21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응답이 이뤄지면서 상속세제 개편 문제가 다시 한 번 관심권에 들어왔다. 질의·응답을 통한 공방의 키워드는 유산취득세였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질의 요지는 현행 상속세 부과 방식인 유산세제를 유산취득세제로 바꿀 경우 부자들의 혜택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용 의원의 비판적 질의는 2019년 기준 상속세 과세자 비율이 전체 피상속인(사망 또는 실종선고로 상속재산을 물려준 사람)의 2.42%에 불과하다는 국회 입법조사처의 자료를 근거로 이뤄졌다. 상속세 과세가액 평균은 21억원 정도였다.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상속세제 개편은 많은 논의를 요한다는 취지를 밝히면서 “정부가 유산취득세를 적극 검토하는 차원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유산세와 유산취득세 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회에 보고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유산취득세 제도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고 검토가 진행 중인 것은 아니며 가능성은 양쪽 모두를 향해 열려있음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홍 부총리는 “유산취득세가 도입되면 세수 중립적으로 되긴 어렵고, 아무래도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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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회에서 오간 공방을 이해하려면 우선 유산세와 유산취득세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유산세와 유산취득세는 모두 상속세 부과 제도 또는 방식들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상속세 부과 방식으로 유산세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피상속인(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재산에 먼저 상속세를 부과한 뒤 나머지를 상속인(배우자 또는 자녀 등)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반면 유산취득세제는 상속재산을 상속인 각자에게 나눠준 뒤 각자의 상속가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런 차이로 인해 둘 중 어느 것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상속인 각자가 내는 상속세 규모가 달라지게 된다. 일례로 최고세율 부과 기준선인 30억원의 상속가액을 두 자녀에게 상속할 경우를 상정해보자. 이때 유산세제를 적용하면 상속세는 최고세율에 의해 산정되지만 유산취득세제를 적용한다면 보다 낮은 세율에 의해 상속세가 매겨진다. 홍 부총리가 제도를 바꿀 경우 세수중립적으로 가기 어렵다고 답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오늘날 세계적 추세에 부합하는 제도는 유산취득세제다. 이는 OECD 회원국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다.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 결과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영국·덴마크 네 곳뿐이다. 이웃 일본을 포함한 나머지 회원국들은 모두 유산취득세제를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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