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20일 코스피가 투자심리의 급격한 위축 속에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뉴욕증시에서도 주요지수들이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원인은 주요국들의 확연해진 긴축기조와 오미크론의 만만찮은 기세다.

통화정책 변화의 흐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축소) 프로그램을 조기 종료키로 결정하면서 한층 빨라졌다.

지난 16일 영국 영란은행(BOE)이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도 그런 흐름의 하나였다. 영란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15%포인트 올린 0.25%로 결정했다. 영란은행의 이번 조치는 미국 연준이 내년 중 기준금리를 세 차례 정도 올릴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영국 중앙은행인 런던의 영란은행.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중앙은행인 런던의 영란은행.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중국은 20일 기준금리 성격의 대출우대금리(LPR)를 0.05%포인트 인하했다. 인민은행은 12월 1년 만기 LPR가 전달의 3.85%에서 3.80%로 조정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20일 밝혔다. 형식상으로는 중국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동향을 취합해 발표한 것이지만 사실상 LPR 흐름을 주도하는 쪽은 인민은행이라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중국 중앙은행의 엇갈린 행보를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일단 금리 인하 원인에 대한 해석에서는 특별한 이견이 없어 보인다. 중국 경제가 미국 등과 달리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니 경기 부양을 위해 그 같은 조치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해석이다.

이번 결정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양면적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이번 조치는 중국 경기의 향후 전망이 그만큼 안 좋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19일 미국과 중국 통화당국의 엇갈린 행보가 결과적으로는 세계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긍정론의 요지는 미국과 중국의 엇갈린 통화정책이 세계 경제 전반의 경기 과열을 억제하면서 균형 잡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었다.

블룸버그는 또 위안화 강세와 중국으로의 외국자본 유입이라는 기존의 기조가 시험대에 놓일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중요한 점은 엇갈린 두 나라의 통화정책이 각자의 방향으로 어느 단계까지 나아갈지 여부라고 분석했다.

중국 베이징의 인민은행.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베이징의 인민은행.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오미크론 사태 추이도 이번 주 증시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독성이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다는 다수의 분석에 안도하던 투자자들이 예상 외의 오미크론 파급력에 다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 데 따른 현상이다. 확진자 폭증으로 유럽 각국은 방역 지침을 강화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각종 행사가 취소되는 등 오미크론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영국은 일일 확진자가 10만명에 육박하자 ‘서킷 브레이커’(일시적 봉쇄) 발동을 고려하고 있다. 주된 내용은 2주간 실내 활동을 금지하는 것 등이다.

이로 인해 미국 증시 등에서의 산타 랠리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산타 랠리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시점부터 이듬해 초까지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면서 주가가 오르는 현상을 지칭한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행보와 오미크론 사태 외엔 당분간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칠 굵직한 변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 흐름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변수가 있다면 21일 발표될 우리나라의 12월 1~20일 수출입(통관 기준), 22일의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확정치, 그 다음날 나올 미국의 1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등이 있다.

한편 20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6.40포인트(0.54%) 낮은 3001.33에서 거래를 시작한 뒤 종일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결국 전장 마감가보다 54.73포인트(1.81%) 내린 2963.00에 거래를 마쳤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