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미국의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분위기 변화를 알리는 신호가 나타나자 미국은 물론 한국 증시도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긴축속도 증가를 알린 것은 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었다. 지난달 열린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 내용을 정리한 이 의사록엔 미국의 긴축 프로그램이 시장의 기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공개된 의사록에서 연준은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뿐이 아니었다. 의사록은 또 현재 8조8000억 달러(1경557조원)인 중앙은행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에 나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기는 것은 물론 보유중인 국채를 내다 팔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연준의 자산 축소는 그동안 공개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던 사안이라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준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그동안 자산을 사들이는 방식, 즉 국채 등의 보유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자산 매입 규모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정책인 테이퍼링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래 매달 1200억 달러어치씩 사들이던 자산의 규모를 지난 11월부터 150억 달러씩 줄여간다는 것이 연준의 기존 방침이었다. 이 계획대로라면 연준의 테이퍼링 작업은 올해 6월에 종료된다.

하지만 연준은 지난달 열린 FOMC 회의를 통해 자산매입 일정을 오는 3월로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기존의 ‘6월 이후’에서 ‘3월 이후’로 앞당겨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12월 FOMC 의사록은 여기에 더해 연준이 보유중인 자산을 매각함으로써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적긴축’에 나설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연준이 ‘양적완화’의 정반대인 ‘양적긴축’ 쪽으로 정책방향을 변경시킬 뜻을 밝힌 것이다.

의사록에 나타난 기준금리 인상 시기 조절 시사도 그 자체만으로 시장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구체적인 시점이 적시된 것은 아니지만 이는 오는 3월 이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 직후 연준은 점도표를 공개함으로써 올해 중 세 차례 정도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을 알렸다. 점도표는 금리 인상 시점과 폭 등에 대한 연준 위원 각자의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를 지칭한다.

연준이 테이퍼링 종료 시점을 올해 3월로 앞당긴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존의 보유자산까지 시중에 내다팔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미국과 한국 증시는 즉각 긴장 분위기에 휩싸였다. 연준이 장기간 드러내온 비둘기의 면모를 일거에 바꾸며 매파적 자세를 취한데 대한 반응이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주요지수들이 일제히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 지수는 1.0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94%, 나스닥 지수는 3.34%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2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같은 날 국내 증시 역시 종일 약세를 이어간 결과 코스피가 전장보다 33.44포인트(1.13%)나 하락한 채 하루 장을 마감했다. 종가는 2920.53으로 내려갔다.

증시 하락장을 자극하는 데는 이날 공개된 미국의 민간 고용보고서인 ADP보고서도 한 몫을 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12월 민간부문 고용은 전달보다 80만7000명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의 두 배가량 되는 수준이다. 고물가 지속에 이어 고용까지 호조를 보이자 연준의 긴축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란 시장의 우려는 더욱 구체화됐다.

미국의 긴축 강화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대신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작용을 하는 게 보통이다. 그 결과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게 되고 종국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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