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정부가 말 많았던 초과세수 19조원의 활용 방안을 공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초과세수 활용의 세부방안을 밝힌 것이다.

문제의 19조원은 지난 7월 정부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당시 추계했던 올해 추가세수보다 더 늘어난 세수 규모다. 정확히 말하면 올해 본예산 편성 당시 추계했던 초과세수 31조원 외에 새롭게 추가된 초과세수를 가리킨다. 즉, 올해 초과세수 총규모가 지난해 예상했던 것보다도 19조원 많아진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다시 추계됐다는 얘기다.

초과세수가 기존 예상치보다 19조원 많아질 것으로 추계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 돈의 일부를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쓰자며 정부를 압박했었다. 그러나 정부가 여당의 제안에 난색을 표하면서 이 문제는 당정 간 갈등으로 이어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오른쪽)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김부겸 총리는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뒤진다고 해서 돈이 나오는 게 아니다”라는 말로 여당 제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초과세수를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당정 갈등 속에 논란이 확산되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반대하는 여론이 형성되자 결국 여당은 스스로 기존 제안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정부가 19조원 활용 방안을 결정해 공개한 것은 비로소 여당의 압박을 털고 초과세수룰 법대로 집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과 관련이 있다. 정부가 공개한 세부 방안은 ‘법대로’ 집행의 로드맵이라 할 수 있다. ‘법대로’의 바탕을 이룬 건 국가재정법과 지방교부세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이다.

특히 국가재정법은 초과세수 발생시 쓰임새를 분명히 기술하고 있다. 동법 90조는 초과세수는 국채 상환이나 교부금 정산 등에 우선적으로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계잉여금이 발생할 경우에도 일정 부분을 나랏빚 상환에 우선적으로 쓰도록 정해두었다. 이와 함께 국가재정법 16조 1항은 ‘정부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명기하고 있다.

지방교부세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도 초과세수의 임의 활용에 제동을 거는 규정들을 담고 있다. 이들 법은 각각 내국세 총액의 19.24%와 20.79%를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 법에 따르자면 19조원 중 40% 정도는 무조건 지방 정부들에 이양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나아가 지방교부세법과 농어촌특별세법은 종합부동산세와 농어촌특별세의 경우 국세이지만 전액을 지방에 교부하도록 정해두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초과세수 19조원 중 중앙정부가 재량껏 운용할 있는 재원은 최대 11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날 정부가 밝힌 세부방안은 이의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정부는 11조4000억원 중 5조3000억원은 소상공인 및 고용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민생지원 대책에 투입하기로 했다. 2조5000억원은 국채 물량 축소에, 즉 나랏빚 상환에 쓰겠다고 밝혔다. 3조원 남짓 될 나머지 재원은 세계잉여금으로 넘기기로 했다. 세계잉여금은 정부가 국세 수입 중 쓰고 남은 것을 의미한다. 넘겨진 세계잉여금은 회계연도가 끝난 뒤 이뤄질 결산에 반영된다.

세계잉여금 또한 정부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재정법엔 세계잉여금의 30%는 국가채무 등의 상환에 우선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렇게 쓰고도 남는 돈이 있으면 정부가 내년도 추경을 편성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이날 정부가 밝힌 세부내용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민생경제 지원방안 항목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일단 초과세수 19조원 중에서 따로 떼어낸 5조3000억원에 기정예산 활용분을 더해 12조7000억원 상당액을 마련한 뒤 이를 민생경제 지원에 쓰기로 했다.

이중 1조4000억원은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 부족분 보충에 활용된다. 기타 용도는 고용보험기금 재정 보강, 실업자 직업훈련 지원, 농축산물 가격 안정, 육아휴직 및 돌봄 지원, 코로나19 대응 등이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