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상장의 충격파가 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역대급 대어의 기업공개(IPO)가 진행되면서 주식 시장에서 대대적인 자본의 이합집산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LG엔솔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정일은 이달 27일이다. 그에 앞선 18~19일 LG엔솔은 전체 공모물량 4250만주 중 4분의 1인 1062만5000주에 대한 일반청약 신청을 받는다. 청약을 원하는 개인투자자는 정해진 이틀 동안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을 비롯해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 신영증권, 하이투자증권 등에서 청약 신청을 해야 한다.

증권사별 물량은 KB증권이 486만9792주(45.8%)로 가장 많고, 공동 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이 각각 243만4896주씩(22.9%)으로 그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각각 2.1%를 확보했다.

[사진 = LG에너지솔루션 제공/연합뉴스]
[사진 = LG에너지솔루션 제공/연합뉴스]

국내 기업공개 사상 최대어인 만큼 LG엔솔의 상장은 각종 화제를 낳고 있다.

일단 LG엔솔은 상장 직후 곧바로 시가총액 ‘빅3’ 그룹에 합류할 것이 확실시된다. 확정된 공모가 30만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상장 즉시 시총은 70조원을 웃돌게 된다. 만약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오른다면 시총은 그 두 배인 140조를 넘어간다. 이 경우 LG엔솔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총 2위 자리까지 차지할 수 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종가를 기준으로 한 국내 증시 시총 순위에서는 삼성전자(467조4340억원)가 1위, SK하이닉스(95조3683억원)가 2위를 차지했다.

LG엔솔 상장일이 임박해오면서 주식시장 분위기는 크게 흔들렸다. 이 회사 공모주를 사기 위해 기존 주식을 파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한편 예탁금은 눈에 띄게 늘었다. 공모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이들이 늘어난 게 원인이었다.

공모주 신청을 받기로 한 증권사에서는 신규 계좌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평소 주식 투자를 하지 않던 이들까지 LG엔솔 주식 공모에 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 그 배경이다.

이 모든 현상은 일단 LG엔솔 주식은 사두기만 하면 돈이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데서 비롯됐다. 수일 전 있었던 수요예측은 LG엔솔에 대한 투자 분위기를 띄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LG엔솔 수요예측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경 단위의 주문액이 도출되었다. 실제로 투자된 돈은 아니었지만 주문액이 1경5203조원에 이르렀고, 경쟁률도 2023대 1로 IPO 역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국내 증시에 대어들이 속속 뛰어들어 전체 시총이 커지고 우량 투자 대상 종목이 많아지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지금의 잔치판 분위기와 딴판인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는 게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LG엔솔의 모태인 LG화학 주식을 보유한 일반 주주들의 주가 하락에 의한 피해다. 이는 LG화학의 알짜배기인 배터리 부문을 따로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이란 자회사를 새로 만든데 따라 나타난 결과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물적분할’을 통해 LG화학 기존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치면서 금수저를 물고 탄생한 회사가 지금 각광받고 있는 LG엔솔인 셈이다.

그로 인해 LG엔솔 주식 취득을 위한 공모주 신청 열기가 한창인 가운데 다른 한쪽에서는 물적분할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보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LG엔솔 상장을 앞두고는 기업의 물적분할을 금지시켜 달라는 내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장하기도 했다.

물적분할이란 자회사를 새로 만들되 신생사 주식을 모회사가 모두 소유하는 기업 분할 방식을 지칭한다. 기존 회사의 주주들이 지분율에 따라 신생 법인의 주식을 나눠갖는 인적분할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LG엔솔은 물적분할 방식으로 LG화학에서 분리돼 나오면서 탄생한 대표적 사례다. LG화학은 2020년 9월 발표한 대로 자사의 배터리 부문을 따로 떼어내 LG엔솔을 탄생시켰다.

대개 물적분할의 명분은 유망한 사업을 전담할 법인을 따로 만들어 선택과 집중을 시도함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물적분할에는 많은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모회사 입장에서 보자면 물적분할은 신생사의 주식을 모두 보유하는데다 새 자회사의 상장, 소위 ‘쪼개기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꿩 먹고 알 먹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회사의 일반 주주들은 신생사의 주식을 한 주도 받지 못하면서 기존 회사의 주식 가격 하락이란 손실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기 십상이다.

LG화학의 주가는 1년 반 전 물적분할을 발표할 당시는 물론 이번 상장이 임박해지면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2월 우여곡절 끝에 100만원 위로 올라섰던 LG화학 주가는 17일 종가 기준으로 70만7000원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물적분할을 통한 쪼개기 상장이 자주 이뤄지면서 시장에서는 모회사 오너 등 대주주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물적분할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활발히 일고 있다.

전문가들이 선진 증시를 참고해 제시하는 방안은 ▲쪼개기 상장 요건을 강화하고 ▲모회사의 기존 주주에게 신생 법인 주식 매수 청구권 및 주식 우선 배정권을 제공하는 것 등이다. 대주주가 독점적으로 누리는 물적분할의 이익을 일반 주주들과 나눠 갖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