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의 긴축 강화 움직임이 국내외 증시 분위기를 무겁게 하고 있다. 당분간은 이런 기류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국내외 증시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회의(FOMC) 의사록이 공개된 이후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연준은 의사록을 통해 긴축시계가 한층 빨리 돌아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사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시점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정당화될 수 있고 ▲연준이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조치, 즉 양적긴축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 그 둘이었다. 연준의 지난달 FOMC 의사록은 위원들이 당시 회의에서 8조8000억 달러(약 1경500조원)에 이르는 보유자산을 축소하는 문제를 논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한 시중 달러 흡수 가능성을 흘린 셈이다.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속화와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양적긴축까지 하겠다고 나서자 시장 분위기는 곧바로 차가워졌다. 기준금리의 조기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자 국채 금리가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고 이에 금리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런 흐름을 탄 결과 코스피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단기 반등에도 불구하고 2954.89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종가인 2977.6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주요 증권사들은 이번 주에도 특별한 호재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10∼14일) 코스피가 2850∼3020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증시 흐름을 가늠케 할 변수로는 미국 국채 금리 움직임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준의 긴축 재촉 움직임을 반영, 지난 7일 1.76%로 상승했다. 지난해 말 1.51% 수준이었던 것이 일주일 만에 0.26%포인트 올라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시장이 예상하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3월 이후에서 3월중으로 한 번 더 앞당겨진 것과 관련이 있다.
연준의 의중이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될 것이란 기대 속에 진행될 행사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11일 열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재지명을 위한 미 의회의 인준 청문회가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 파월 의장이 긴축 속도와 관련해 모종의 메시지를 추가로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곧 이어질 미국 은행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도 관심을 끄는 사안이다. 하지만 금융사들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의 긍정적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미리 감안할 필요가 있다.
12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도 눈길을 줄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장기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지난달 CPI가 전년 대비 7.1% 올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1월 CPI 상승률은 6.8%였다. 예상 외로 높아지고 추세화된 미국의 고물가는 연준의 긴축 발걸음을 재촉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의 주요 이슈 목록에는 14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자리하고 있다. 시장은 이날 한은이 1.00%인 기준금리를 한 번 더 올릴지 주목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1월 연거푸 기준금리를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우리의 기준금리 수준이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10일 국내 증시는 코스피가 전장보다 7.52포인트(0.25%) 내려간 2947.37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코스피는 하락세를 이어간 결과 전 거래일보다 28.17포인트(0.95%) 낮은 2926.72포인트에서 종가를 형성했다. 이날 개미들이 대거 주식을 사들였으나 기관과 외국인은 6000억원에 육박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