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일반인들로서는 평소 들어볼 기회도 많지 않았던 요소수가 우리 산업 전반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디젤 차량에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요소수의 공급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물류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 게 원인이다.

실제로 요소수 공급난은 현대 산업에서 ‘편자의 못’으로 불리는 반도체의 공급부족 못지않은 충격을 가져다줄 것으로 전망된다. ‘편자의 못’은 말 발굽에 편자를 박을 때 쓰는 도구로 그 자체는 작고 볼품없지만 말이 먼 길을 가기 위해 꼭 필요한 부품이다.

요소수 공급난이 왜 물류대란 위기를 키우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요소수의 개념과 쓰임새를 대강이나마 알아야 한다. 요소수는 흰 결정체인 요소에 증류수를 섞어 만든 액체를 가리킨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현재 국내에서 운행 중인 디젤 차량은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를 의무적으로 부착하게 돼 있다. 이 장치는 질소산화물을 인체에 무해한 질소 가스와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요소수다.

SCR이 장착된 디젤 차량은 요소수가 떨어지면 시동이 걸리지 않고, 달리던 중 요소수가 고갈되면 운행이 정지될 수도 있다. 따라서 요소수 공급난이 심화되면 디젤 차량이 주를 이루는 화물차들이 대거 운행을 중단할 가능성이 커진다.

국내 디젤 화물차 중 SCR을 장착한 차량의 비중은 60% 정도다. 전국에서 운행 중인 디젤 화물차가 330만대 정도인 만큼 약 200만대의 화물차가 요소수 없이는 움직일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디젤 차량에 대한 SCR 부착 의무가 환경정책 강화의 일환으로 2015년 판매분부터 적용된데 따른 것이다.

요소수 공급난의 발원지는 중국이다. 우리가 소비하는 요소의 3분의 2 정도를 공급하는 중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갑자기 수출을 중단하다시피 했다. 명목상으로는 수출 심사 강화이지만 사실상 수출 중단 조치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요소 수출 제한에 나선 배경은 석탄 수급난이다. 중국은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요소를 만드는데 최근 들어 호주와의 외교적 갈등으로 인해 석탄 부족에 시달리게 됐다. 중국은 석탄 사용을 호주로부터의 수입에 주로 의존해왔다. 그런데 호주가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주장하자 이에 발끈한 중국이 호주산 물품에 대한 수입중단 조치를 단행했다. 결국 중국이 석탄 부족을 자초한 꼴이 된 셈이다. 호주가 최근 들어 미국 주도의 안보 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동맹에 가입하면서 양국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이처럼 복잡한 이해관계가 작용한 결과로 불거진 문제인 만큼 국내에서의 요소수 부족 현상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가 이미 경험하고 있듯이, 물류 대란은 공급난을 낳고 공급난은 인플레를 자극하게 된다. 이런 원리로 지금의 요소수 부족 사태는 국내에 물류 대란을 낳고 결국은 그렇지 않아도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더욱 끌어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때마침 상품 및 물류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는 연말까지 다가오고 있어 파장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다.

[사진 = SNS 캡처/연합뉴스]
[사진 = SNS 캡처/연합뉴스]

현재 국내에 비축 중인 요소수는 1~2개월분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불안감이 커지면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평소 10리터에 1만원 선이던 요소수 가격은 현재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10배 수준까지 올라가 있다고 한다. 대형 디젤 화물차들은 요소수 10리터를 넣으면 고작 300~400㎞를 운행할 수 있다. 디젤 승용차가 같은 양으로 1만㎞를 운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진짜 문제는 요소수 부족을 단기간에 해결할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요소 수입선 다변화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정부는 아쉬운 대로 산업용 요소수를 디젤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철도 운송을 늘리고 비상용 군 위탁차량을 민간용으로 활용하는 단기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러시아 등으로부터 요소를 수입하는 것을 검토하는 등 중장기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도 요소를 자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롯데정밀화학과 KG케미칼이 수입 요소를 이용해 요소수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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